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戰前 출생 작가

김원일-오마니별

Bawoo 2016. 9. 21. 20:14

김원일-오마니별

http://asx.kbs.co.kr/player.html?title=라디오드라마&url=rdrama$ra_20070218.wma&type=301&chkdate=20160921162807&kind=radiodrama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의 비극을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남매의 상봉 과정을 통해 읽는(듣는)

이들에게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다. 동생인 할아버지는 어느 산골에 입양이 되어 홀로 살아가고-귀는 포탄 소리에 멀어 잘 안 들리고 다리도 성치 않다- 누이는 입양이 된 것인지 스위스에서 유복하게 살아간다. 전쟁의 참혹함을 못소 겪은 누이는 반전 운동에 참여하다가 실신을 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난 다음에 동생을 찾는다. 이의 중계 역할을 할아버지 -한 평안이라는 이름- 쪽에서는 벽지 근무를 자원한 젊은 초등교사가 담당한다. 인터넷에서 동생을 찾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설정이다. 할아버지가 찾는 동생이 아니라는 복선을 미리 깔아 놓고  마지막에 두 남매가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누나가 별을 보며 무슨 얘기를 했는가를 물어보고 남동생이 "오마니별"이라는 말을 기억해내며 남매임을 확인하는 대목에서는 콧날이 찡해진다.

* 해설자의 말을 빌리면 작가는 6.25전쟁을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 고아들이 해외 입양을 간 것등-, 이념 문제-실제 전쟁을 체험한 할머니는 미군들이 민간인을 마구 죽였다고 하고 이에 반론을 가이 간 동네 이장(?)은 "인민군들이 피난민들 틈에 위장을 하고섞여있다가 아군을 죽인 것이고" 제기한다. 전쟁을 보는 시각이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다. 


[작품 마지막 부분]

   ―어린 동생 데리고 하염없이 걷고 걸었던 그해 겨울 추위와 배고픔을 나는 이날 이때까지 하루도 잊어본 적 없답니다. 그럼 내가 묻겠어요. 어머니가 숨을 거두었던 겨울밤은 생각납니까?
  줄리 여사 통역을 듣던 황이장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란 듯 조씨 무릎을 흔들며 조씨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아, 그건 기억난다고 했잖아. 꾸물대지 말구 어서 말해봐!”
  “그래, 그래. 기억나.” 그제야 조씨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숨 거둔 그날 밤, 하늘을 보고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까?
안나 리 여사도 답답했던지 프랑스말에 달아 천장을 쳐다보며, “별, 별 말입니다!” 하고 분명한 한국 발음으로 강조했다. 그네는 터지려는 울음을 손수건으로 막았다. 한순간에 실내는 숙연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조씨 얼굴에 쏠렸다.
  “별?” 조씨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이더니 추위를 타듯 어깨를 움츠리고 온몸을 떨어댔다. “하늘에 별?”
  “별 보구 내 뭐라 말했어?”
봇물이 터진 듯 안나 리 여사 입에서 자연스럽게 한국말이 터졌고 낮춤말을 썼다. 그네가 팔걸이 쥔 손에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휠체어가 흔들렸다.
  “오마니별, 거기 있어……” 허공을 보는 조씨 입에서 꿈결이듯 그 말이 흘러나왔고 눈동자가 뿌옇게 풀어졌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 격한 감정을 다스리던 안나 리 여사의 비탄이 터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오마니별을 알다니! 내 동생이 틀림없어!
엄마가 숨을 거둔 겨울밤이었다. 폭격으로 반쯤 허물어진 빈집의 무너진 천장 사이로 밤하늘이 보였고, 찬 별들이 하늘 가득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헌 이불을 둘러쓰고 서로 껴안아 체온으로 밤을 새울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누이가 말했다. 중길아,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 두 개를 봐. 아바지별과 오마니별이야. 천지강산에 우리 둘만 남기구 아바지가 오마니 데빌구 하늘에 가서 별루 떴어. 저기, 저기 오마니별 보여?


[  아래는 blog.daum.net/fksgotqux/18281215   이야기들 모여 사는 에서 발췌한 내용]

조평안, 그는 6.25로 온 가족을 잃었다.

