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똥친 막대기
[조선 말기 보부상을 소재로 해서 쓴 대하 소설 '객주'의 저자 김주영 작가가 쓴
성인 동화를 연상 시키는 작품. 듣는 내내 막대기가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져서
들었다.화자가 특이하게 백양나무 막대기인데 사람으로 치면 인생유전 끝에 복을 받는 설정이다.- 뿌리가 돋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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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말 제목이었음에도 나는 제목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했다. 똥을 친다고? 똥을 어떻게 칠 수 있다는 거지? 똥을 공처럼 만들어서 치나? 빈약한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독서를 했다. 역시나 중반 이후에도 '똥친'의 정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거의 끝에 가서야, '똥친'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소박한 책의 표지처럼 이 소설은 고향의 정갈하며 소담스러운 풍경이 담겨 있다. 백양나무의 가지로 무난하게 살았으면 참 좋았을 어린 나뭇가지는 시골농부의 손에 꺾이게 되고 그후 이 나뭇가지는 회초리로 똥친 막대기로, 후에 가서는 소녀 재희의 든든한 호신도구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하지만 영리한 나뭇가지는 생명력을 점점 일어가는 자신을 보며 그 상태로 미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결국 녀석의 시선에는 생명을 다해가는 마지막의 절박함이 묻어있다. 눈에 담아둘 수 있는 건 제대로 담아두자하는 마음으로.
백양나무의 가지였다면 절대로 보지 못했을 농촌마을의 풍경을 보며 짧은 여행을 떠났으며 그로 인해 훈훈하고 살뜰함이 넘치는 시골마을의 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도시의 삭막한 아파트촌에서 거의 평생을 살아서 그런지 시골마을의 풍경이 담긴 이야기를 읽을 때면 겪어보지 못했던 그 따스함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고생 한번 안 하다가 시골농부에게 우연히 꺾여버린 신세가 되면서 '나뭇가지'는 절망을 겪게 되고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희망과 기적을 바라게 된다. 나뭇가지에서 한낱 막대기로 전락해버렸지만 말라죽기 전까지 얼른 촉촉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어미였던 백양나무처럼 멋지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한편의 짤막한 동화,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 술술 넘어가는 그래서 금방 소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하찮았던 것들에 대한 애정과 내가 있는 이 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들이 담겨 있다. 제 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뭇가지였기에 마침내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는 행운에 가까운 우연의 힘이 컸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책의 서정적이고 향토적의 분위기에 마음이 데워지는 따스한 이야기다.
[출처:mabin.org/688 Mabin's R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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