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친구의 손을 잉크로 그린 이 작품은 얼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손 마디마디마다 절절한 감정이 배어 있죠. |
판화작업을 많이 했던 뒤러의 손은 산화제 때문에 생긴 화상 자국으로 멀쩡할 때가 없을 정도였지만, 그의 손으로 세세하게 묘사한 어머니 그림은 가슴 찡하게 다가옵니다.
흔히 생각하는 어머니의 푸근한 모습은 아니죠?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인데, 자의식 강하고 완고하게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열여덟이나 되는 자녀를 낳고 살아온 63세의 어머니이니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짐작이 됩니다. 푹 파인 볼과 움푹 들어간 눈, 주름이 가득한 목, 꽉 다문 입에서 삶의 역경을 이겨온 강인한 의지가 보입니다.
▲ 뒤러가 그린 어머니 (1514, 목탄, 42.3x30.5cm, 베를린국립미술관)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내면의 고요함, 깊은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평생을 검소하고 근면하게 살아오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고, 긴 코와 윤곽에서 뒤러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의 주름살 앞에서 우리들 어머니 모습도 떠오르죠?
색깔도, 배경도 없이 어머니 모습에만 집중해 스케치한 이 그림에는 어머니의 생애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담담하고 사실적인 이 작품을 완성한 몇 달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니 더더욱 가슴이 저며 옵니다. 요즘 사람들이 영정사진을 찍어 드리는 심정으로 뒤러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담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원한 마음의 고향 ‘어머니’
시간을 25년 정도 되돌려 볼까요? 여기 뒤러가 그린 젊은 시절 어머니 모습이 있습니다. 마치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을 비교해보듯 흥미롭습니다. 이 시절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는 꽃다운 나이를 다 보낸 어머니 모습에 익숙해 있지만, 우리 어머니들도 이렇게 꽃미모를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죠. 젊은 어머니와 나이 드신 어머니. 이 둘을 비교해보니, 나이 드신 어머니의 주름이 마냥 가슴 아파집니다.
▲ 뒤러 ‘바바라 뒤러의 초상’ (1490, 목판에 유화, 47x38cm, 게르만국립미술관) |
“실패와 불행을 겪으면서도 인생의 신뢰를 잃지 않는 낙천가는 대개 훌륭한 어머니 품에서 자라난 사람”이라고 한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모로아의 말처럼, 어머니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아플 때 나보다 더 아프고, 어디서든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우리 모두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사랑한다”고 말이에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
* 자료 출처: 정보 - 책"어머니를 그리다 20쪽~23쪽/ 자료 수집- cafe.daum.net/julee1010/8Qfr/609 추억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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