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옆길로 흘렀습니다만, 11일 7년 만에 찾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였던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슬람 군주의 성이었다가 기독교 정복 뒤 서유럽 양식의 건물들이 덧붙여진 언덕 위의 아름다운 궁전을 보고, 타레가는 기타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을 썼습니다.
같은 음이 빠르게 반복되는 트레몰로 주법이 인상적인 곡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거쳐 가는 ‘성지’와 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타레가의 작품 중 더 널리 퍼진 선율이 있습니다. 1902년 작곡한 ‘그란 발스’라는 곡입니다.
제목이 생소하죠? 이른바 ‘노키아 벨소리’로 알려진 곡입니다.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는 1994년부터 이 곡의 선율 일부를 이 회사의 전화기에 넣었고, 이는 곧 세계인에게 친숙한 선율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선율을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2012년에는 루마니아의 한 비올리스트가 객석에서 이 벨소리가 들리자, 이 벨소리를 받아서 즉흥연주를 하는 영상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12월 15일)은 타레가가 세상을 떠난 지 106년 되는 날입니다. 그는 기타가 가진 기교적인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 당대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블로 사라사테와 비교되며 ‘기타의 사라사테’로 불렸습니다. 단지 한 사람의 기타리스트를 넘어 기타라는 악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하루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그란 발스’로 바꾸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