빈 집
강민숙
비스듬히 열린 대문짝 사이로
햇살 밀리어 간다
몇 년 동안인지 제자리에 피었다
주저앉은 잡풀들
깨진 장독대에 반쯤 고인 빗물
참나리 꽃이 고개 내밀어
제 얼굴 잠시 비추어 보는 사이
잠자리 몇 마리
마당을 돌다 사라진
문패 없는 집 섬돌에도 꽃들은
피고 있는가
빈 집에 들어와서
문득, 나를 만난다
내 안에 버려진 시간과
더러 피어있는 꽃
잊혀진 것들의 고요를 만지며
오래된 나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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