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 김덕희
[소설 당선 소감]
두들겨 맞은 듯 ‘당선의 통증’
문득 아련한 부모님 생각에 …
김덕희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의 관절이 어그러지는 느낌과 함께 속이 쓰라려오는데,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낯선 통증이었습니다.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중에 사지를 주무르며 버티다가 결국 약국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투고를 해오며 참 많이도 상상했던 순간이었고 의연하게, 심드렁하게 대응할 것 같았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진정되길 기다리며 대체 이게 뭘까 하고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괜찮아진 지금도 그 원인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막연히, 이 지독한 통증을 기억하며 써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나를 낳으실 때 얼마나 아프셨을까 싶어 긴 한숨을 내쉬고 맙니다. 곁에 계신 아버지께 두고두고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저놈을 내 배로 키워 낳았잖능교!”
아버지께서도 가만히 계실 수 없지요. “자가 내를 닮아서 인물이라니까.”
부모님을 대신해 저희 형제를 돌봐주신 친지들께 감사 드립니다. 김덕영·김이음. 이 둘은 지금 제가 살아 있는 이유입니다. 이들의 이름을 온 산하가 뒤흔들리도록 불러봅니다.
장영우 선생님께 큰절을 올립니다. 크고 귀한 지도를 베풀어주시는데도 워낙 아둔한 제자라 너무 오래 속을 태워드렸네요. 처음부터 함께 걷고 있는 강수호·정영효·고은주(윤고은)·박경아의 손을 오랫동안 맞잡고 싶습니다.
소설 쓰라고 줄기차게 부추긴 신현대형과 유희경, 당사자보다 더 확신해준 박광호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더 늦어졌을 것도 인정합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결정에 확신을 실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덕희=1979년 경북 포항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 문화예술대학원 석사 .
[소설 심사평]
‘나’의 권태와 대비되는 원룸 여대생
생생한 인물 묘사 … 세태소설로 묘미
소설 본심 심사 중인 소설가 성석제(왼쪽)·권여선씨. 김성룡 기자
암을 유발하는 숯가루를 소재로 한 ‘블랙푸드’, 영화 속 영웅을 다룬 ‘브루스 웨인에 관한 회고’, 체스 로봇을 소재로 한 ‘프리츠’, 이상한 가족과 오리의 방문을 다룬 ‘오늘의 초대손님’, 개그맨 김병만에 슬쩍 얹힌 ‘모두에게 김병만이 필요해’, 의인화된 흑백 텔레비전이 등장하는 ‘텔레비전을 좋아하세요’ 등이 그러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 여섯 편 모두 한결같이 문장이 거칠고 진행이 억지스러웠다. 아이디어만으로는 결코 소설이 되지 않는다. ‘한나, 누나’는 장난으로 친구를 죽게 한 소년과 그 친구의 누나, 둘의 관계가 주요 내용이었지만 정작 그 관계의 미묘함이 돋보이지 않았다. ‘등’은 ‘너’라는 이인칭 화법과 등에 무언가가 자라는 과정이 호응하여 끈질긴 이물감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물 간의 관계가 요령부득이었다.
결국 본격적인 심사의 대상이 된 작품은 ‘누구세요’ ‘상영’ ‘전복’ 세 편이었다. ‘누구세요’는 아파트에서 발생한 여성의 투신자살에 대한 중년 여인의 감정이입 과정을 매끄럽게 서술했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기존 주부소설의 불안 틀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었다.
‘상영’은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성의 시각에서 상영관에서 일어난 자살사건과 그 이후의 자잘한 사건들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갔다. 이 긴장 또한 알바생을 주인공으로 한 청년소설과 무엇이 한 치라도 다르단 말인가.
‘전복’은 대학가 원룸 건물의 주인 남자인 ‘나’의 관점에서 입주한 여대생들을 관찰하는 소설이다. 뭐 뻔하다면 뻔한 얘기다. 그런데 구구한 설명 없이 ‘나’의 시선만으로 중년 남자의 권태와 고독을 배경으로 깔고, 그 위로 여대생들이 벌이는 이런저런 사건을 흘러가게 만드는 솜씨가, 소설에 안정감과 깊이를 만들어냈다.
인물들도 하나하나 생생했다. 전복으로 상징되는 중산층 유학생들이 도시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변질되는지를 산뜻하게 묘파한 세태소설적 덕목까지 더해,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본심 심사위원=권여선·성석제(대표집필 권여선)
[출처: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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