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그 남자네 집』
[ 작가 자신의 사랑 이야기. 아마 첫사랑일 듯.
어느 날 학교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노라고. 처음에는 사는 것을 무심히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주인공이 젊은 시절에 살았던 동네다.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아직 대학에 들어가기 전 먼 친척뻘 되는 집이 동네로 이사를 온다. 엄청 부자인 듯 싶어보이게 커다란 집을 사서. 안주인은 주인공의 어머니보다 10년은 나이가 많은데 항렬이 뒤져 형님이라고 부르는 여인이다. 이 집에 주인공 또래의 남학생이 있는데 신촌에 있는 대학을 간다. 주인공은 서울대를 가고. 이때문에 어머니에게 효도를 했다는 마음에 우쭐해한다. 전쟁이 터지고 끝나는 과정에서 두 집 다 피해를 안 입을 수가 없다. 주인공은 부대-미군부대?-를 다니며 가게에 도움이 되는 생활을 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친척뻘 남학생을 전차 안에서 만난다. 이후 남자는 매일 부대 앞으로 찿아오고 계속 그리 만난다. 그러나 선은 그어져 있다. 굳이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친척 관계인 탓에 결혼을 생각하지는 않고 플라토닉 사랑을 한 것이다. 주인공은 집에서 결혼을 하라고 하니 당연한 듯이 결혼을 했고 남자는 난리가 나지만 그게 다다. -격렬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지만 남자가 돈을 타러 부산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누나에게 가서 며칠씩 안 오는 걸 보고 안달을 하는 걸 보면 분명 사랑을 한 것이다. 이루어 질 수는 없는 사랑을... 아주 담담한 회고담 형식의 작품이다.]
* 자료를 검색해보니 원작은 장편이다. 방송 내용은 원작을 지나치게 많이 생략한 것 같다. 아래 원작 소개 글과 내가 들은 방송 내용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듣기는 잔잔한 물결을 보는 듯한 심정으로였는데...ㅠㅠ.
원작을 읽어 볼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방송으로 들은 내용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이면 인간세상의 온갖 것들이 다 들어있어 추한 것도 많이 볼 것 같아서...
그 남자네 집-박완서
그 남자네 집
박완서 / 현대문학 / 2004(1쇄) / 310쪽 / 9,000원
한국 현대소설사의 연륜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목, 소설가 박완서의 열다섯번째 장편소설이다. 전후 50년대 서울의 피폐한 풍경이 눈에 보이듯 그려지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 나이 든 주인공이 당시의 첫사랑 ‘그 남자’가 살았던 돈암동 안감내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외가 쪽 친척인 그 남자네가 내가 사는 동네의 홍예문이 달린 기와집으로 이사오고, 그 남자와 만남이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몇 해 후, 대학생 신분으로 미군부대로 일을 다니던 내가 어느 날 겨울 저녁 퇴근하는 전차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집안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폐허의 서울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내 생애의 구슬’처럼 빛나는 행복한 겨울을 보낸다.
그러나 그는 ‘한 푼도 못 버는 백수’였고 나는 ‘다섯 식구의 밥줄’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미군부대에서 만난 전민호는 ‘웬만한 허물을 덮고도 남을 만큼 대단한’ 은행원, 나는 결국 민호와 결혼을 결정하고 그 남자와는 이별을 선언한다. 그러나 결혼은 환상이었고, 그 환상은 곧 깨졌다. 당장 생활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결코 남편은 부자가 아니었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으로 어렵게 한 달을 꾸리다보면 늘 가계부는 늘 적자였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사사건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나와 종교관까지 달라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박수무당과 의논하여 결정하였고, 심지어 아이가 들어서는 것까지 무당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결혼생활은 신혼의 재미가 뭔지도 모르는 채 급격히 권태로워졌고, 그 즈음 시장통에서 ‘그 남자’의 누나를 우연히 만나 그의 소식을 듣게 되고, 급기야 첫사랑과의 재회에 이르게 된다. 밀회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위기의 순간은 다가왔고, 어느 날 그는 하룻밤의 밀월여행을 제안했고, 나는 ‘짜릿한 기쁨’을 느끼며 그날을 기다린다. 그날은 그러나 또다른 이별이 된다. 그날 그는 기차역에 나타나나지 않았고, 나는 ‘어딘가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이 세상에 팽개쳐진 기분에 빠진다. 그 남자가 뇌수술을 했고, 눈이 멀게 됐다는 사실을 들은 나는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그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그와 재회한다. 눈 앞에 나타난 그는 ‘시력을 잃고 나는 귀여움을 잃은’ 채였다. 나는 그에게 위로의 말보다 육친애적 분노를 느끼며 장님임을 인정하고 새롭게 살아가라고 욕설을 섞어 울부짖듯 충고하는 것으로 첫사랑을 지운다. 그리고 그 남자를 끝으로 다시 만난 건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그는 그때 중학교 여선생과 결혼하여 아이를 하나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점점 더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를 나는 무너지듯 포옹하며 담담하고 완전한 결별을 이루게 된다.
이 작품 역시 박완서만의 독특한 페이소스와 기지 넘치는 문장이 전체를 이루고 있어 읽는 재미는 물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중심 줄거리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들 각각도 개성이 두드러져 이 작품의 축을 받쳐준다. 첫사랑이라는 본성에 가까운 감정과 대비를 이루며 전후 피폐한 일상과 그 생활전선을 직접 몸으로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실상이 가슴 찡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이 각박한 현실을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는 삶의 억척스러운 의욕이며, 삶의 원시적 동력이다. 이 점이 흘러넘치고 있는 이 작품은 때문에 갖 뛰어오르는 등푸른 생선처럼 신선하다.
■ 작가 소개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 씨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미군 PX에서 일하다가 훗날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등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으로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예스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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