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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 - 윤중목

Bawoo 2015. 12. 10. 10:07

 

 

오만원 

                             윤중목 

기사 이미지

 

오랜만에 서울 올라와 만난 친구가

이거 한번 읽어보라며 옆구리에 푹 찔러준 책.

헤어져 내려가는 고속버스 밤차 안에서

앞뒤로 뒤적뒤적 넘겨 보다 발견한,

책갈피에 끼워져 있는 구깃한 편지봉투 하나.

그 속에 빳빳한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


문디 자슥, 지도 어렵다 안 했나!


차창 밖 어둠을 말아대며

버스는 성을 내듯 사납게 내달리고,

얼비치는 뿌우연 독서등 아래

책장 글씨들 그렁그렁 눈망울에 맺히고.

 

윤중목 시인은 등단(1989년) 후 무려 26년이 지난 얼마 전에 첫 시집을 상재했다. ?밥격?이라는 시집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의 시들은 생계의 사연들로 가득하다.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으나, 그러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모든 도움이 끊긴 생계는 ‘마지막 터미널’ 같은 것이다. 그 길에서 책갈피에 슬쩍 끼워 넣은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은 얼마나 큰 위로인가. 이런 “문디 자슥”들이 많은 세상이 천국이다.<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오만 원

 

[참고 - 시인에 대하여]

 

윤중목(1962년~)은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영화평론가이다. 경기도 전곡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9년 7편의 연작시 <그대들아>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저작활동

역사, 철학, 문학, 즉 문사철(文史哲)로 지칭되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2000년대 개봉된 20편의 한국영화를 평론한 <<인문씨, 영화양을 만나다>>란 책을 지었으며 이는 문화부선정 2007년 우수교양도서로 뽑혔다. 아울러 유년시절의 16편 드라마틱한 실화 에피소드들을 시적 여운과 감동으로 그려낸 에세이집 <<수세식 똥, 재래식 똥>>, 그리고 캐나다경제를 중심으로 한국경제 및 국제경제에 관한 시사교양을 다룬 저서 <<캐나다 경제, 글로벌 다크호스>> 등을 펴내기도 하였다.[출처: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