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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셋 - 김형오

Bawoo 2015. 12. 5. 11:03

서른셋
                                                           김형오(1943~ )
 
기사 이미지

 

안개 새벽부터

논배미가 시끄럽다


아내가 곁두리 이고 왔다

어 각시 배가 좀 불렀네 히히


무시근 수줍다 할까

품과 품다의 사이가 아득하다

 

 

김형오 시인
출생:1943년 9월 20일 (만 72세)전북 순창군
수상:대한민국 한글학회장상  외 1건
  • 하늘에 섬이 떠서 (양장)2007.09.20


    새벽안개 속에 “논배미”에 나가 일하는 남편과 새참을 가지고 나온 아내를 그린 풍경이다. 논배미가 새벽부터 시끄러운 것을 보니 “서른셋” 젊은 남편의 노동은 힘찬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각시”의 부른 배를 보고 “히히” 웃는 것을 보면 살맛이 나는 모양이다. 노동과 임신이라는 시니피앙에서 징벌의 시니피에를 삭제한 이 씩씩한 생의 의욕 앞에 “각시”는 “무시근”(느리고 흐리터분하게) 수줍어한다. “품”의 명사성이 “품다”의 동사로 확장되는 시간이 아득한 이유이다. 아주 오래전 조국을 떠난 시인이 아직도 “곁두리” “무시근”과 같은 정겨운 모국어로 시를 쓰니, 그는 아직도 조국의 품 안에 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서른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