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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居[한거] 四首 玄德升[현덕승]

Bawoo 2015. 9. 12. 06:38

   閑居[한거] 四首      玄德升[현덕승]

 

其一
湖山眞脫略[호산진탈략] : 산과 호수의 지경을 정말로 벗어나

十載閉空簾[십재폐공렴] : 십년을 부질없이 주렴으로 감추었네.

未暇追姬孔[미가추희공] : 문왕과 공자를 따르느라 틈이 없는데

何妨學老嚴[하방학로엄] : 늙도록 혹독하게 배움을 어찌 방해하리오 ?

 

聾多霆在耳[성다정재이] : 천둥소리 겨우 들리니 때마침 귀먹고 

年邁雪渾髯[연매설혼염] : 해가 지나니 구렛나룻은 희게 뒤섞이네.

寂寞應吾道[적막응오도] : 고요하고 쓸쓸히 나의 길에 응하니

人嘲也不嫌[인조야불혐] : 사람들이 비웃어도 싫어하지 않는구려.

 

其二
宿雲出竹房[숙운출죽방] : 오래된 구름 대나무 언덕을 떠나니

上書床[산조상서상] : 산새는 평상의 서류에 오르는구나.

夕照穿霞逗[석조천하두] : 저녁의 붉은빛은 노을을 뚫어 머물고

光風泛蕙香[광풍봉혜향] : 맑은 바람은 향기로운 풀들을 뒤집네.

 

長歌任衰白[장가임쇠백] : 늘 노래하며 쇠한 백발을 감내하고

孤坐度曛黃[고좌도훈황] : 해질녘 늙은이 모양 외로이 앉아있네.

近覺添生活[근각첨생활] : 친척이 나타나 생활에 보탬이되도록

新傳釀酒方[신전양주방] : 술을 빚는 방법을 새로이 알려주네.

 

其三
結茅溪水上[결모계수상] : 산골짜기 물 앞에 띳집을 지으니

簷影落潭心[첨영락담심] : 처마의 그림자는 못 가운데 쓸쓸하오.

醉睡風吹醒[취수풍취성] : 취하여 잠들다 바람이 불어 깨어나고

新詩和音[신시화음] : 새롭게 다시 읊으니 새들이 소리로 화하네.

 

放牛眠細草[방우면세초] : 내놓은 소는 가는 풀밭에 누워 쉬는데

驚鹿入長林[경록입장림] : 경계하는 사슴은 늘 숲속에 드는구나.

倚杖靑松側[의장청송측] : 푸른 소나무 곁에 지팡이에 의지하니

千峯紫翠深[천봉자취심] : 수많은 봉우리 푸른 자주빛으로 우거지네.


 

[조] : 원본에는 판본이 애매하게 섬 "島"자로 보이는데 시의 문맥으로 새 鳥바꿔 풀이합니다 !

 

其四
懶慢作勢起[라만작세기] : 태만한 기세로 일을 시작하니

巖㙜隨意行[암대수의행] : 높은 대에서 제멋대로 행하는구나.

鳧雛沙上睡[부추사상수] : 물오리 새끼들은 모래 위에서 졸고

魚子雨餘生[어자우여생] : 비오고 나니 물고기 새끼들 기르네.

 

雲物堪乘興[운물감승흥] : 많은 사물을 흥에 겨워 즐기며

溪山足放情[계산족방정] : 산과 시내에 제멋대로 머무는구려.

風流有欠事[풍류유흠사] : 풍류에는 흠이 되는 일이 있으니

無與耦而耕[무여우이경] : 너와 나란히 밭가는 일에 참여치 못하네.

 

希菴先生遺稿卷一[희암선생유고 1권]  律詩五言[율시오언]  1902년 간행본 인용

 

玄德升 : 본관은 昌原[창원]. 자는 聞遠[문원], 호는 希菴[희암]. 천안 출신.

1588년(선조 21) 진사가 되고 1590년 증광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광해군의 東宮記事官[동궁기사관]으로 侍衛[시위]하다가

몰래 娼妓[창기]와 잤다고 하여 승문원저작에서 파직되기도 하였으나, 전공으로 여러 곳의 수령을 지냄.

광해군이 즉위하여 실정함을 보고는 벼슬을 버리고 학문에만 열중하였다. 저서로는 희암유고 4권 2책이

있다.

 

* 출처:블로그<돌지붕>http://blog.daum.net/gudo57/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