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 유이우 -
자유에게 자세를 가르쳐주자
바다를 본 적이 없는데도 자유가 첨벙거린다
발라드의 속도로
가짜처럼
맑게
넘어지는 자유
바람이 자유를 밀어내고
곧게 서려고 하지만
느낌표를 그리기 전에 느껴지는 것들과
내가 가기 전에
새가 먼저 와주었던 일
수 많은 순간 순간
자유가 몸을 일으켜
바다 쪽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저기 먼 돛단배에게 주었다
돛단배는 가로를 알고 있다는 듯이
언제나 수평선 쪽으로 더 가버리는 것
마음과 몸이 멀어서 하늘이 높다
[시 당선 소감]
마음껏 비행할 것이다, 시를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행운을
꿈꾸던 미래에 와 보니, 돌아갈 곳이 없어진 기분이다. 이상하다. 이상함 속에서 기쁘고, 기쁨 속에서 이상하다. 시간이 흐르면, 계속해서 미래가 들이닥칠 테니까. 나는 미래에서 밀려나는 동시에 자꾸만 미래로 간다. 앞으로의 날들이 벌써 그립다. 무얼 더 잊어야 하나 보다.
시는 어디로부터 올까. 내가 본 풍경들은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었다. 내 감정들조차 어쩌면 한 번도 내 것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많은 것들을 다짜고짜 마음에 집어넣는다. 내 것이 되어줘.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나만의 풍경이 되어줘.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 나의 새들, 나의 바람, 나의 가로등 등불과 전봇대 그리고 11시 막차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그러니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나는 가볍게 날아보고 싶다. 인간이라는 신발은 날마다 무겁고 날개는 늘 구름만큼 멀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새라고 가끔 말하고 다니는데, 사람들은 웃는다. 웃음은 좋다. 가벼움은 늘 무거움 뒤에 오니까. 이제 나는 마음껏 비행할 것이다.
대단하다는 말이나 축하한다는 말. 그런 말들이 시간과 함께 외로워진다. 대단은 대단끼리 가서 놀고 축하는 축하끼리 가서 놀고 나만 다른 방에 남겨진 기분이다. 그러니 그 방에 남아, 나는 홀로 계속 써야지. 시를. 영원한 시를.
나는 이제 많은 것들이 괜찮아졌다. 염려 많았던,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 유이우=1988년 송탄 출생. 평택시립도서관 기간제 근무 중.
[시 심사평]
상상과 풍경의 드넓은 교호작용
거기에 가볍고 탄성 있는 언어
본심에 오른 작품 중에서 최종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신예은·김창훈·유이우씨의 작품이었다. ‘밖씨 아저씨’를 비롯한 신예은씨의 작품은 과감하고 감각적인 언어의 굴곡이 돋보였다. ‘방금, 의사의 손가락 타는 냄새가 뒤돌아보았다’, ‘살해당한 애인을 위해서는 누가 더 오래 썩었는지를 놓고 미추를 따지는 전위적인 사랑을 유행시켜야 한다’ 등의 구절은 마치 성대를 통하지 않고 흘러나온 발화처럼 탈지형적이고 자극적이다. 다양하고 흥미롭게 언어를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흥미를 조망하고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더 풍요롭고 무한한 언어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훈씨의 작품들은 잘 다듬어진 묘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계동 104번지’에서 ‘도시의 살 사이를 핥고 지나가는 시간/새가 급히 방향을 바꾸는 것은/흘러내리는 육즙을 받아내기 위해서다’와 같은 구절에서 보이는 안정된 언어의 활강이 오랜 숙련을 짐작케 한다. 이 미적으로 정련된 세계 안에 다양한 주행과 역주행이 교차해서, 익숙한 미학 밖으로 길을 내는 좀 더 생기 있고 활성화된 통로들이 전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유이우씨의 가벼운 행장은 처음부터 눈길을 끌었다. 수식과 수사의 그늘이 사라진 피부 언어는 단연 돋보였다. ‘우기’에서의 ‘구름이 내 위로 걸었다/나는 잠깐 멈추면 되었다’와 같이 서슴없는 표현들이 시를 열고 닫는다. 6편 중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를 당선작으로 한다. ‘첨벙거리’며 ‘넘어지는 자유’라는 것, 그것이 ‘몸을 일으켜/바다 쪽으로’ 간다는 인식의 곡면이, 돛단배는 ‘언제나 수평선 쪽으로 더 가버리는 것’이라는 시선의 평면으로 대체되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상상과 풍경의 드넓은 교호작용, 여기에 가볍고 탄성 있는 언어들이 가담하고 있다.
◆본심 심사위원=김기택·이수명(대표 집필 이수명)
◆예심 심사위원=김수이·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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