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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 관련]음악가의 생활사 - 니시하라 미노루

Bawoo 2016. 11. 4. 22:55

음악가의 생활사


[서양 고전 음악을 즐겨 듣는 입장에서 음악가들은 실제 생활은 어땠을까를 알려주길 기대하고 읽은 책.

기대만큼 안 되어 많이 실망하면서 읽었다. 그렇다고 읽기를 중간에 그만두기는, 고전음악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뭔가 나오는게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가지고  끝까지 읽기는 했다. 작가의 글 쓴 노고에 비해 

전달해주는 내용이 별로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내가 기대치가 높았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들인 시간에 비해 얻은 건 별로 많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당대에 이미 성공한-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었다는 측면에서-음악가인 리스트가 불우한 음악가와 그 가족을 위해서 기부도 하고 도우려고 애썼다는 내용 정도. 어느 시대나 다 그렇지만 성공한 예술인보다는 그 반대인 사람들이 더 많은 법이라 이런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는 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런 리스트의 딸인 코지마가 성실한 남편인 지휘자 한스 폰 뷜로를 버리고 바람둥이 바그너에게 갔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아래는 출판사의 이 책 소개 글]


[책소개]

『음악가의 생활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리스트 등 음악 거장들의 숨겨진 면모들 외에도, 명성과 영광을 얻고자 고군분투했으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음악가들의 삶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스타 음악인들의 사회인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 니시하라 미노루

저서(총 3권)
1952년 야마가타 현에서 태어났다. 음악사회사를 전공했으며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토호가쿠엔 대학 음악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음악가와 음악 작품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독일 낭만파 음악, 브람스의 생애와 작품, 슈만의 피아노 작품 연구 등에 관심이 있다.저서로는 『음악가의 사회사』,『성스런 이미지의 음악』, 『'악성' 베토벤 탄생』,『피아노의 탄생』, 『음악사의 진짜 이야기』 등이 있으며, 감역 『옥스포드 오페라 대사전』과 공역서 『베토벤 사전』,『금색 소나타』등이 있다.
역서(총 12권)
역자 이언숙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대학원 동양사학과에서 일본사를 전공하였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국사학과에서 일본중세사를 전공하여 연구생 과정을 마쳤다.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교육진흥원,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일 역사교사 교류회 심포지엄 등에서 한일 학술문화 교류 관련 통역 요원으로 활동 하고 있다.옮긴 책으로 『음악사의 진짜 이야기』 『오케스트라의 비밀』 『일등 국가의 조건』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에도의 패스트푸드』 『사건과 에피소드로 보는 도쿠가와 3대』 『일본사 개설』 『읽기의 힘, 듣기의 힘』 『대한제국 황실 비사』 『대단한 책』 『멸망하는 국가』, 『대단한 책』, 『만들어진 나라 일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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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1부 군중 속 음악가

1장 음악가의 데뷔

청중을 확보하라!
무료 초대권과 티켓 홍보
2장 여행하는 음악가
연주여행, 그 고단한 여정
길 위의 음악가들
3장 음악가의 수입
음악가의 급여와 대우
음악가 상조회
4장 악장이 되려면
악장은 중간 관리직
지휘자는 박자 도우미?
5장 음악을 파는 음악가
부업에 매달리는 음악가들
이런저런 출판 부업

2부 금박 입힌 샹들리에

1장 음악가의 시간표

귀족의 하루 시간표
늦어지는 연주회
길어지는 연주회
2장 도시의 밤은 길다
조명과 밤의 활기
조명 사용료는 연주가의 몫
빛, 별천지를 선사하다
3장 연주회장의 색다른 즐거움
음악을 듣지 않는 청중
왁자지껄 댄스홀
4장 뒤죽박죽이 된 프로그램
다양한 취향의 관객층
정기 연주회의 등장
5장 음악의 경제학
연주회의 티켓 가격
베토벤의 협상력

3부 저널리즘 속 음악가

1장 비평에 죽고 사는 음악가

음악 잡지의 탄생
누가 신문을 읽는가?
2장 음악 신문 게시판
음악가의 구직 광고
자극적인 화제와 테마
3장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
누가 곡을 훔쳤을까?
베토벤과 훔멜의 투쟁
4장 펜을 든 음악가
비평가 베를리오즈와 음악의 무릉도원
리스트와 가난한 음악가들
슈만의 속물 비판

맺음말
개정판을 펴내며
옮기고 나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음악가의 생활사
베토벤은 왜 이중계약을 했고

모차르트는 왜 부업에 매달렸을까?

