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오지 기행 고요로 들다
마음 깊이 숨겨 놓았던 영혼의 오지 속으로 떠나는 여행!
민통선에서 제주도까지 23명의 시인들이 찾아낸 산과 섬 속의 오지『시인의 오지 기행 고요로 들다』. 이 책은 오늘의 한국시를 이끌어가는 젊은 시인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오지의 비경들을 찾아 쓴 여행 에세이이자 오지 안내서이다. 2006년 겨울부터 2012년 여름까지 5년 6개월 동안 계간지 ‘시인세계’에 연재되었던 ‘시인의 오지 기행’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으로, 조은, 이문재, 손택수, 유홍준, 박후기, 이윤학 등 23명의 시인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찾아낸 각양각색의 오지를 만나볼 수 있다. 하늘이 감춰둔 땅을 찾아 인적이 끊긴 각자의 오지에서 사랑을 그리워하고 현실의 때를 닦아내기도 하는 다양한 오지의 풍경을 담아냈다. 시인들이 직접 답사한 후 작성한 교통편, 숙박, 맛집 안내 등 오지 여행을 위한 가이드 팁을 제공해 고요하고 평안한 여행지를 찾아가고 싶은 여행자에게 도움을 준다.
1 도원으로 들어가는 비밀 지도―강원도
<목차>
박후기 │ 강원도 살둔
강 건너 밤 지나 쓸쓸히 은진 간다 ________ 10
이윤학 │ 치악산 금대계곡
하늘과 만나는 이 길을… ________ 22
이문재 │ 강원도 단임골
강원도가 내 몸 속으로 들어온다 ________ 38
유영금 │ 정선군 임계
석이암산자락 너와집 ________ 54
전윤호 │ 강원도 정선
도원으로 들어가는 비밀 지도 ________ 68
박용하 │ 강릉 교산
사람 마음만한 오지가 있겠는가 ________ 80
2 내 영혼의 거처―섬 속의 섬
손택수 │ 신안군 다도해
가거도에서 만재도까지 ________ 94
이기와 │ 서해 굴업도
내 영혼의 거처, 절해고도여 ________ 106
이대흠 │ 제주도 입석동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고 싶은 고요 ________ 120
우대식 │ 전북 서해 식도
칠산 앞바다 불은 꺼지고 ________ 134
이종만 │ 통영 두미도
동백꽃 붉은 용암으로 넘치는 섬 ________ 146
김 산 │ 서해 세어도
보물섬 세어도를 가다 ________ 160
3 시간이 흐르지 않는 자연 공간―경상도
조 은 │ 청송 주산지
자연과 하늘의 언어가 담긴 호수 ________ 174
이진우 │ 거제도 공고지
시간이 흐르지 않는 자연 공간 ________ 188
유홍준 │ 거창 신원 임청정
아무나 오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 ________ 200
고영민 │ 경북 상옥, 하옥마을
첩첩산중 산골마을 ________ 214
김은정 │ 거제 대포마을
기원전 1만 년, 그 선사의 흔적 ________ 226
4 팔 할의 바람이 머무는 곳―전라·충청·경기도
고 영 │ 부안 대소마을
생의 어딘가 아플 때 ________ 242
이원규 │ 지리산 와운마을
언제나 첫마음인 지리산 ________ 258
김규성 │ 담양 용대리
팔 할의 바람이 머무는 곳 ________ 270
김상미 │ 대청호 법수리
물 속에 잠긴 어부동의 한 마을 ________ 286
한우진 │ 괴산 중말
적사 아래에 핀 화전 ________ 300
최창균 │ 파주 민통선
이 땅의 허리띠 풀어 들어가다 ________ 316
[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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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 23인이 오지에 간 까닭은
한국경제2012.07.02 22:52
'강원도의 산들은 높이를 버리고 초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초록을 감당하지 못하는 나무들은 밤새 초록을 계곡으로 방류합니다/열목어들이 쿵쾅거리는 물 속에서 눈을 크게 뜨는 아침/젖은 이부자리 개키며 바라보는 앞산 허리에는 비안개가 자욱합니다' (이문재, '서신' 부분)
23명의 시인들이 '오지'로 떠났다. 최근 나온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문학세계사)에서 이문재 손택수 박후기 등 한국시단을 이끌어가는 젊은 시인들이 파주 민통선에서 제주도까지, 국토 곳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오지의 문을 열었다. 그들이 가기 전엔 오지였을지 몰라도 시인의 미문(美文)과 만난 후에는 '도원'이 되고 '영혼의 거처'가 된다.
오지라면 강원도가 첫손으로 꼽힌다. 시인 박후기 씨는 홍천에 있는 살둔마을을 다녀왔다. 추월하지 않으면 낙오될 것만 같은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길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마음 또한 더불어 편안해진다고. 그는 "쉽사리 타인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 나의 내면도 오지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박씨는 15년 전만 해도 살둔은 산속의 섬이었다고 회상한다. 소양강물이 새을(乙)자로 물돌이동을 만들어 가둔 동네가 이곳이다. 나룻배가 아니면 외지에 나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뚫리고 강 위에 다리가 놓였다. 그래도 여전히 살둔은 아름다운 강마을이다.
