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성산포 - 고영

Bawoo 2015. 12. 3. 20:45

성산포

                                 고영(1966~ )
 

 

기사 이미지

 

물동이 지고

돌담길 돌아가는 아낙의 뒤를

물방울이 따라붙는다

반바지 말아 올린 순백(純白)의 허벅지에

유채꽃잎이 묻어 있다


―아즈방, 허벅지에 꽃 피었소!


눈 흘기는

아즈방 두 볼에

배시시

부끄러운 꽃물이

든다


“장밋빛 뺨과 입술은 시간의 칼날 아래 있지만 시간의 노리개가 아니다.”(셰익스피어) 육체는 시간 앞에 결국 쓰러지지만, 시간의 묘비가 되기 전까지는 삶의 연료(동력)이다. 그래서 물동이, 허벅지, 유채꽃잎이 범벅이 된 “아즈방”(아주머니)의 모습은 그 자체 생명의 경이로운 분출이다. 게다가 푸른 “성산포”라니. 허벅지에 핀 꽃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에 대해 “눈 흘기는” 시선 사이에 세계의 모든 사랑이 존재한다. 그 사랑은 때로 상처를 부르고 때로 희열을 부른다. 그러나 두 시선이 마주치는 최초의 순간만은 모든 혐의에서 자유롭다. 오직 사랑만 존재하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고영 시인
출생:경기 안양시 /데뷔:2003년 월간 현대시 신인상 수상 등단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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