베토벤은 왜 비 내리는 밤에 후원자의 곁을 떠났을까? 모차르트는 왜 티켓 홍보에 열을 올렸을까? 하이든의 고용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실려 있을까? 음악가들은 어떻게 연주회를 홍보했고, 청중은 왜 음악을 듣지 않았을까?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리스트 등 음악 거장들의 숨겨진 면모들 외에도, 명성과 영광을 얻고자 고군분투했으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음악가들의 삶을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듯 가감 없이 전해준다.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협상의 대가 베토벤, 어린 나이부터 연주 여행을 위해 많은 시간을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보내야 했던 모차르트, 스타 음악가이지만 음악가의 사회적 위상과 후학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리스트, 예술가들의 입장을 대변해 올바른 비평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슈만, 생계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고 예술이 지닌 본연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도록 비평의 끈을 놓지 않았던 베를리오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스타 음악인들의 사회인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은 왜 비 내리는 밤에 후원자의 곁을 떠났을까?
모차르트는 왜 티켓 홍보에 열을 올렸을까?
하이든의 고용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실려 있을까?
음악가들은 어떻게 연주회를 홍보했고, 청중은 왜 음악을 듣지 않았을까?


오늘날 명예와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거장 음악가들은 과연 생전에도 그처럼 화려한 삶을 살았을까? 살롱 데뷔를 위해 첼로를 들고 이 살롱에서 저 살롱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던 한 젊은이가 과로로 쓰러졌다. 그는 19세기 파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작곡가 오펜바흐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에게 행운이 되었다. 살롱 데뷔와 함께 음악계에서 활동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누군가의 소개를 통하지 않고 음악계에 입문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악보 출판사에 작곡료를 삭감당하는 일은 다반사였는데 대표적인 예가 베토벤이었다. 음악가들은 생활이 어려워 저마다 이런저런 부업을 찾아나서야 했다. 모차르트나 바흐, 베를리오즈가 그러했다. 연주회장을 비추는 화려한 샹들리에 초 값은 연주가의 부담이었고, 연주회 티켓 예약제는 음악가의 인기와 쇠락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였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리스트 등 음악 거장들의 숨겨진 면모들 외에도, 명성과 영광을 얻고자 고군분투했으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음악가들의 삶을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듯 가감 없이 전해준다.

협상의 대가 베토벤에서 유랑악단의 악사까지
음악가들의 진짜 생활 이야기


음악가는 어떻게 무대에 데뷔하고 티켓 홍보는 어떻게 했을까? 음악가의 수입과 대우는 어떠했고, 그들은 생계를 위해 어떤 부업들을 했을까?
파가니니나 리스트와 같이 영광과 센세이션을 몰고 다니며 여러 나라를 순회하던 스타 음악가도 있었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후원자나 조력자를 만나지 못해 일을 찾아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떠돌던 유랑 악사나, 그날그날의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방랑 음악가도 수없이 많았다. 외국인 음악가, 그것도 무대에서 받는 각광과는 인연이 없는 유랑 악사들의 활동의 장은 길거리나 축제였다. 도시의 극장이나 댄스홀, 또는 유랑 세레나데 연주 악단에 들어가 연주를 한다고 해도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저 유명한 하이든조차 미래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확보하지 못하던 17~18세 때, 유랑 세레나데 악단에 들어가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것(174명의 예약자)이 제 연주회 예약자 명단입니다. 저 혼자서 리히터와 피셔를 합한 예약자보다 30명이나 많은 예약을 받았습니다. 이달 17일의 첫 연주회는 성황을 이루어 연주회장이 관객으로 가득했습니다.”
잘츠부르크 대주교로부터 귀족이 아니라 고용인들 사이에 끼어 식사를 하라는 대우를 받았던 모차르트는 당시 대주교를 떠나 연주회나 작품 출판, 피아노 교습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티켓 흥행은 그리 길지 않았다. 5년 후, 그는 연주회 예약자를 모집했으나 예약한 회원은 단 한 명, 슈비텐 남작뿐이었다.
베토벤은 오펠스도르프 백작으로부터 교향곡 두 곡을 작곡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교향곡 제4번과 제5번을 작곡했다. 제4번은 작품 완성 후,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나 제5번을 작곡했을 때 베토벤은 백작으로부터 선금을 받았으나, ‘경제적 곤궁’을 이유로 다른 두 명의 귀족에게 헌정했다. 이른바 이중 계약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일이 있었음에도 귀족들은 베토벤에게 매우 관대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귀족에게 베토벤은 단순한 악사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의 상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연주회, 음악을 듣지 않는 청중
금박 입힌 시민사회의 이모저모