시인 손택수 씨는 남도의 섬으로 간다. 목포항을 떠난 여객선이 신안군 다도해 지역을 통과한다. '물 속으로 뛰어든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숨을 토하듯 파─ 물 위로 머리를 내민 바다'를 지나 가거도에서 만재도까지 다녀왔다.
'배가 해를 안고 바다를 다린다/꾸욱꾸욱 주름을 펴며 수평선을 건너간다/복화술사처럼 한일자로 입을 다문 수평선/저 과묵 속엔 얼마나 많은 파란만장이/물결치고 있다는 말인가' (손택수, '수평선' 부분)
손씨는 섬을 향한 꿈은 별을 향한 꿈과 같다고 했다. 별이 수직상승을 통해 닿을 수 있는 섬이라면, 섬은 끝없는 수평이동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별이라는 것. 후박나무 향과 초록의 이파리들로 가득한 가거도는 걷기의 욕망을 부채질하고, 만재도는 생의 마지막 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고 한다.
시인들은 이 밖에도 강원 경상 전라 충청의 많은 오지를 독자 눈앞에 데려다 놓는다. 포크레인이 아닌 아름다운 언어로 하는 개발인 셈이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나라가 좀 더 넓고 깊어진 느낌이다.
박한신 기자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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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잊지 못할 ‘마음의 오지’
한겨레2012.07.01 17:30
[한겨레]시인 23명이 찾은 산·섬·산골…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문학세계사)는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책이다. 시인 23명이 찾아낸 산과 섬, 숲속의 오지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의 오지>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던 이문재 시인은 강원도 단임골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원도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힌다는 이 마을에 시인은 1994년에 취재차 처음 들어갔다. 거기서 하룻밤을 자고 난 아침, 그가 만난 풍경은 이런 것이었다.
"사방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찬란했다. 산간에 들이퍼부어지는 햇살은 새소리와 버무려지면서, 공중에서 은박지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햇살과 새소리에 빈틈이 없어서, 문 밖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단임골에 전기가 들어오고 길이 뚫리며 지자체는 이 오지 마을을 테마 마을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마음의 오지'를 허락하지 않는 세태를 반영하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강원도 내린천 상류의 오지 마을 살둔을 소개하는 박후기 시인의 글에서도 반갑지만은 않은 변화에 대한 아쉬움이 만져진다. 그렇지만 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선 2층짜리 귀틀집 살둔산장은 오지 여행객들의 심신을 넉넉히 다독여 준다. "저마다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둔산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봉인을 뜯듯 밤새 산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의 흉금을 텄을 것이다."
손택수 시인이 찾은 전남 신안군 만재도는 우리나라에서 뱃길로는 가장 먼 섬이다. 시인은 말한다. "내 생에 마지막 단 한 시간만이 주어진다면, 만재도에 있겠노라고. 만재도의 달피미짝지 몽돌해변에 앉아 달과 지구와 내 몸이 연주하는 파도 소리를 듣겠노라고." 이밖에도 이원규 시인의 지리산 와운마을, 이진우 시인의 거제도 공고지 등이 도회의 번다함에 지친 독자들에게 유혹적인 손짓을 한다.<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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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모두가 떠난 오지 마을 詩人을 만나 詩가 됐네
동아일보2012.06.30 07:10
[동아일보]
강원 홍천군 살둔산장. 시인 박후기는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를 가슴에 안고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봉인을 뜯듯 밤새 산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흉금을 터놓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학세계사 제공 |
다가오는 휴가철. 이름난 휴가지는 도심 못지않게 번잡하다. 바가지 상술은 얄밉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지만 되레 쌓이기 일쑤. 인구 5000만 명을 넘었다는 한국에서 이제 한적한 곳은 없는 걸까.
박후기 손택수 이문재 김산 고영 등 시인 23명이 전국 곳곳의 오지를 찾았다. 강원도 골짜기 산장, 충북의 수몰지 인근 마을, 뭍에서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전라도의 외딴 섬. 인적이 끊긴, 또는 드문 이런 곳에서 시인들의 시상(詩想)은 풍부해지고 사색은 깊어진다.
강원 홍천군 살둔마을을 찾은 시인 박후기는 이렇게 말한다. "물리적인 거리, 혹은 도달 시간만을 두고 말한다면 더이상 '오지'는 없다. 마음에서 잊힌 곳을 찾아간다고 했을 때, 오지라는 말은 비로소 원래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전남 신안군 앞 다도해를 찾은 시인 손택수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수평선은 하나의 일현금(一絃琴)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튕길 수 없는 그 한 줄이 무수한 몽상을 가능케 한다."
