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친척 아저씨 이야기

Bawoo 2013. 3. 3. 11:47

국민학교 동창 중에 가까운 친척 아저씨뻘 되는 분이 있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였는지  나보다 서너살 많았던 것으로 아는 데  같은 학년을  다닌 것입니다.공부도 꽤 잘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졸업 후 결국 상급학교 진학을 못했고 그 이후의 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척 애경사 때 비로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게 있어서는 동창이라는 생각 보다는 친척 아저씨로 대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웠던 이 아저씨를 동창 모임에서 만난 것은 아마도 40이 넘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자그마한 시골 학교 출신들이라 초,중등 동창이 거의 같은 얼굴이어서 초등 동창만의 모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 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급학교 진학을 못한 초등 동창끼리의 모임은 쭉 있어 왔었는데 내게 연락을 안해 오다가 그때 처음 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 집안 형편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못한 초등 동창을 만나는 것은 졸업후 처음 이었던 자리였는 데  친척 뻘인  이 아저씨는 친척 모임에서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급기야는모임에 참석한  동창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말다툼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그 아저씨와 내가 가까운 친척 사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동창들은 무척 신기해 하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예의 주시하는 눈치였는 데 그 해는 내가 먼저 모임에서 빠져 나오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동창 모임에서 1년만에 만난 아저씨는 나를 보자 또 다시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이제우리 사이를 알 게 된 동창들은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 호기심 어린 눈 빛으로 지켜 보는  모습들이었습다.

 

"이거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나는 그 아저씨를 '얘기 좀 하자"며 밖으로 함께 나갔고 그 자리에서 나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를 말했읍니다. 요지는,

 

"아저씨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상급학교 진학도 못하고 너무 힘들게 살아 왔다고 생각하고 내가 부러운지 모르겠지만  나도 아저씨 보다야 편하게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내 꿈을 못 이룬 응어리를 가슴에 안고 지금까지 살아 오고 있다. 난 아저씨가 살아온 삶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자신의 책임은 0%도 없는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것을 극복하려 막노동판으로 전전하며 힘겹게 살면서 그 많은 동생들 그것도 동복도 아닌 이복인 동생들 다 뒷바라지 하면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는 아저씨의 삶이 얼마나 남에게 귀감이 될만한 훌륭하고 존경받을  삶인 데 남하고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갖냐? 절대 비교하지 말아라. 학력,학벌,좋은 직장 그런 거 다 무시하고 그들 앞에 당당하게 살아라. 객관적으로 볼 때 나보다 나은 사회적 위치와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 보더라도 절대로 주눅들지 말아라. 태어남이 선택이 아닐진 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본다. 나도 내 꿈이었던 대학 교수를 하는 동기들이 있지만 그들 앞에서 절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편한 아저씨, 조카 사이로 되돌아 왔고 어쩌다 친척들 모임에서 나를 마주할 때면 환하고 밝은 표정으로 반겨 주던 보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저씨 지금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젊은 시절 너무 힘들었던 삶을  술, 담배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탓인지 60이 채 안 된 나이에 폐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노후를 보내기 위해 처가가 있는 동네에  전원 주택까지 마련해 놓았는데 말이지요.

지금은 생전에  단지 낳아 주기만 했을 뿐인 부모님을 위해 고향에 마련해 두었던 묘소 옆에 잠들어 있습니다. 돌아가셨을 때 조문을 못 가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데  언제가 될 지 아직 기약이 없지만  죽기 전에 꼭 고향에 있는 이 아저씨 무덤에 큰 절 하고 술 한잔 부어 드리려고 합니다.


"아저씨 !늦게 와서 정말 미안해요.산다는 게 뭔지, 이제서야 아저씨를 뵙네요.거기에서는 편히 잘 계시지요? 잘 계셔야 합니다."라고 정답게 물어 보면서요........

 

                                                                                                     2013.3.3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