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1905~77)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506/01/htm_2015060115111401144.jpg)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살에 닿는 햇볕이 촛농처럼 뜨겁다. 팔다리가 그을리고, 마음은 고독하다. 장밋빛 하늘, 찐 감자, 수제비, 수박, 짧은 연애의 끝, 뱀의 탈피, 토란잎을 실로폰으로 두드리는 빗발, 일광 속에서 무뚝뚝한 고속도로…. 전대미문의 여름이 온다! 녹음(綠陰)이 내린 곳에 연못이 있다. 여름 아침은 오감으로 맞을 일이다. 오감에도 서열이 있으니 먼 곳을 인지하는 시각이 최상위고, 신체가 닿는 거리의 것을 인지하는 미각과 촉각은 최하위다. 소리에서 색을 보고 색에서 소리를 듣는 건 공감각이다. 칸딘스키 그림에서 음악을 듣고 김광섭의 시에서 시각적인 것의 돌연한 청각화가 가능한 건 이 공감각 덕분이다. 천지는 온통 녹음. 녹음에 물든 소리를 듣고 있자면 내 몸에도 어느덧 녹음이 물든다. <중앙일보 -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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