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이태준의 『까마귀』

Bawoo 2016. 7. 26. 13:00

이태준의 『까마귀』

[듣기-http://asx.kbs.co.kr/player.html?title=라디오드라마&url=rdrama$ra_20080831.wma&type=301&chkdate=20160726125857&kind=radiodrama]


[줄거리]

괴팍한 문체로 독자에게 별 인기를 못 얻고 있는 작가인 '그'는 생활의 여유가 없다. 그는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한적한 시골에 있는 친구의 별장을 빌려 겨울을 나기로 한다. 그 별장 주위의 나무에는 많은 까마귀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있다.
어느 날, 별장 정원을 산책하던 중, 폐병 요양차 이곳에 온 한 여인과 만난다. 몇 번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그는 이 여인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녀가 삶에 대한 미련이 없이 자포 자기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특히, 그녀는 거의 병적으로 까마귀의 울을 소리를 싫어하며, 까마귀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까마귀의 뱃속에, '아마 별별 구신 딱지가 다 든 것'처럼 무서워하고, '무슨 부적이 들구, 칼이 들구, 시퍼런 불이 들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는 이 여인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그녀의 애인이 될 것과 까마귀에 대한 그녀의 공포를 덜어 주기 위해 까마귀를 잡아 그 뱃속에 든 것(내장)을 직접 확인시켜 줄 계획을 세우고는 실제로 까마귀를 잡아 매달아 놓는다. 그러나 그녀는 며칠이 지나도록 타나나지 않고, 얼마 후 그녀의 상여가 나간다.


* 갈래: 단편소설

* 배경: 시간 -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공간 - 고풍스럽고 음습한 별장

*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 성격: 유미주의

* 제재: 폐병 환자와 까마귀. (또는, 고독과 죽음)

* 주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죽음의 문제.


[구성]
* 발단: 작가인 '그'는 겨울을 나기 위해 친구의 별장을 찾는다. 
* 전개: 별장 부근에서 한 여인을 만나고 그녀와 가깝게 사귄다. 
* 절정: 까마귀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실제로 까마귀를 잡아 그 내장을 확인시켜 줄 계획을 세운다. 
* 결말: 그녀에게 까마귀의 내장을 보여 주기 전에 그녀는 죽고 만다.

[해설]
<까마귀>는 1936년 1월<조광>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이태준의 단편에서 보여준 현실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당대의 독특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를테면 1930년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만연되었던 일종의 '사(死)의 찬미'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 까마귀>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길한 새로 보고 있으며, 가마귀가 울면 죽음을 연상하게 된다. 따라서 까마귀를 친구로 삼는 것은 죽음을 가까이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죽음과 같은 소멸의 아름다움에 경도된 까닭은 죽음의 아름다움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1930년대 까마귀 소리가 들리는 고풍스럽고 음습한 한 별장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폐병에 걸린 젊은 여자와 인기 없는 작가라는 인물을 설정해 놓고 폐병환자인 연인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죽음의 문제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의 감각적 묘사 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고색 창연한 친구의 별장이 시각적으로 묘사되고 여기에 가마귀의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묘사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복합 감각으로 이끌고 있다. 더욱이 작가는 가마귀의 울음소리를 통하여 작품의 정조를 음습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역할뿐만 아니라 젊은 여인의 죽음이라는 암시적인 기능까지 예견하는 복선(伏線)의 구실도 담당하고 있다.

1930년대 많은 작가들이 식민지 상황에서 죽음을 노래하고 절망을 아름답게 그린 것은 비단 이 소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때로는 악을 포함할 수도 있다. 이태준의 이 작품에 드러난 화자의 가난도, 여주인공의 병도, 그 정혼자의 사랑도, 여주인공에 대한 화자의 감정도 모두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더구나 일반이 싫어하는 까마귀마저 친구로 생각한 것은 모두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이것은 작가가 삶의 비극성이나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을 간파하고도 그것을 역설적으로 미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곧 소멸의 미학이고 죽음의 미학이다. 이를테면 이 작품에서 죽음의 상징으로 가마귀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여기에 젊은 여인의 사랑과 죽음이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부각된다.

그러므로 죽음을 이기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비극적 인간상의 극치를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는 것으로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희망을 가질 수 없을 때 철저히 그런 절망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작가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시도해 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설 자료 출처:cafe.daum.net/aaba/Dr1o/61   갑론을박 입시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