18~19세기에 파리, 런던, 빈은 그 자체가 극장이었다. 이 극장도시 안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음악회를 찾았고 어떻게 즐겼을까? 음악회는 어떻게 운영되었고, 티켓 가격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소시민의 시대는 ‘금박’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가구나 일상도구, 게다가 마차에까지 화려하게 빛나는 금박을 입혀 장식을 했다. 돈이라도 조금 손에 쥔 사람들은 귀족풍 생활을 누리기 위해 최대한 화려하게, 그리고 사람의 이목을 끄는 장식을 찾았다. 그러나 이렇게 금박을 입힌 제품들은 금세 그 금박이 떨어져 나가 검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만다. 그런 속살을 감추려고 사람들은 이 시대에 오페레타나 왈츠에 심취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음악회에 가기 위해 한껏 멋을 내고 벼락부자의 상징인 손잡이 달린 안경과 지팡이에 중산모자를 쓰고 외출했다. 보통 사람들이 “음악을 반주 삼아 가족과 수다를 떨기 위해” 연주회를 찾게 되자, 연주회장은 음악 작품을 미적으로 향유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끌벅적한 사교의 장이 되었다.
하이든은 그토록 동경하던 런던 땅을 밟은 후 세계 최고의 대도시 청중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맡겼지만, 너무나도 시끄럽고 예의 없는 청중을 직접 접하고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상상을 해보라. 연주회장에서 그것도 소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일부는 코를 골고, 일부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장면을 말이다. 엄숙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음악가들의 진정한 얼굴을 만난다!

음악가의 모노그래프는 많지만 사회생활사의 관점에서 음악가를 묘사한 책은 드물다. 저자는, 음악가의 사회사 또는 생활사라는 테마로 가능한 한 다양한 각도에서 음악가의 실제 활동을 그 행간으로 들어가 살펴보고자 이 책을 썼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저변의 음악가뿐만 아니라, 이른바 거장 예술가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협상의 대가 베토벤, 어린 나이부터 연주 여행을 위해 많은 시간을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보내야 했던 모차르트, 스타 음악가이지만 음악가의 사회적 위상과 후학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리스트, 예술가들의 입장을 대변해 올바른 비평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슈만, 생계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고 예술이 지닌 본연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도록 비평의 끈을 놓지 않았던 베를리오즈. 이 책을 통해 독자는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리스트, 베를리오즈, 슈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스타 음악인들의 사회인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당시의 다양한 저술 자료와 신문 자료, 사진 자료, 편지 자료들을 풍부하게 인용해 이들 음악가들이 살았던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 음악의 조류와 사회상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클래식 초심자가 처음 접하기에도 좋은 교양서일 뿐 아니라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책속으로

그 당시 음악 잡지는 연주가가, 그것도 리스트처럼 지위나 명예 모두를 가진 연주가가 아닌, 아무런 연줄도 정치력도 없을 뿐 아니라 눈에 띄는 스타성도 없는 연주가가 연주회를 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절절하게 전하고 있다. 다음은 1801년 <<일반 음악 신문>>에 게재된 기사이다. “예술가는 여행가방 가득 초대장을 챙겨넣고 몇 주일 동안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이 집 저 집을 방문해 연주를 들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예술가 자신의 모든 역량과 재능과 많은 찬사에 대한 대가로 예술가의 수중에 남는 돈은, 그가 체재하는 데 필요한 경비 정도에 불과하다.” ─ 37쪽

