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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가."
거대한 부를 거머쥔 '슈퍼리치'(Super Rich)들이 경제와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 한 영국인 저널리스트는 그 원인을 찾으려고 역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뒤 결론을 내렸다. '지금이 특별히 불공평한 건 아니었구나.'
슈퍼리치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사에서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족속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돈을 모은 방식은 매우 닮아있었다. 슈퍼리치들이 대체 어떻게 닮아있었다는 걸까.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의 저자 존 캠프너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부동산 재벌인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부터 애플의 스티브 잡스까지 너무나도 다른 방식으로 슈퍼리치가 된 사람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아낸다.
그 공통점은 슈퍼리치들이 권력을 잘 이용하고 변화를 잘 읽어낼 줄 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 보여서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이 대답은 64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안에서 이들이 어떻게 슈퍼리치가 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생명력을 얻는다.
15세기 고리대금업자였다가 예술 후원자가 된 코시모 데 메디치는 당시 최고의 권력이었던 교황청의 결핍을 채워주며 슈퍼리치가 된 대표적인 경우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의 경우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절 월 스트리트의 좋은 직장을 때려친 뒤 온라인 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 시대적 변화를 읽고 그 흐름에 올라탔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일반인과는 조금 다른 슈퍼리치의 '뇌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슈퍼리치는 일단 부를 열심히 쌓으며, 이후에 전용기나 휴양지 구입, 구단 인수 등을 통해 엄청난 소비를 한다. 그러나 소유를 통한 경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더 나아가 자선, 언론노출 등 평판관리를 통해 뭇 사람들의 존경까지 얻으려 한다.
이렇게 재산을 유지하고 평판을 얻기 위해 슈퍼리치는 때때로 어떻게 보면 비도덕적일 수 있는 방법들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는다. 홍보전문가를 고용해 언론을 주무르고, 은근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정도만을 사용한다. 이렇게 한끝에 이들은 사후에도 '좋은 부자'로 기억될 수 있다.
슈퍼리치를 고민케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규제도 아니고 세금도 아닌 '아들'이라고 말한다. 사고 치기 좋아하는 자녀가 평생을 지켜온 재산을 탕진해 버리지는 않을까, 내 사회적 지위를 허비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규제와 세금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슈퍼리치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저자의 주장이다. 슈퍼리치는 절대 법과 떨어져 지내지 않으며, 권력 지배층 또한 슈퍼리치와 끈끈하게 유착돼 사이를 틀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것, 이것 또한 슈퍼리치가 역사를 통해 지녀온 자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불러온 한 투자은행에 대해 ‘흡혈 오징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쓸 정도로 반골 성향을 지닌 저자의 글이기에 슈퍼리치를 꿈꾸는 독자 외에도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독자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존 캠프너 지음. 김수안 옮김. 모멘텀. 648쪽/2만5000원.
거대한 부를 거머쥔 '슈퍼리치'(Super Rich)들이 경제와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 한 영국인 저널리스트는 그 원인을 찾으려고 역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뒤 결론을 내렸다. '지금이 특별히 불공평한 건 아니었구나.'
슈퍼리치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사에서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족속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돈을 모은 방식은 매우 닮아있었다. 슈퍼리치들이 대체 어떻게 닮아있었다는 걸까.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의 저자 존 캠프너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부동산 재벌인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부터 애플의 스티브 잡스까지 너무나도 다른 방식으로 슈퍼리치가 된 사람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아낸다.
그 공통점은 슈퍼리치들이 권력을 잘 이용하고 변화를 잘 읽어낼 줄 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 보여서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이 대답은 648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안에서 이들이 어떻게 슈퍼리치가 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생명력을 얻는다.
15세기 고리대금업자였다가 예술 후원자가 된 코시모 데 메디치는 당시 최고의 권력이었던 교황청의 결핍을 채워주며 슈퍼리치가 된 대표적인 경우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의 경우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절 월 스트리트의 좋은 직장을 때려친 뒤 온라인 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 시대적 변화를 읽고 그 흐름에 올라탔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일반인과는 조금 다른 슈퍼리치의 '뇌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슈퍼리치는 일단 부를 열심히 쌓으며, 이후에 전용기나 휴양지 구입, 구단 인수 등을 통해 엄청난 소비를 한다. 그러나 소유를 통한 경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더 나아가 자선, 언론노출 등 평판관리를 통해 뭇 사람들의 존경까지 얻으려 한다.
이렇게 재산을 유지하고 평판을 얻기 위해 슈퍼리치는 때때로 어떻게 보면 비도덕적일 수 있는 방법들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는다. 홍보전문가를 고용해 언론을 주무르고, 은근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정도만을 사용한다. 이렇게 한끝에 이들은 사후에도 '좋은 부자'로 기억될 수 있다.
슈퍼리치를 고민케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규제도 아니고 세금도 아닌 '아들'이라고 말한다. 사고 치기 좋아하는 자녀가 평생을 지켜온 재산을 탕진해 버리지는 않을까, 내 사회적 지위를 허비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규제와 세금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슈퍼리치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저자의 주장이다. 슈퍼리치는 절대 법과 떨어져 지내지 않으며, 권력 지배층 또한 슈퍼리치와 끈끈하게 유착돼 사이를 틀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것, 이것 또한 슈퍼리치가 역사를 통해 지녀온 자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불러온 한 투자은행에 대해 ‘흡혈 오징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쓸 정도로 반골 성향을 지닌 저자의 글이기에 슈퍼리치를 꿈꾸는 독자 외에도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독자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존 캠프너 지음. 김수안 옮김. 모멘텀. 648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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