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노년 예찬(禮讚)

Bawoo 2015. 1. 20. 11:10

 

 

노년 예찬(禮讚)

 

 

 

 

 

내려놀 수 있어서

 좋다.

 

하고 싶었던 일

남 부러웠던 일들

그리도 많았던 젊은 시절에는

할 수 없어서

이룰 수 없어서

마음 아프고 초조했었으나

이젠 그런 마음

다 비워버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호화찬란한 대저택은  아니라도

 비바람 피할 수 있는 내 오두막 있고

 

진수성찬은 아니라도

배 고프면 아무 때나

차려 먹을 수  있는 내 한끼 밥 있고

 

자나깨나 근심 걱정으로 키우며

잘 되기만을  바래 온 자식

이제 장성하여 자기 스스로의 삶을

살기 시작했으니,

 잘 살아주기만을 바라면 되니

그래서  좋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는 몸을

느낌으로 알 수 있으나

이는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일.

 

삶의 끝자락이

어느 때일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아내 그리고 나 크게 아프지 않고

지금 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날려버릴 정도의

나도 어쩔 수 없는

바깥 세상으로부터의

커다란 거센 비바람만 없다면,

 

머리 아픈 세상 일에 휘말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나 하고 싶은 일 하며 지낼 수 있는

지금의 늙음이

늙어가고 있음이 너무 좋다.

 

 

길을 가다가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를 봐도

'저 아가씨 참 아름답게 생겼네' 하며

그냥 무덤덤하게 쳐다만 봐도 되는

그런 나이가, 몸이 되어 있음이 좋고

 

높은 학력,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으나

마음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절쩔매고

어쩔 수 없이 눈높이보다 낮은 일을 해야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니,

 

젊은 시절 참 힘겹게 살았었지만

나라가 가난해 많은 이들 그리 살았고

나 또한 그리 살았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었던

일자리가 넉넉하던  행운의 시대를 만나

젊은 시절을 보낸 것도

고마운 일이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커다란  회오리 바람과도 같은 것이니

그 바람을 헤쳐 나오려면

온갖 힘을 다 기울여야만 되는 것이니

그 회오리바람이 

그리 크지 않았던 시대를 

젊은 시절 지나 온 것이

돌아보니 참 고마운 일이다.

 

비록

나 하고 싶었던 일

젊은 시절부터 못하고 산

아쉬움은 있지만

그것은 자기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태생적 행운이 뒷받침됐을 때나

가능한 것이니

젊은 시절부터 그리 살 수 있는 행운을

만나는 사람보다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니

이런 아쉬움은 아예 생각않는게

살아가는데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법.

 

그래서 젊어서부터 하고 싶던 일

어쩔 수 없이 늦게 시작했고

시행착오도 있긴 했지만 

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지낼 수 있는 

지금의 이 늙음,

번다한 세상살이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쓰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하루하루가 편안한 나날인 

이 늙음,

젊은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몸과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금의 이 늙음이 좋다.

 

 

살아오면서

이러저러한 여러 시련이 있었으나

그 시련들이

지금의 이 삶을 위한

 담금질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니

 

한때 힘들었던 시간

그것도 이제는 먼 기억 속으로 사라져

아른아른 언제였던가 싶어져 있는

지금의 이 늙음이 너무 좋다.

 

 

때론,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

내가 갖고 싶었던 명예를

갖고 있는 사람들,

부러운 적도 있긴 했으나

 

그들의 삶이

내가 원했던 그런 삶의 모습은 아니고

그들이 갖고 있는 부와 명예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것이고

 

나는 나대로

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어서

굳이 그들을 부러워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

 

그들은 그들대로 그리 살고

나는 나대로 내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니

 굳이 부러울 일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며 지낼 수 있는

지금의 이 늙음이 좋다.

 

 

설사 ,

내가 이것들을 갖고 있더라도

지금처럼 이리  자족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그 부와 명예에 얽힌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것은 내가 꿈꾼

그런 삶의 모습은 아닐테니 

그것을 굳이 부러워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지금의 내 삶의 모습은 ,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의 모습은 ,

 

만약 운명의 신이 있어서

사람들 저마다의 삶을 

각자 주어진 몫대로 살도록 

예비해 놓은 그런 모습인 것이라면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겪은 많은 힘들었던

크고 작은 피할 수 없었던 일들 .

 그 일들 가운데서

언제나 벗어 날 수 있게 해준 그것도

 운명의 신이 예비해 놓은  것이 맞다는

내 믿음이 틀림없는 것이라면

나의 지금 이 삶은

운명의 신이 정해준

그런 삶인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삶,

 돌아보니

그리 쉽지는 않은 날들도 많았었으나

짧지 않은 지난 시간들

그래도 큰 탈 없이

행운의 삶을 살아온 셈이라고 봐도 되니

 

남들이 보면

별 것 아닌 삶을 산 것일지도,

혹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나대로의

내 열심히 살아 온 삶에 대한

긍지를 갖고 지내왔고

지금도 그러면서

지내고 있으니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책 읽는 일

 

남들이 보면 별 것이 아닐수도 있겠으나

나에겐 평생 하고 싶었던

젊은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이 일

그러기에 내게는 결코 별 것이 아닌 일

 

이 일을 하고 지낼 수 있는 ,

세상의 혼탁함에 섞여지 않고 지내도 되는 ,

지금의 늙음

이 늙음이 너무 좋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이 늙어지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턱

이 문턱만 좀 더 천천히 넘게 되기를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이 일들

원없이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넘을 수 있게 되기를

 

그리만 된다면

다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은

세상 그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마음일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의 이 늙음,

늙어가고 있음이

너무 좋다.

 

노년 만세!

 

 

 

                                                      

 

  2015. 1.18 아침   

  Johan Peter Emilius Hartmann 의 교향곡을 들으며 쓰기 시작해서 

 

 1.24. 아침,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들으며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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