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 논 이야기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의 작가 고 채만식 선생의 세태 풍자 소설]
일인(日人)들이 온갖 재산을 그대로 내놓고 달아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생원은 어깨가 우쭐한다. 일제 침략 이전 한 생원네 논을 고을 수령이 동학(東學)의 잔당에 가담하였다는 누명을 씌워 빼앗아 간다. 일제 강점 바로 이듬해, 한 생원은 나머지 논 일곱 마지기도 술과 노름, 그리고 살림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일본인 요시카와에게 팔아 넘긴다. 해방이 되자 한 생원은 요시카와에게 팔아 넘긴 일곱 마지기 논을 보러 나서지만 그 논은 이미 농장 관리인 강태식을 거쳐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뒤이다. 자기 땅을 찾을 수 없게 된 한 생원은,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 했지.”라고 중얼거린다.
이 작품은 1946년 “해방 문학 선집”에 실린 채만식의 단편으로 해방 직후 과도기의 사회상을 독특한 풍자적 문체로 쓴 소설이다. 그와 함께 동학(東學) 직후의 부패한 사회상과 일제 강점기에 일인들에 의해서 농토를 수탈당하고 고통받는 농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한 생원을 통해 새 정부의 농업 정책의 잘못을 비판함은 물론, 가난한 농민들은 엉뚱한 모함을 씌워 농토를 빼앗아 가던 구한말 시대나, 일제 강점 하에서 일인들에게 농토를 수탈당하던 시대나, 독립을 맞아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현재나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는 점을 풍자·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토의 주인이면서도 농토를 빼앗기고 수확한 곡식 또한 지주에게 빼앗기는 데 대한 좌절과 분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결함, 특히 한 생원의 게으름과 아둔한 이재(理財)도 풍자의 대상임에 유의해야 한다.
[출처: 함께 읽으면 좋은 문학작품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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