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글 모음♣ / 문화, 예술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라보엠’ 여주인공 미미는 당돌? 청순?

Bawoo 2015. 12. 22. 20:16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매년 그렇듯이, 크리스마스이브가 배경인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푸치니(사진)의 오페라 ‘라보엠’이 전국 곳곳에서 공연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라보엠’에서는 미미가 촛불을 불어 끄도록 하는 연출이 많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1막에서 여주인공 미미는 자취방을 비추던 촛불이 꺼지자 초를 들고 같은 건물에 사는 시인 로돌포의 방으로 불을 붙이러 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미가 멀쩡하게 불 켜진 초를 들고 가다 로돌포의 방문 앞에 와서 초를 훅 불어 끄는 장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사소한 차이지만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큽니다. 미미가 로돌포의 방 앞에서 초를 껐다면, 단지 이웃에게 불을 빌리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미는 적당한 구실을 붙여 로돌포를 ‘찾아간’ 것이고, 미리 로돌포를 점찍어 둔 게 됩니다. 적극적이고 ‘당돌한’ 여인입니다. 적절한 모습일까요? 

이 오페라의 원작인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에서 미미는 파리 라탱 지역의 대부분

젊은 여성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연애는 젊고 멋진 예술가들과 하고, 나이 들고 부유한 남자들에게서는 용돈을 챙기는 여인들 중 한 명이죠.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당돌한’ 미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불이 꺼진 척하는’ 미미에 반대입니다. 그렇게 적극적인 미미는, 푸치니가 선율과 반주부에 깔아놓은 연약하고 바스러질 듯한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푸치니는 대본작가들에게 미미를 ‘청순무구’한 여인으로 그리도록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가 죽은 어머니의 이미지를 미미에게 투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푸치니의 어머니는 의지가 강하고 과감한 여인이었지만, 푸치니가 데뷔작 ‘빌리’로 성공을 거둔 직후 암에 걸려 촛불이 꺼지듯이 쇠약한 상태로 죽어 갔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여인을 오페라에 등장시킨 푸치니는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들을 떠올렸고, 이 주인공을 순수의 화신으로 그리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참고 자료]

 

라 보엠(이탈리아어: La bohème, 보헤미안들)은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이다.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을 기초로 주세페 자코사루이지 일리카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완성하였다. 1896년 2월 1일 토리노레조 극장에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1830년 무렵 파리의 뒷골목 다락방에 살고 있는, 예술에 뜻을 둔 4명의 젊은 보헤미안들의 슬픔과 환희의 생활을 묘사하였다. 시인 루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코르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의 방랑생활과 우정, 그리고 폐결핵을 앓는 소녀 미미와 루돌포의 비련을 나타내고 있다.
전편에 걸쳐 색채적인 조화와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교묘한 모티브의 활용에 따라서 장면 설정이나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에 뛰어난 무대효과를 올리고 있다.

 

오페라 초연 후 50년이 지난 1946년에 토스카니니는 미국 라디오 방송국에서의 공연을 지휘하였고,

이 공연은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이 음반은 푸치니 오페라를 이끌던 초연 지휘자의 녹음으로는 유일하다.

"라 보엠"은 푸치니의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작품이고, 일반 오페라 레파토리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이다. 레온카발로는 같은 제목에 같은 줄거리를 기초하여, 작곡가 본인이 직접 대본을 작성하여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등장인물

배역 성악 부분 초연시 가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로돌포, 시인 테너 Evan Gorgo
미미, 재봉사 소프라노 Cesira Ferrani
마르첼로, 화가 바리톤 Tieste Wilmant
쇼나르, 음악가 바리톤 Antonio Pini-Corsi
콜리네, 철학자 베이스 Michele Mazzara
무제타, 가수 소프라노 Camilla Pasini
브누아, 이들의 집주인 베이스 Alessandro Polonini
알친도로, a state councillor 베이스 Alessandro Polonini
파르피뇰, 장난감 노점상 테너 Dante Zucchi
A customs Sergeant 베이스 Felice Fogli
학생들, 일하는 처녀들, 마을 사람들, 상점 주인들, 노점상들, 병사들, 웨이터들, 아이들

유명한 아리아

  • 1막 - Che gelida manina - 그대의 찬손 (로돌포)
  • 1막 - Sì, mi chiamano Mimi - 네, 다들 저를 미미라 불러요 (미미)
  • 1막 - O soave fanciulla - 오 상냥한 아가씨 (로돌포와 미미)
  • 2막 - Quando me'n vo soletta per la via - 거리에 나 홀로 나갈 때/무제타의 왈츠 (무제타)
  • 3막 - Donde lieta uscì al tuo grido d'amore - 여기서 그녀는 당신의 사랑을 외치는 소리를 행복하게 남기네./미미의 작별인사 (미미)
  • 4막 - O Mimi, tu più non torni - 오 미미, 다시 돌아오지 않을건가요? (로돌포와 마르첼로)
  • 4막 - Vecchia zimarra - 낡은 코트 (콜리네)
  • 4막 - Sono andati? Fingevo di dormire - 다들 떠났나요? 나는 잠자는 척을 했어요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