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B 프랭크 지음
김홍래 옮김, 플래닛미디어
400쪽, 2만2000원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장군은 논란을 부르는 인물이다. 맥아더는 신적인 존재다. 그를 섬기는 무당도 있다. 반면에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그는 논란 그 자체라는 것을 『맥아더』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메리칸 시저’라며 그를 성웅(聖雄) 대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들도 있다. ‘중간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대한 인물에게만 위대한 흠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에겐 인간적인 흠도 많았다. 자기홍보에 열중했다. 자신의 잘못을 부하에게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부하의 공을 가로채기도 했다. 1930년 50세였을 때에는 이사벨이라는 필리핀 소녀를 미국으로 데려와 숨겨놨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과대망상증 환자’에 ‘마마보이’에 ‘오만한 사기꾼’에 ‘지독한 거짓말로 중대한 실패를 감춘 거짓말쟁이’라는 혹평도 있다. 호주 육군원수였던 토머스 블레이미(1884~1951)는 맥아더를 이렇게 평했다. “그에 대해 당신이 들은 최악의 말과 최고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이 드러내는 맥아더는 지장(智將)·용장(勇將)·덕장(德將)의 모습을 골고루 갖췄다. 우선 그는 지장이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 전략가’였다. “용감한 자들 중에서 가장 용감한 자”라는 찬양도 받았다. “복종할 수 없는 명령은 절대 내리지 말라”며 부하들의 충성심을 확보한 덕장이기도 했다.
미국의 저명 광고인 제임스 웹 영은 『손에 잡히는 IDEA(A Technique for Producing Ideas·1939)』에서 창조적인 사람은 고대 이집트 장례 절차에서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맥아더는 제임스 웹 영의 주장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냈다. 넓고도 깊은 지식이 그의 무기였다. 놀랍게도 그 자신이 지적으로 뛰어났던 맥아더는 남들의 천재성을 알아채 활용하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맥아더는 모든 문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트루먼 대통령을 비롯한 민간인 상관들과 종종 충돌했다. 군인 입장에선 전쟁을 정치가들에게 맡길 수 없다. 정치가의 입장에서는 그 반대다. 전쟁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정치와 군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알아보는데 『맥아더』는 많은 영감을 준다. 맥아더는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참전은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의 입장에서는 승리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 승리보다는 지지 않는 게 목표일 수도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1951년 4월 11일 새벽 1시에 맥아더를 해고한다. 맥아더는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어떤 사환도, 어떤 파출부도, 어떤 하인도 이처럼 무례한 방식으로 해고당하지 않을 것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남긴 맥아더는 “믿음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더 나은 세상이 온다”고 말한 낙관론자였다.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가 미국의 미래라는 선견지명을 지녔던 21세기형 인물이기도 했다.
『맥아더』는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이들의 리더십 함양에 좋은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맥아더가 군인으로서나 행정가로서 내린 좋은 결정, 나쁜 결정을 해부해 놨다.
최연소 소장, 최연소 육군사관학교 교장, 최연소 육군참모총장, 최연소 4성 장군이라는 일련의 ‘최연소’ 기록을 남겼지만 맥아더는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냈기에 행운아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행운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운이다.”
저자인 리처드 B 프랭크는 『몰락: 일본 제국의 종말』을 집필한 태평양 전쟁 전문 역사가다. 역자인 김홍래는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복무한 전문번역가다.
이 책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한국전쟁과 맥아더’라는 주제를 319~351쪽에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후 체제를 맥아더가 어떻게 수립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도 『맥아더』에 눈길을 주는 게 필요하다.
* 중앙일보 -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S BOX] 전쟁은 평화의 출발 ? 6·25를 보는 여러 시선
한국전쟁은 한국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당시 연합군을 지원한 67개국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단일 연합군으로 뭉친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6·25 전쟁 65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전쟁의 의미를 돌아보는 책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영국 저널리스트 앤드루 새먼이 쓴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책미래)은 영연방 국가에게 한국전쟁이 어떤 의미였나를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당시 군인들의 일기와 생존자와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제27 영연방 여단과 영국 해병대 41 코만도가 한반도에서 벌인 전투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가 쓴 『6·25 전쟁과 미국』(청미디어)은 당시 유엔군이 왜 북진통일에 실패했는지를 트루먼 미 대통령, 애치슨 미 국무장관, 맥아더 유엔군사령관 사이의 협력과 갈등관계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다. 중국의 전쟁 개입을 막지 못한 것은 중국 측의 경고를 단순한 위협으로 생각한 애치슨과 트루먼의 판단착오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쓴 이언 모리스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의 『전쟁의 역설』(지식의날개)은 전쟁은 비극이지만, 아주 크게 봤을 때 인류사회에 평화와 안전, 번영을 가져왔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냉전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 역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쟁으로 이룩한 평화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고 삶의 질도 높였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