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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 박완서

Bawoo 2016. 9. 27. 21:48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고 박완서 작가의 중편 분량 작품.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글의 전개가 엄청 빠르다. 순수문학 작품이라기보다는 대중소설이란 느낌을 가지고 읽었다.]


[아래는 상세한 해설이 담긴  출판사 소개 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사회적 통념 속에서 약자가 되어야만 하는 여자, 그것도 싱글맘의 이야기이다. 비극일 수 있는 소재를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포장한 냉정한 현실 직시의 리얼리즘은 오히려 현실적인 만큼 도발적이다.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인 결혼을 이야기하면서 사회 기저에 짙게 깔려 있는 남성 우월 풍토를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남아 선호 풍조와 이로 인해 피해자라 주장하면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고도 적나라하게 조명하는 솜씨에서 중년 여인 특유의 삶에 대한 관록이 돋보인다. 그의 리얼리즘적 도발성의 백미는, 가해자에 대한 고발이나 비난에 집중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여성 자신이 바로서는 데 집중함으로써 가해자의 폭력과 횡포에 더 이상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박완서가 그리는 여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한바 있다.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여성과 모성의 힘은 힘센 이들만이 권력을 쥐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한다.


책속으로

교사인 35세의 차문경은 외도한 남편의 요구로 이혼한 후, 부인과 사별하고 어린 딸과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대학 동창 김혁주와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 두 사람은 결혼을 목전에 두고 동침하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첫 번째 결혼의 실패가 자신의 탓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들어 온 문경은 혁주의 가치관에 자신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혁주는 어머니에게 문경과 만나고 있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좋은 혼처를 골라 주는 어머니 황 여사의 권유대로 초혼에 경제력까지 있는 여자, 애숙과 결혼한다.


한편 혁주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문경은 혁주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만, 이로 인해 애숙과 파혼하게 될까 봐 불안해진 혁주는 황 여자와 함께 문경에게 아이를 지우거나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하라고 다그친다. 시달린 문경은 배 속의 아이가 혁주의 아이가 아니라고 한다. 문경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하지만 싱글맘은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을 돌봐 주는 놀이방 사업도 싱글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을 닫는 등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에 계속 시달린다.


그러나 혁주의 결혼 생활은 승승장구이다. 애숙은 사업 수완이 좋으면서도 남편에게 공을 돌리는 것에 능숙했다. 그런 애숙 덕분에 혁주는 사장이 되고, 애숙은 딸을 낳는다. 계속될 것 같았던 혁주의 행복은, 그러나 애숙이 자궁 수술을 함으로써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대를 이을 아들을 바라는 황 여사와 혁주는 예전에 자신들이 부정했던 문경과 아이를 떠올린다.


황 여사와 혁주는 문경과 그녀의 아들 문혁을 찾아내어 입적시키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문경은 아이가 사생아로 자라는 것이 편견이 가득한 이 사회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결국 문혁을 혁주의 호적에 입적시킨다. 그러나 혁주와 황 여사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문경에게서 아이를 빼앗기 위해 문경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결국 문경은 예전에 혁주가 자신에게 보냈던, 문혁이 자신의 아이임을 부정했던 증거인 편지를 재판정에 제출하고, 혁주는 고소를 취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