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지난 날들에 추억-맞아도 싼놈^^

Bawoo 2013. 2. 26. 19:29

73~74년 군 복무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제 군 복무 기간이  바야흐로 반환점을 돌기 시작한  17개월 정도가 될 무렵 새로 이등병이 전입되어 왔는 데 이 친구 보직이 놀랍게도 부대장실 당번병이었읍니다.

 

 당시 부대장실 당번병 보직은 부대장 계급이 대령이어서 부관을 둘 수는 없을 경우에 부관의 역할을 대행하는 것이나 마찬 가지인 자리였기 때문에 부대장의 각별한 신임이 없으면 불가능한 보직이었는데 이 신참 이등병이 그 보직을 맡은 겁니다.

당시 내가 아는 정보는 그 친구가 국립s대 재학중  입영을 연기하다 하다 못해 군에 왔다는 정도였는 데 나중에 그 배경을 알게는 됩니다.암튼 당시는 대학 출신이 귀한 시대였기도 하지만 s대 출신은 보기가 쉽지 않았으니 그런 거 아닌가 막연히 생각했었읍니다.

 

그런데 이 친구 한 1년 정도 지난 뒤 내무반에서 전원이 지켜 보는 가운데 고참병들한테 몰매를 맞는 사건이 터집니다.

 

당시 계급으로 최선임이었던 저는 그가 몰매 맞는 걸 막아 주지 못한 미안함에 많이 자책을 했고 한창 사회 생활을 할 때도 그런 마음이었었습니다.사실 제가 그들을 제지했다면 결국은 계급으로 선임인 제가 이기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들을 제지 못한 건 후방 부대인 제 복무 부대의  내무반 운영을 고참병 위주로 이끌어 가는 중대장,선임하사의  자기들만 편하면 된다는 원칙에 벗어난 중대 관리 방식 때문에 내무반에서의 제 입지가 애매했던 것이 제일 큰 이유이긴 했지만, 어쨌던 "같이 힘들게 고생하는 사람들 끼리 왜 선임이라고 후임병을 못살게 굴고 그 후임병은 고참병이 되면 다시 후임병을 힘들게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는 생활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 이러면 안되는 데"라는 생각으로 군 생활을 했던 제게 있어 몰매를 막기 위한 어떤 시도도 못 하다가 다 끝날 무렵에 그나마 조금 제지해 준  정도인 것이 두고두고  미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에 대한 생각이 미안함에서 "잘 맞았다"로 바뀌게 된 건 정확히 언제 부터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소위 말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문제를 가지고 울화통이 터지면서 부터 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권리는 누리고 의무는 이행안하는 행태"는 조선조 신분제에 뿌리가 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쾌도난마 조선 정치'등 가벼운 역사서를 참고하세요^^. 당시의 못 된 악습이 지금까지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이 친구가 왜 맞아도 쌌었는지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 친구는 전입 쫄병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내무 생활에서의 쫄병 역할-식기 당번,내무반 청소등-에서 열외였읍니다.부대장실 근무 탓에 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부러 내무생활 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서 일차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다른 내무반 동료들에게 부러움 내지는 질투심을   생기게 했을 터인데  이 친구는 여기에다 오불관언 "난 너희들과는 다른 선택받은 사람이야"라는 느낌을 주게하는 처신을 하였읍니다.

 

현역으로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병의 군 생활에서의 영향력은  제대 날짜가 얼마나 적게 남았는가의 순서로 힘을 갖습니다.그 힘은 갖고 있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사용 강도가 다르지만 어쨌던 같이 생활하는 모두가 인정하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힘입니다.이 힘을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쫄병에게 괘씸하다는 생각을 안 할 고참병은 아마 없을 껍니다.

군 생활이 새까맣게 남은 쫄병이 내무 생활도 안하는 보직에다 "나 S대 출신이고 집안이 막강해"라는 표가 나는 처신을 하면 괘씸하게 생각하지 않을 고참병이 누가 있겠읍니까?

 

더군다나 후방 부대에 근무하는 현역병들의 대부분은 저 같은 행운을 얻은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크던 작던 후방에 근무하기 위한 비공식적 노력이 가능한 배경을 갖고 있는 친구들입니다.단적인 예가 제가 근무한 부대가 부산에 있을때는 부산,마산지역이 연고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부대가 광주로 이전을 하니까 광주 인근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들이 전입되어 오는 것으로 알 수 있었읍습다.그러니까 각자 나름대로의 힘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라고 봐야 됩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웧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처신을 하는 걸 내무생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기도 했고 "다들 좋은 시절에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아래 고생들 한다"는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쫄병들을 대했던  제 눈에도 "저 친구 너무 잘난척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힘든 쫄병 생활을 다 겪고 고참병이된  친구들 눈에 얼마나 얄미웠겠읍니까?

