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에 눈 먼 조선 상류층 갖은 방법 통해 수탈 일삼아
몰염치의 제도화로 끝내 파멸
現 제도 역시 부조리한 점 많아 나라의 백년대계 위해 혁신을
대한민국에 태어나 사는 현대의 한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나 6·25전쟁, 그리고 군사독재와 같은 아픈 기억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산다. 지금 그것이 현대를 사는 대부분 한국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일어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들은 지금을 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후손들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역사의 경로의존성이라고 하는 것 같다.
왜 우리가 일제의 강점을 겪었으며 동족끼리 전쟁을 하고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적지 않은 피를 흘렸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과 해설이 있다. 나아가 이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유형으로 치부해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를 보면 모든 질곡의 핵심에는 힘 있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 그리고 많이 배운 사람들의 몰염치가 있다. 그것도 몰염치가 역사적으로 제도화됐다고나 할까.
조선이 일본에 침탈당한 것을 두고 억울해 하는 사람이 많다. 당시 일본과 조선의 국력 격차는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침탈할 때의 경우와 같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면 그와 같은 억울함은 더할 것이다. 경제사학자 앵거스 매디슨의 추정에 따르면 합병 다음 해인 1911년 조선의 인구는 일본 인구의 25%, 조선의 1인당 GDP는 일본의 60% 정도였다. 바른 제도가 서 있었고 경영만 잘 되고 있었다면 조선은 일본에 병합당할 만큼 후진적인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제도와 나라의 경영을 보면 조선을 나라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양반이라는 힘 있고, 가진 것이 많고, 나아가 많이 배우기까지 한 집단은 병역과 조세의 부담을 거부했으며 왕이라는 사람들은 정권의 유지에만 모든 마음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양반들의 몰염치를 제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조선의 몰염치의 근원을 7대 왕 세조에게서 찾는 학자들이 있는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평자의 눈에는 매우 타당해 보인다.
세조, 그는 조선의 몰염치를 제도화한 임금이다. 사학자 이덕일이 쓴 '조선 왕을 말하다'라는 책에 보면 세조에 의한 제도 개악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명분 없는 정변으로 조카를 쫓아내고 집권한 수양대군은 정권을 보전하기 위해 소위 공신들에게 거의 무한의 특권을 주는 망국의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악랄한 제도는 세조의 후손으로 이어진 조선의 왕들이 개혁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양반계급이 갖가지 방법으로 백성을 수탈하는 더 나쁜 관습으로 진화해갔던 것이다.
한 나라가 멸망한 원인을 가까운 과거에서 찾아야 할 수밖에 없겠으나 물러나 바라보면 먼 과거에 그 씨앗이 있었음은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 이 창명한 아침에 어두운 우리의 과거를 거론하는 것은 세조 시대의 공신들이 추구했던 바와 같은 몰염치를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 때문이다. 선량하고 어렵게 사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집단들이 벌이는 권력과 정치 놀음, 돈 놀음, 그리고 지식 놀음을 접하다 보면 세조의 시대가 그리 먼 과거만이 아니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모든 몰염치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 때문에 후안무치가 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제도를 보면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이대로 둬서는 안 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 모든 분야에서 바른 제도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효율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덕이 바로 서 있는 것도 아니다. 힘 있는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가진 사람들의 금력에 의해, 그리고 많이 배운 사람들의 곡학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제도의 혁신 없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싶다.
<서울경제-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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