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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단편 소설]이범선 작가의 『학마을 사람들』

Bawoo 2016. 6. 15. 15:48

이범선 작가의 『학마을 사람들』

[듣기 - http://asx.kbs.co.kr/player.html?title=라디오드라마&url=rdrama$ra_20100815.wma&type=301&chkdate=20160615154634&kind=radiodrama]


▣ 줄거리

강원도 두메의 학마을 한가운데 있는 노송에 학이 찾아오면, 예부터 마을은 큰 잔칫날이다. 모두 학을 길조(吉鳥)로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1910년에 나라가 일제에 강점된 것을 전후로 계속해서 학이 찾아오지 않는다. 학이 오지 않자, 한발과 재난이 계속된다.

일제 말기에 이장 영감과 박 훈장의 손자인 덕이와 바우가 장병에 끌려가고 얼마 되지 않아, 오랫동안 오지 않던 학이 마을로 찾아 든다. 그러자 곧 광복이 되고 덕이와 바우가 돌아오며, 절후도 좋아 풍년이 든다. 그러나 몇 해 뒤 학 나무에서 학의 새끼 한 마리가 떨어져 죽자, 마을 사람들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뒤이어 6․25가 터진다.

덕이와 봉네의 결혼이 보기 싫어 학마을을 떠났던 바우는, 그 사이 공산당이 되어 돌아온다. 그는 학을 쏘아 죽이는 등 행패를 부린다. 패주하는 인민군을 따라 그도 마을에서 없어진다. 남아 있던 학마저 떠나 버리자, 마을 사람들은 그 해 겨울에 다시 남쪽(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돌아와 보니, 학나무는 타 버렸고, 덕이가 집터를 고르다가, 불에 그을은 박 훈장의 시신을 확인한다. 곧 이장 영감도 죽자 마을 사람들은 두 노인을 장사 지내고, 학 나무로 키울 작은 소나무를 안고 산을 내려온다.

(교과서 수록 부분 : 이 소설의 발단과 절정 부분)


감상의 길잡이


1950년대에, 문단은 인간성 탐구의 심화와 다양한 기법의 실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이범선의 경우, 작가가 당면한 현실에 직접 관련되는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학마을 사람들”로 한국 소설의 소재에 대한 폭을 넓혔다.

1957년 1월 <현대문학>에 발표된 “학마을 사람들”은 일제 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민족 수난의 비애와 한을 학이라는 영물적 존재와 연관지어 그린 작품이다. 학동에는 언제나 학이 날아와야 마을이 평온하다. 학이 오지 않아서 학을 고대하던 어느 해 학동은 일본의 침입을 받았고, 학이 날아오자 8․15 해방을 맞는다. 학이 왔으나 새끼가 떨어지자 한국전쟁이 터져 인민군이 마을에 들어오고 박훈장의 손자 바우가 공장을 다니다가 돌아온다. 바우가 학을 없애야 한다면서 총을 쏘았으나 학은 날아갔다. 이장과 마을 사람들이 피난을 가는데 박훈장만은 아들을 기다리느라 학동에 남아 있었다. 피난살이 부산에 봄이 오자 마을 사람들은 걸어서 학동으로 되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돌아온 것은 학나무와 집들이 모두 타고난 뒤였다. 그날 밤 이장영감은 눈물만 흘리다가 학나무를 걱정하면서 세상을 떠난다. 이장을 산에 묻고 난 후, 덕이는 위폐를 모시고 봉네는 흰 보자기로 뿌리를 싼 애송나무를 안고 마을로 내려 온다. 이와 같이 “학 마을 사람들”은 학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믿는 학동 사람들이 일제 치하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비극적 삶을 간결한 표현으로 서사화한 작품이다. 역사에 대한 작가의 심정적인 이해가 결과적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객관적 실상을 상당 부분 은폐시키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이상향과 전도된 현실 사이의 간극과 긴장을 강조함으로써 전후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 작가 및 작품 소개

이범선(李範宣 1920-1982) 호는 학촌(鶴村). 1920년 12월 30일 평남 안주에서 출생하였다. 진남포 공립상공학교를 졸업하고 신안주금융조합 등에서 근무하다가 해방 후 월남하여 1952년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거제고, 대광고, 숙명여고 교사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였고, 예술원 회원도 역임하였다. 제5회 월탄문학상(1970), 대한민국예술상(1981) 등을 수상하였다. 1982년 3월 13일 사망했다.

이범선은 1955년 <현대문학>에 “암표(暗標)”와 “일요일”이 김동리에 의해 추천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암표”나 “학마을 사람들” 등과 같이 자신이 겪은 음울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무기력하게 훼손되어 한에 젖은 인간들을 많이 부각시키는 한편 “이웃”, “갈매기” 등과 같이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담담한 필치로 펼쳐 보여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다. 그 후 단편 “피해자”나 “오발탄”, 장편 소설 “춤추는 선인장” 등에서 고발 의식에 투철한 리얼리즘 문학으로 전환하여 약자의 삶과 침울한 사회상, 종교적인 위선, 남녀의 삶의 생태를 묘파하고 있다. 또한 단편 소설 “냉혈동물”, “살모사”, “정교수의 휴강”, 장편 소설 “밤에 핀 해바라기” 등에서는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론적 의미와 잔잔한 휴머니티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밤에 핀 해바라기”는 월남해서 결혼한 부인과 나중에 뒤를 따라와 가정부로 있는 본처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이산의 한을 그린 작품이다. 창작집으로 <학마을 사람들>, <오발탄>, <피해자>, <분수령> 등이 있다.

[cafe.daum.net/hkyouclass/Jz5F/106   휘경여고국어교사류덕균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