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조용한 일 - 김사인

Bawoo 2016. 2. 1. 18:25

 

조용한 일

                                                                               -김사인(1955~)

 
기사 이미지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삶의 정지 상태에서도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다. “그냥 있”는 것도 삶의 전략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행위의 한 방식이다. 화자의 이 “조용한” 행위에 “철이른 낙엽 하나”가 슬며시 동조한다. 그리하여 함께 “그냥 있는다”. 이 “조용한 일”, 고요한 동행은 얼마나 고마운가. 김사인 시인은 매사에 이렇게 조용히, 가만히, 임해서, 존재 자체가 평화 같다. “마땅치 않은” 세계에 지친 자들, 그에게 가서 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현실은 마땅치 않은 듯하다. 그래서 슬며시 곁으로 다가오는 낙엽이 고마운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조용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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