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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 정책은 잘못

Bawoo 2014. 8. 26. 08:3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것처럼 보인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세계 정세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하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비교 대상은 미국·일본 사이에 벌어진 1941년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이 지금까지 사용한 방법이라고는 경제제재가 전부였다. 하지만 경제에 아무리 심각한 타격을 주는 제재를 도입한다 해도 러시아의 침공을 확실히 막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20년간 경제제재는 미 정부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할 때 선택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1940~41년 이후 미국이 경제제재로 다른 강대국을 상대하려고 시도한 적은 없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타깃으로 석유 금수조치와 자산 몰수를 단행했다. 미국은 일본군이 인도차이나와 중국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의 동남아시아 진출도 저지하려 했다. 미국이 제재에 나서자 일본은 동남아시아를 장악하고 미 해군을 분쇄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됐다.

 

미 정책결정자들은 왜 일본이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을 선택했는지 더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당시 미 관료들은 일본이 감히 미국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국무부 차관보였던 딘 애치슨이 훗날 말했듯이 “제정신이라면 미국을 공격해 얻을 것은 재난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일본에 어떤 ‘당근’도 제시하지 않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약한 채찍’만 휘둘렀다. 루스벨트는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무력 사용 불사라는 위협을 상대편에게 명백히 가하지도 않았다.

 일본은 이런 미국의 정책을 강대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였다. 자부심 넘치는 대일본제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일본은 물러서기보다 전쟁을 택했다. 일본 지도자들은 경제제재와 전쟁이 별반 다르지 않으며, 시간을 끌어봤자 경제제재로 일본의 국력만 쇠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치력이 약하기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비용이 너무 높아지면 결국 포기할 거라고 믿었다.

  당시 역사는 오늘에 교훈을 안겨 준다. 가혹한 경제제재를 한다 해도 러시아가 반드시 패할 것이라는 확실한 경고가 없다면 침략을 막지 못한다. 제국주의 일본처럼 러시아 정부도 경제제재로 나라가 거덜나는 걸 지켜보느니 군사행동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릴지 모른다.

  러시아가 서구를 당황하게 만들 방법 중 하나는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를 침공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격한 러시아 정치인 일부가 이미 언급한 가능성이다. 러시아 정부는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유럽연합이 리비아 공습을 지속하지 못하고 나토에 대한 기지·병력 지원 요청을 번번이 거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서구 지도자들은 미군과 나토의 군사력이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충분히 억지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러시아 정부가 감히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리 없다고 편할 대로 생각한다. 그러나 핵 억지에 대한 낡은 이론은 지금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전쟁이 고조돼도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리 없다고 푸틴 대통령이 믿는다면, 냉전시대의 전쟁 억지 이론은 실패할 수 있다.

 나토 회원국 침공은 러시아에 어마어마한 위험과 비용을 수반한다. 자신의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 아니라면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한데 애치슨 국무차관보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일본 총리대신에 대해 “일본 정부와 도조가 아시아 침략을 정치적 야심의 실현이 아니라 정권 생존의 문제로 파악한다는 사실을 미 정부 관료 중 아무도 몰랐다”고 썼다. 푸틴이 당시 일본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1941년 도조와 추종자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푸틴이 그 정도로 절박한 것은 아니지만, 큰 굴욕을 당할 경우에는 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동시에 유연한 대응도 필요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폭넓은 대화를 수용해야 한다.

 미국이 협상에 나서면 푸틴의 공격행위에 상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미 잘못된 정책 선택으로 자국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서구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이 러시아 투자를 망설이게 됐고, 유럽 정부와 유권자들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경제제재 유무와 상관없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대치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일본과 맞선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다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아이러니를 겪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국무부 내 애치슨의 후계자들은 그들이 어떤 엄청난 위험에 빠졌는지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출처: 중앙일보-폴 손더스 워싱턴 소재 국가이익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