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꿉동무였던 여인 앵두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을 찿아가 문상하고, 염도 하면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주인공의 뭔가 가슴이 따뜻해지게 만드는 이야기.]
[어린 시절 옆집에 살며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냈던 여인 앵두의 죽음을 맞아 그를 문상하고자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미국의 대학교수를 화자로 삼는다. 고향의 부엌방에서 태어나 자란 후 도시로 나가 높은 학교를 다니고 유학 가서도 여러 기숙사를 전전했으며, 귀국해서 직장을 잡고 결혼을 했다가는 다시 미국의 대학에 자리를 구해 뉴욕 근교의 저택에 정착하기까지 ‘나’가 거쳐 간 방은 서른 개가 넘는 것으로 헤아려진다. 그에 반해 앵두의 생애는 서너 평 남짓 됨 직한 좁은 방에 한정될 따름이다.
“앵두는 이 좁고 오래된 방에서 태어나 65년을 살았다. 이 방에서 자라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을 맞았으며 스물한 살에 결혼하여 첫날밤을 치렀다. 그리고 이 방에서 남편을 떠나보냈으며 이제 생을 마감하고 죽음을 맞았다.”(14쪽)
“방이란 클수록 더 마음이 공허하고 작을수록 삶이 꽉 찬 기분을 느낄 수 있다”(15쪽)는 ‘나’의 감상은 앵두와 자신의 삶의 공간을 비교해 본 끝에 나온 나름의 결론이다. 이 소설에서 ‘나’가 앵두와의 지난 추억을 돌이켜보면서 손수 앵두의 주검을 염하는 장면은 그가 애써 외면하고 망각하려 했던 고향의 순수하고 소박한 삶을 상대로 한 화해의 의식처럼 읽힌다.[한겨레 신문]
[문순태(文淳太) 1941~]
농촌의 삶의 실상에 바탕을 두고, 한민족의 역사적인 한(恨)의 뿌리를 찾아내어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고향 상실 문제의 해결을 추구하는 작품을 주로 쓴 소설가이다.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국문과,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순천대학교 교수,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다가 2006년 정년 퇴임했다.
1960년 〈농촌중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나기〉가 당선되었고, 1965년 〈현대문학〉에 시 〈천재들〉이 추천을 받았다.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썼다. 수몰민의 애환을 그린 〈징소리〉(1978), 우리 민족의 역사적 아픔과 정체성을 그린 〈문신의 땅〉(1987), 농민들의 농지탈환 운동을 그린 〈타오르는 강〉(1989),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다룬 〈알 수 없는 내일〉(2009) 등 그의 소설은 농촌과 농민으로 대변되는 한민족의 역사와 한을 풀어내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체험적 고통과 역사적 부채감을 10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그들의 새벽〉(2000)을 발표해 소외받는 다양한 삶과 영혼들에 관한 관심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작품집에 〈고향으로 가는 바람〉(1977), 〈철쭉제〉(1987), 〈시간의 샘물〉(1997), 〈된장〉(2002), 〈울타리〉(2006), 〈41년생 소년〉(2005), 장편소설 〈걸어서 하늘까지〉(1980), 〈정읍사〉(2001), 〈다산 정약용〉(2003), 〈생오지 뜸부기〉(2009) 등이 있다.
소설문학작품상(1981), 전남문화상(1981), 〈문학세계〉 작가상(1982), 이상문학상 특별상(2004), 광주문화예술상 문학상(2004), 요산문학상(2006), 가톨릭문학상(2008), 담양군민상(2009) 등을 수상했다. 2006년 정년퇴임 후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만월리에 '문학의 집-생오지'란 이름의 창작 공간을 마련하여 '생오지 소설 창작대학'을 열었으며, 매년 5월에 문학과 국악, 음악이 어울리는 '생오지 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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