지금은 60대의 염소치는 시골 노인이지만,

그가 기억하는 건 6.25로 인해 피난길에 폭격에 의해 숨진 어머니,

그리고 죽었다고 기억 속에 재편집된 누이 뿐이다.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 하고,

자신의 고향, 나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된 건 모른다.

그는 전쟁으로 어머니, 누이를 잃고 자신도 머리에 폭격으로 인한 파편을 맞아 피를 질질 흘리며 고아가 되었다.

이 집, 저 집을 돌며 구걸, 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잠은 바람을 피할 만한 아무 곳에서나 새우잠으로 잤다.

전쟁이 끝난 후, 염소를 키우는 조씨아저씨가 시장에서 그를 발견해 자식으로 거두어 키워준다.

그때부터 그는 아저씨의 성을 따 조씨가 되고,

말하는 투가 평안도라 평안이라 이름하여 조평안이 되었다.

그는 겁이 많고, 뭔가 부족한 곳이 있어, 학교에 가서도 도저히 고급학년으로 올라갈 수 없어 저학년 공부로 학교를 접고, 아저씨를 도와 염소 치는 일을 한다.

세월이 흘러 그를 거두어 준 아저씨 부부도 세상을 떠나고,

어느날, 황이장이 찾아와 한 소식을 전한다.

분교의 젊은 현선생이 인터넷을 하다 동생을 찾는다는 어떤 부인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조평안이 이야기 같다고 말이다.

스위스에 살고 있다는 노부인, 안나 리,

그녀가 워커힐에 찾아왔다.

그녀는 아들내외와 딸과 같이 온 교양있고 점잖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전쟁 중에 미국인에 입양되어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잘 자라, 

결혼 후 스위스로 가 살며 반전, 반핵 시위를 하는 등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와다고 한다.

그러나 폭격으로 동생의 생사조차도 모르게 한 미국이 싫어 미국을 멀리 하고,

전쟁으로 어머니를 잃게 한 조국, 한국이 싫어 한국말을 외면한 결과 한국말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

안나 리 여사만이 휠체어에

꼿꼿이 앉아 정기 반짝이는 눈으로 꾸부정한 조씨를 뜯어보고 있었다.

                              ............

재판정에 나온 피고인처럼 탁자 건너에 구부정히 앉은 조씨를 찬찬히 보던 안나 리 여사가 직감으로 무엇을 잡았는지 프랑스어 입속말로, 아버지가 살아 계셔 나이 들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고 가볍게 탄식을 흘렸는데...

                              ............


스위스인 간호사가 통역을 해 주며 양 쪽의 대화가 이어졌다.

같이 온 분교 젊은 현선생과 황이장은 조마조마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시간이 지나간다.

여인이 쓰러져 일주일을 생사간을 오락가락하는 중에 동생을 만났다고 한다.

그 때 동생은 바위들 사이를 오르내리며 염소를 모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여인은 자신의 동생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확신하고 동생을 찾기 위해 애를 써왔다고 하는 것이다.

가족관계와 고향에 대해 물어도 조평안은 시큰둥해 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기억되는 것은 어떤 것도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안나 리 여사도 답답했던지 프랑스 말에 달아 천장을 쳐다보며, "별,별 말입니다!" 하고 분명한 한국 발음으로 강조했다.

그네는 터지려는 울음을 손수건으로 막았다. 한 순간에 실내는 숙연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조씨 얼굴에 쏠렸다.

"별?" 조씨가 천장을 올려다 보며 눈을 깜박이더니 추위를 타듯 어깨를 움츠리고 온몸을 떨어냈다. "하늘에 별?"

"별 보구 내 뭐라 말했어?"

봇물이 터진 듯 안나 리 여사 입에서 자연스럽게 한국말이 터졌고 낮춤말을 썼다.

그네가 팔걸이 쥔 손에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휠체어가 흔들렸다.

"오마니 별, 거기 있어...." 허공을 보는 조씨 입에서 꿈결이듯 그 말이 흘러나왔고 눈동자가 뿌옇게 풀어졌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 격한 감정을 다스리던 안나 리 여사의 비탄이 터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오마니별을 알다니! 내 동생이 틀림 없어!"

                                  ........... 

"중길아! 네 이름은 이중길이야, 여기루 오라구!" 안나 리 여사가 떨리는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