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고추밭으로 부는 바람
박완호(1965~
마땅한 찬거리가 없는 저녁 무렵이면 할머니
담장 옆 손바닥만 한 고추밭에 난쟁이처럼 쪼그리고
앉은뱅이고추를 한 바가지나 따시네
매운맛 되게 풍기는,
삼복의 논두렁을 겨우 건너온 할아버지
구부정한 발길이 지게작대기처럼 와 얹히는
초저녁 앉은뱅이고추밭
뙤약볕 아래 종일 시달리느라 축 처진,
막걸리 한 사발에 알딸딸한 할아버지
불그레한 낯빛마냥 얼얼한 바람 놀지면, 할머닌
알맞게 매운 풋고추를 따느라 정신없고
부엌의 가마솥뚜껑은 들썩들썩 입거품을 잔뜩 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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