음악가의 실제 생활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베토벤 가문을 예로 들어 보겠다. 그의 아버지 요한 베토벤은 전형적인 고용 음악인으로, 앞에서 소개했듯 그의 수입은 평균 이하였다. 3명의 자녀를 둔 5인 가족이 약 300플로린이라는 수입으로 생활하기는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술값 지출이라도 늘면 집안 살림은 더욱 쪼들렸을 것이다. 1787년 7월 24일에 요한이 제출한 급료 100라이히스탈러 증액 청원은 그만큼 절실한 것이었다. ─ 68쪽

그렇다면 악장은 궁정 안에서 어떤 지위에 해당하며 어떤 신분이었을까? 악장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로는 오늘날의 중간 관리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악장이라 해도 궁정 안에서는 한낱 고용인에 불과했기 때문에 모든 일에 대해 군주 및 감독 임원의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일찍이 거장 바흐가 바이마르 궁정에서 쾨텐으로 옮겨갈 때에 영주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오히려 불복종 죄로 한 달 동안 감옥에 갇혀야 했듯, 그에 상응하는 형을 복역해야만 했다. ─ 81쪽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부업은 악기나 악보 판매의 중개업, 출판, 특히 악보 출판에 손을 대는 것이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가장 실리적인 부업을 가졌던 베토벤의 조부로, 이름도 같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었다. 그는 본의 궁정 악단에서 악장으로 일했고 인망이 두터운 인물이었지만 급료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가 부업으로 선택한 것은 와인 판매였다. 분명 이는 베토벤 가에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가져다주었으나, 동시에 이 집안의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베토벤의 조모는 알코올 중독으로 수도원에서 숨을 거두었으며, 그 아들인 요한도 극심한 알코올 중독에 빠졌던 것이다. ─ 98쪽

점심식사를 마치면 이번에는 마차를 준비시켜 부티크나 지인의 저택을 방문한다. 이는 그녀들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때로는 4시간이나 5시간씩 걸리기도 했다. 방문을 마칠 때쯤에는 이미 하루해가 졌으며, 귀족들은 밤 시간을 오페라나 연극 관람, 무도회에 소비했다. 줄리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이미 한밤중이다. 그러나 당대 유행하는 가면무도회라도 열리면 밤새도록 무도회를 즐겼다. 해가 뜰 무렵 마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를 때쯤이면, 이제부터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들과 스쳐 지나게 된다. ─ 110쪽

연주회가 길어진 배경에는 모든 계층,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음악회에서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당시 가장 표준적인 프로그램 구성에 교향곡이나 협주곡 혹은 실내악, 게다가 피아노 독주나 즉흥연주, 합창이나 독창 혹은 중창까지 넣어, 한마디로 말해 이것저것 다 들어간 뒤죽박죽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다. ─ 125쪽

음악회가 소란스럽다는 것은 이 시대 음악의 양상을 가장 잘 반영한 현상이었다.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연주되는 음악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회장이 얼마나 화려하게 장식을 했는지, 샹들리에가 얼마나 멋진지, 상류층의 문화와 얼마나 비슷하게 꾸몄는지 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경향에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해하던 사람들은 조소를 담아 비아냥거렸다. “사람들은 콘서트에 가기 전에 그 연주회장이 신분에 걸맞게 화려한지 어떤지, 손잡이 달린 안경을 쓸 정도인지 어떤지, 그리고 좋은 콘서트라면 따라 붙는 중요한 특전이 얼마나 더 많은지를 알고 싶어 한다.” ─ 148쪽

작품이 출판되는 경우에는, 당연하겠지만 출판사와 교섭을 한다. 작곡가의 관심사는 출판사가 어떤 조건으로 작품을 출판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으며,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받고자 여러 출판사와 교섭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다시 베토벤의 예를 살펴보겠다. <미사 솔렘니스>를 세상에 내보낼 때 보여준 일련의 교섭 과정은 베토벤의 만만찮은 수완을 잘 보여준다. ─ 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