강원 정선군 단임골을 찾은 이문재는 13년 전 이곳에서 보낸 아침을 시처럼 표현했다. "전파가 잡히지 않아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던 곳. 그해 6월, 하룻밤 자고 문을 열었을 때, '귀가 캄캄했다'. 사방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찬란했다. 산간에 들이퍼부어지는 햇살은 새소리와 버무려지면서, 공중에서 은박지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지에는 빈집이 흔하다. 온기가 사라진 집은 아프게 쓰러져 간다.
충북 보은군 어부동의 한 빈집 앞에서 시인 김상미는 읊조린다. "빈집을 만나면 매운 고추라도 먹은 것처럼 아린 기운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픈 기운이 몸속으로 퍼져나간다."
막상 오지에 가면 별 볼 것이 없을 수도 있다. '근처에 민박집도 음식점도 거의 없다'는 한 시인의 솔직한 고백처럼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오지를 찾고, 그곳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본다. 그렇게 사람들의 휴가는, 인생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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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오지를 찾아간 시인들, 숨어든 삶 사이를 마음으로 거닐다
경향신문2012.06.29 20:15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
박후기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331쪽 | 1만4000원
강원도 살둔, 치악산 금대계곡, 서해 세어도, 거제 대포마을, 괴산 중말…. 이른바 오지라는 곳이다. 요즘 세상에 오지가 얼마나 되겠나 싶지만 여전히 꼭꼭 숨은 땅이 드문드문 있다.
문명의 발길로부터, 도시인의 호기심으로부터 숨은 오지를 찾아 시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이 책은 민통선에서 제주도까지 오지 23곳에 대한 기행문이다.
TV 프로그램 < 해피선데이-1박2일 > 에 등장하는 바람에 많이 알려진 만재도. 손택수가 만재도를 찾았을 때만 해도 외지인의 손이 안 탄 섬이었다. 신안군에서 바닷길로 가장 멀어 '먼뎃섬'이라 불리는 만재도는 고요의 섬이다. 손택수는 적막한 해변에 앉아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고요함의 가치를 재발견한다. 그는 생애 단 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만재도에 있겠다고 말한다.
이문재에게 강원도 단임골은 '마음의 오지'다. 그야말로 '혼자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마음의 오지란다. 이문재처럼 서울살이에 지치고 갑자기 푸른 것이 미치도록 보고 싶은 사람은 마음의 오지 하나쯤 간직하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제주도에도 오지 마을이 있을까. 이대흠은 제주도에서 오지 마을을 찾으려 한 달 동안 헤맸다. 그러다 한라산 중턱에서 입석리를 만났다. 세 가구가 전부인 마을.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 사투리를 쓰는 노인들.
오지란 낯설면서 정이 드는 곳이다. 그는 입석리를 '팽나무의 여린 잎에 어린 그늘 같은 고요'로 표현했다. 이대흠은 힘들게 찾은 입석리에 머물수록 자꾸 숨기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사람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 오지 여행. 하지만 시인들의 오지 기행은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오지 마을 주민들의 색다른 삶 이야기는 도시인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윤학은 오지 사람을 '왕따'로 표현했다. 왕따이기를 자초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가 찾아들어간 치악산 금대계곡에는 6명의 왕따가 살고 있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제 발로 금대계곡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반면 도회지 사람은 왕따가 되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그는 왕따가 되지 않으려 애쓸수록 왕따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고 일침을 놓는다.
거제도 공고지에는 단 한 가구만 산다. 이진우는 공고지를 상식으로 이해가 안되는 지역이라 정의한다. 1969년 자녀들을 이끌고 공고지에 들어온 노부부는 수십년간 계단식 밭을 일구고, 해안가에 몽돌 돌담을 쌓았다.
공고지 3만평은 노부부의 사유지라고 하는데 거제시는 이곳을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했다. 개인 소유 관광지이지만 입장료 따위는 없는 특이 지역이다. 공고지는 문명과 발전을 거슬러 산 한 가족의 50년 역사가 오롯이 담긴 공간이다. 오지를 이해하려면 거기 사는 사람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우대식은 부안군 '밥섬'에서 강술을 마시는 바다 사내와 고된 노동 자체가 삶인 아낙네들을 만난다. 이종만은 통영 앞바다 두미도에서 '바닷가의 바위들처럼 파도와 바람에 꿋꿋하게 맞서면서도 둥글둥글 동화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스케치했다. 이들을 보노라면 섬사람의 삶 자체가 이제는 오지로 남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지로 향한 시인들은 길 위에서 시를 썼다. 시인들은 발이 아닌 마음으로 오지를 걸었다. 오지에서 노래하는 시는 글맛을 돋우기도 하지만 읽는 이의 몸과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이 여름 마음의 번화가를 벗어나 고요한 오지로 가자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서영찬 기자 akirame@kyungh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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