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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불평등과 사회적 국가

Bawoo 2015. 3. 4. 22:36

‘21세기 자본’에서 저자 피케티가 핵심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유국가들의 부의 불평등이 역사상 가장 심했던 19세기말~20세기 초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의 축적은 성장률과 자본수익률의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반면 자본수익률이 이를 웃돌 때 부의 집중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고 한다. 21세기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1~1.5%, 자본수익률은 역사적인 평균 4~5%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의 집중과 그에 따른 불평등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떤 경우도 과도한 부의 불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20세기 동안 국민소득 대비 총자산(부)의 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다. 전쟁의 충격도 있지만 자본을 규제하는 다양한 세제 및 금융정책 덕분이었다. 최고 세율이 94%까지(영국) 치솟았던 누진세의 도입은 자본규제의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 역할도 함께 강화되었다. 피케티는 이러한 국가를 ‘사회적 국가’로 부른다. 1980년대 이후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 다시 심해지고 있지만 부유국의 사회적 국가 특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사회적 국가로서 역할은 ‘국민소득 대비 세금의 비율’로 측정된다. 이 점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가령 ‘국민소득 대비 총세수 비율’은 1900~1910년 이전까지 10% 미만이던 것이 1920~1980년 3~4배 증가해 국민소득의 3분의1에서 2분의1에 이르렀다. 1980년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이 비율이 계속 유지된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 30%, 영국40%, 독일 45%, 프랑스 50%, 스웨덴55% 수준이다. 신자유주의 도래로 정부의 역할이 줄었다고 하지만 국민소득의 3분의1에서 2분의1을 세금으로 거두어 국민을 위한 각종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국가의 모습은 지난 30여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

정부지출의 절반은 의료와 교육, 다른 절반은 대체소득(연금, 실업급여)과 이전지출(가족수당, 최저보장소득 등)에 쓰인다. 전자의 지출은 국민소득의 10~15%, 후자의 지출은 10~15% 혹은 20%를 차지한다. 실제 선진국에서 교육과 의료서비스는 대부분 공공지출로 이뤄진다. 유럽에서는 75%, 미국에서는 50% 수준이다. 한편 ‘대체소득과 이전지출’을 위해 쓰이는 국가지출 중 3분의2 내지 4분의3은 연금으로 간다. 유럽에서 이는 국민소득의 12~13%, 미국에선 6~7% 수준이다. 다음은 실업보험금으로서 국민소득 1~2%에 해당한다. 가장 적은 부분은 ‘생계보조를 위한 지출’로서 국민소득의 1% 미만이다. 이렇게 해서 총 사회적 지출은 국민소득의 25~35%에 달한다.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은 재분배다. 그러나 피케티는 현대적 재분배란 부자로부터 빈자에게로 소득을 이전하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신 의료 교육 연금 최저보장소득 등에서 국민 모두 동등한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게 현대적 재분배다. 국가의 사회적 서비스 확대를 통해 부의 불평등이 초래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선 세수증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 국민의 세부담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피케티는 강조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그중에서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서 공공서비스로 제공하느냐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전달을 위해 공공부문의 조직과 운영을 효율화하느냐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레드텝(red tap)을 없애며 관료독점을 배제하는 등이 곧 공공부문의 합리화 내용이다. 그러나 사회적 서비스 확대는 누진적 자본세의 (재)도입과 같은 자본에 대한 선별적 규제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게 피케티의 각별한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