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향년 79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죽기 5년 전인 2006년에 발표한 작품. 노년에 접어든 작가의
재물관이 엿보이는 작품이 아닐가 싶다. 제목의 이미는 잘 와닿지 않는데 아마도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을 뜻하는 것은 아닐지...]
주인공은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노년에 접어들어 있는 여인이다. 남편은 3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떴다. 슬하에 3남매를 뒀는데 딸인 막내가 제일 못 산다. 남편은 이런 딸을 위해 재산을 제일 많이 남겨줬으나 이도 모두 말아먹었다. 재산을 분배 받기 전에 의좋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던 3남매는 재산을 분배 받은 뒤에는 사이가 벌어진다. 모두 재물 때문에 비롯되었다. 주인공은 남아있는 재산을 다시 막내에게 제일 많이 남겨주려고 하지만 우선 친구한테 자문을 받기로 한다. 한 동네에서 10년이나 같이 살았던 이 여고 동창은 묘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동창들 간에 소문이 나 있었다. 하나 뿐인 딸과 사위가 비행기 사고로 죽자 손자, 손녀의 양육 문제로 바깥 사돈과 사돈이 살고 있는 시골로 내려가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러 가서 소문에 대한 자초지종을 캐묻듯이 하여 다 듣게된다. 동거는 했으나 부부로 산 것은 아니라는 것. 이 모두 손자, 손녀가 다 같이 살면 안 되는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그리 됐다는 것. 손자, 손녀들이 장성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간 탓에 사돈과 같이 살 이유가 없어진 참에 사돈이 사고로 죽은 상태였다는 것. 서울 자기 아파트에 세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탓에 이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아주 당당하고 담담하게 말해준다. 재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에도 탐낼 사람도 없고 자연스럽게 손자, 손녀애개 돌아갈 것 아니겠느냐는 담담한 말.]
[cafe.daum.net/snuddanddara/SUaO/67 서울대학교 연극동문회 의 글]
남편을 췌장암으로 잃은 지 삼 년, 나 역시 삼 개월 판정을 받아놓고 있다. 돈의 치사한 맛도 뜨거운 맛도 모르고 살아온 자신이 마치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는 이로 느껴지면서 무심결에 여고동창 경실이가 보고 싶다. 딸과 사위를 한꺼번에 비행기 사고로 잃고 어린 손자손녀와 남은 그녀를 만나러 간 날, 나는 마치 늦둥이를 낳은 중년부부마냥 틈새 없이 다정한 안팎의 그들, 두 사돈을 목격한다. 풍문은 더더욱 험해져서 시골로 내려간 경실과 사돈영감이 살림을 차렸다고도 했다. 그 사돈영감이 죽고 난 어느 가을날, 나는 경실을 찾아 C군에 내려간다.
남편의 마지막 나날도 그러했겠지만 나도 끝까지 걸리는 게 자식들인데 돈이 걸린 문제는 자식들과 터놓고 의논을 할 수 없다는 게 나를 꼬이고 꼬이다가 종영 시기를 놓친 티브이 연속극처럼 구제 불능 상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전화로 듣는 경실이의 참한 목소리는 소문으로 듣던 그녀의 인상을 서서히 밀어내고 한동네의 오래 같이 살던 여고 동창의 친밀감을 회복시켜주었다. 말수가 적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그녀에게 돈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사실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돈 때문에 인면수심이 되는 것도 마다한 경실이의 말년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 돈에 관한 한 도사가 다 돼 있을 그녀로부터 자문이나 하다못해 암시라고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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