 

그래도  S대를 목표로 공부하였으나 시험도 못 본 제게 있어 S대 출신인 그 친구는 어떤 면에서 특별한 의미였는 데 마침 나이가 동갑이여서  탁구같은 운동도 같이 하고 하는 방식으로 개인적으로 친해지려고 해봤었습니다.그러나 이 친구는 제가 한참 선임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워지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보였고 오히려 "자기 매형이 경찰 계통 고위 간부"라는 얘기를 내뱉듯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베트남 쪽에 기술 취업을 하고 계셨던 부친으로 부터 송금이 끊겼다는 우울한 소식을 모친에게서 전해 듣고 있던 때여서  제대 후 복학은 커녕 가계를 떠맡아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던  제게 그 친구의 내뱉듯 던진 그 말은 한마디로 절절한 부러움이었읍니다.

 

남들에게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명문 학교를 가는 것은 어쨌던 본인의 노력도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가족들이 뒤에 버티고 있어 아무런 걱정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태어 난다는 것은 진짜 행운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중,고를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우수한 자질이 있음에도 상급학교 진학을 꿈도 못 꾼 동창들을 수없이 봐 온 저로서는 그런 그가 한없이 부러웠었습니다.당장 저도 앞 날이 어찌될 지 모른 상황이었고요.

 

그러나  이 친구는 자신이 갖고 있는 풍요로움을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할 줄 알았지 베풀 줄을 몰랐고 ,군 복무중인 당시의 자신의 위치가 자신이 군에 오기 전 갖고 있던 사회적 배경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쫄병의 자리였다는 것을 망각하는 오만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이 친구가 고참병들에게 "저만 군 생활을 편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술이라도 한잔 샀다면,고생하는 자기와 비슷하게 군 생활을 한 친구들에게 "고생들 하는 데 나만 편히 지내서 미안하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며 어울리려는 노력을 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그리고 내무반 전체를 위한 회식 자리를 한번이라도 마련했었다면 아마도 몰매를 맞는 일은 없었을 껍니다,아니 오히려 이쁨을 받았겠죠.그러나 이 친구는 그럴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는 커녕 오히려 반대로 행동을 했습니다.

 

이 친구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함께 피교육생을 관리하는 학생대대로  발령이 나게 되는 데 그 배경에는 전임 하사관들의   피교육생을 상대로 한 금품 수수 사건이 터지면서 부정을 안 저지를 다시 말하면 군 생활 경력을 불문하고 집안이 풍족한 친구들을 배치하여 우선 부정을 없애겠다는 학교장-부대장-의 뜻이 작용한 거 였읍니다.단  저만은 가정적 배경이 아닌 순수하게 학교장이 부정을 안 저지를 친구로 인정한 발령이었고요,^^

 

이때 이 친구를 포함 집안의 여유로움을 인정받아 부정을 안 저지를 것으로 인정돼 발령받은  쫄병 4명이 저한테 보고도 없이 월담을 하여 술을 마시고 들어 오는 사건이 터집니다.당시 난리를 피우는 저를 보고 당직 사관인 선임하사가 "쫄병들 하나 통제 못한다"고 되게 야단을 친 기억이 있는 데 저는 무엇보다도 호감을 갖고 있던 이 친구에게 인간적으로 실망을 하게 되어 노골적으로 계급이 아닌 인간으로서 경멸스럽다는 시선을  많이 보내게 됩니다.

 

이후 제대하기 3개월전 부대장실에 근무하게 될 때에 그 친구의 오만하던 눈 빛이 흔들리는 걸 잠시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은 온갖 배경이 다 동원되어 근무했던 부대장실에 아무런 사회적 배경이 없는 제가 부대장의 직접 부름을 받아   근무하게 된 게 존경스럽다(?) 뭐 그런 뜻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친구 좋은 학벌,집안을 배경으로 사회생활을 잘 했을 것으로 짐작되나 만약 군생활에서의 처신을 사회에서도  그대로 했다면 글쎄요..상상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요^^. 암튼 세상은 가진 자들이 우선인 법이니까요... 인간 세상은 뭐그리 아름답지는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ㅋㅋ

 

                                                                                                               2013.3.1 삼일절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