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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노래한 한시 모음(3)

Bawoo 2014. 9. 19. 22:56

 

感秋回文(감추회문) ) - 가을을 느끼고 회문시를 짓다.

                                                                                 

                                                                                       이지심(李知深)

 

散暑知秋早(산서지추조) : 더위 흩어지니 가을 가까운 줄 알겠네

悠悠稍感傷(유유초감상) : 느릿느릿하지만 조금씩 느껴지는구나

亂松靑蓋倒(난송청개도) : 무성한 소나무 푸른 덮개 쳐졌도다

流水碧羅長(유수벽라장) : 흐르는 물 절벽에 길게 이어졌구나

 

岸遠凝煙皓(안원응연호) : 멀리 바닷가 안개 엉켜 뿌옇고

樓高散吹凉(루고산취량) : 높은 곳에 사니 부는 바람 흩어져 시원하네

半天明月好(반천명월호) : 하늘 반쪽에 밝은 달빛 좋을시고

幽室照輝光(유실조휘광) : 그윽한 방에 휘황하게 비치는구나

 

 

 

 

이지심(李知深 ?∼1170(의종 24). 고려의 문신. 주로 간관(諫官)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였다.1151년(의종 5)정언으로 있으면서 간관들이 3일 동안 시사(時事)를 논하여 간하는 것을 의종이 듣지 않자 홀로 2일 동안 복합(伏閤)하여 간쟁하였다.1157년 급사중(給事中)으로서 당시 의종이 환관 정함(鄭諴)에게 권지합문지후(權知閤門祗候)를 제수하자 그의 고신(告身)에 서명하기를 거부하였다가 국자사업(國子司業)으로 좌천되었다.그뒤 1160년 동지공거(同知貢擧)가 되어 과거를 주관하였으며, 다시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올랐다.1162년 의종이 궁인(宮人) 무비(無比)의 사위 최광균(崔光鈞)에게 8품 관직을 주고 식목녹사(式目錄事)를 초수(超授)하려 하자 이번에도 그 고신에 서명하지 않다가 끝내는 왕의 종용에 못 이겨 서명하고 말았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을 들었다.관직이 국자감대사성(國子監大司成)에 이르렀고, 1170년 무신란이 일어난 직후에 다른 문신들과 함께 살해되었다 고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回文詩(회문시)란? 

 

한시의 별체(別體). 시를 첫머리에서부터 내리읽어도, 반대로 뒤에서부터 거꾸로 올려읽어도 의미가 통할 뿐만 아니라 시법(詩法)에도 어긋나지않게 지은 시를 말한다. 
또, 바둑판처럼 글자를 배열하여 중앙으로부터 선회하면서 읽어도 뜻이 통하는 것도 있다. 말하자면 순독(順讀)·역독(逆讀)·선회독(旋回讀)이 가능한 시가 회문시이다. 그러나 후대에는 선회독의 시는 없어졌다.

 

회문시의 시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인로(李仁老)≪파한집 破閑集≫에서는 중국 진(秦)나라 소백옥(蘇伯玉)의 처가 지었다는 <반중시 盤中詩>와, 두도(竇滔)의 처 소혜(蘇蕙)가 지었다는 <직금회문시 織錦回文詩>를 들었다.

 

회문시는 진(晋)나라 이후에 유행을 이루었다. 부함(傅咸)<회문반복시 回文反覆詩>, 조식(曺植)<경명팔자 鏡銘八字>, 양(梁) 나라 간문제(簡文帝)<회문사선명 回文紗扇銘>, 진(陳)나라 유왕(留王)<회문 回文>왕융(王融)<춘유 春遊> 등이 대표적이다.
그 뒤로는 소동파(蘇東坡)<제직금화 題織錦畫>·<금산사 金山寺> 등이 유명하다. 송대까지의 회문시는 상세창(桑世昌)이 엮은 ≪회문유취 回文類聚≫에 망라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회문시가 유행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지심(李知深)이 잘 지었고, 죽림고회(竹林高會)에 참여하였던

 문사들도 즐겨 썼다. 특히, 이규보(李奎報)는 21수나 되는 많은 회문시를 지었다.

그 중에서도 이수(李需)의 30운 회문시를 보고 지은 <차운이시랑수이회문화장구설시 次韻李侍郞需以回文和長句雪詩> 30운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형군소(邢君紹)·달전(達全)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김시습의 <춘하추동사절시 春夏秋冬四節詩> 4수가 유명하다. 그 한수를 예로 든다.

 

  순독(順讀)                 역독(逆讀)

 

紅杏山桃溪寂寂        飛燕乳鶯啼舍北
小塘春草夢依依        暖風香霧鎖城東
東城鎖霧香風暖        依依夢草春塘小
北舍啼鶯乳燕飛        寂寂溪桃山杏紅

 

<춘하추동사절시>의 순독한 내용은 “붉은 살구 산호두는 시냇가에 쓸쓸이 섰고/작은 연못가의 봄풀은 꿈 속에 아른거린다/안개에 잠긴 동쪽 성에는 봄바람 따뜻하고/꾀꼬리 우는 북쪽 집에는 제비새끼 난다.”이다.

 

<춘하추동사절시>의 역독한 내용은, “나는 제비 어린 꾀꼬리는 집의 북쪽에서 울고/봄안개는 따뜻한 바람을 타고 성 동쪽에 잠긴다/아련한 꿈 속의 풀은 봄연못에 돋아나고/쓸쓸한 시냇가의 복사와 산살구는 익어간다.”

 

위의 시는 이처럼 역독을 하거나 순독을 하거나 어색하지 않은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회문시는 문자 속의 장난에 불과한 점이 있다.<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