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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회고] 백년을 살아보니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Bawoo 2016. 9. 11. 22:54

백년을 살아보니

[소감]

이 책을 쓰신 김형석 교수님과는 아주 자그마한 인연이 있다. 지금부터 45년 전인 1971년, 대학교 1학년생일 때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것이다. 국민윤리라는 1학년생들 교양필수 과목이었는데, 아마 2학점짜리였을 것이다. 한창 젊은 나이인지라 철학에 대한 외경심 같은 것이 있던 차에 철학과 교수님 그것고 이름이 꽤 알려져 있던 김형석 교수님이 담당 교수라는 말에 어떻게 생긴 분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섰었다. 그런데 강의실이 아니고 강당이었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최소한 가정대 3개학과,  문과대의 국문과, 영문과 신입생을 강당에 몰아넣고 하는, 강의가 아닌 강연과 같은 수업이었다. 그때 뵌 교수님 모습은 얼마전 TV에서 우연히 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그마한 체구에 웃는 얼굴, 조용한 말투. 강의 내용은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 다만 강의 중간중간에 시간내서 읽어보라는 책을 한 권씩 말씀하셨는데 이게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명문 대학에 들어가긴 했으나, 머리속에는 입시 관련 얄팍한 지식 외에는 들어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때였다. 과동기들 중에는 머지않은 장래에 시인, 소설가가 될 수도 있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있기도 했다.  이런 친구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었을까 싶어서였다. 입학을 하고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를 몰랐다. 그때 교수님께서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듯이 책을 소개해 주신 것이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버트란드 럿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라케르크 비스트의 바라바', '앙들레 지드의 좁은 문'이란 작품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새 책을 구입할 형편이 안 되는 탓에 청계천 6가에 있는 헌책방들을 순례하듯이 다녔다. '이방인','좁은문'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바라바'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는 참 힘들게 구했다. 나온 지 오래된 탓인지 서점에 책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책은,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바라바'는 어문각,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는 휘문출판사에 나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 책들을 발견했을 때는 마치 진흙 속에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이방인 외에 세 작품을 읽은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바라바는 뒤에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도 나왔다- 이때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청계천 헌 책방들을 휘젓고 다니게 되면서 세계문학과 철학, 역사 관련 책들을 제목과 작가 정도는 다 알게 된 것이다. 그 중의 일부를 구입도 하고, 읽기도 하고 그랬지만 안 읽은 책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도 읽어야 할 책들이 어떤 것들인가를 알게 된 큰 소득이 이때 있었다. 다 교수님 덕분이었다. 그래서 대학생활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내게는 김형석 교수님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학과 교수님이 아님에도 내가 독서를 하는 길라잡이를 처음으로 해주셨기에.


그런데 이번에 새로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일간지 신간 소개란에서 보게 되었다. 사실 얼마전에 우연히 방송에 나오신 걸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신 줄 알았었다.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는 연세이신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한 71년 그 당시, 교수님과 동년배이신 분들은 이미 다 세상을 뜨셨다.  그런데 100세를 내일 모레로 바라보는 97세이시면서 아직도 정정하셔서 방송에도 나오도 강연도 다니신다니.  

어떤 내용을 담으셨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을 했다.


책은 300여 쪽 정도의 분량이다.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알맞은 분량. 아주 쉽게 읽힌다. 책들을  읽으면서 단숨에 읽는 경우는 거의 없는 데 이 책은 5시간 정도 들여 하룻밤만에 다 읽었다.  내용은 회고, 명상 성격의 글도  담겨 있지만 주로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하는 안내를 받는 느낌으로 읽었다. 당신이 살아오신 삶 자체가 모든 이들의 귀감일 될 수 있을 터이니, 살아오신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사모님이 23년간 병석에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에는 힘들었다는 이야기보다는 그렇게라도 곁에 있어줘서 좋았다는 뜻으로 이야기 하신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나는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이신 교수님이시니 신앙의 힘도 크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읽으면 딱 좋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연령으로 따지자면

사회생활 은퇴한 시점인 50중반 부터(?).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있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터이고...


* 교수님이 더욱 더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100세가 넘어도 왕성하게 활동하실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아래는 출판사, 독자들의 이 책에 대한 제대로 된 소개 글 모음- 출처: 다음 책]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전대미문의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는 설레고 기쁘기보다는 불안하고 허둥대기 바쁘다. 남은 인생을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겪어봐야 깨닫는다’고 하지만, 먼저 100세 인생을 산 이의 지혜를 빌린다면 앞으로의 삶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향기로워지지 않을까?

『백년을 살아보니』는 1960년대 초대형 베스트셀러 《영원과 사랑의 대화》의 저자이자, 97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저작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원한 현역’ 김형석 교수의 저서이다. 90의 언덕에서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100세 시대를 맞아 미래가 막막한 인생 후배들에게 다정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관심까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돌이켜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노철학자의 고백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한다.


저자소개

저자 김형석

저서(총 7권)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상지대(上智大) 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철학과에서 30여 년 동안 교편을 잡으면서 하버드, 시카고 대학에 연구교환교수로 활동했으며, 오스틴 대학에서 출강 등을 다니기도 했다. 철학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끊임없는 학문 연구와 집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같은 대학 철학과 명예 교수로 있으며 많은 저서를 남겼다. 1960~70년대에는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으며, 당시 피천득의 수필집 다음으로 잘 팔렸다는 한 해 60만 부 판매 기록은 이후에도 출판계 판매기록으로 회자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9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인생, 소나무 숲이 있는 고향》,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 《윤리학》, 《헤겔과 그의 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역사철학》,《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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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똑같은 행복은 없다_행복론
ㆍ성공하면 행복할까 ㆍ인격 수준과 재산의 관계 ㆍ일을 하는 이유 ㆍ오래 살면 좋을까 ㆍ행복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ㆍ다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2 사랑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_결혼과 가정
ㆍ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ㆍ세상에서 가장 허무한 고독 ㆍ재혼을 했으면 더 행복했을까 ㆍ황혼기 이혼에 관하여 ㆍ열심히 싸우는 부부는 이혼하지 않는다 ㆍ무엇이 여성을 아름답게 하는가 ㆍ뜻대로 안 되는 자녀 교육
3 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_우정과 종교_
ㆍ나에게 우정은 섭리였던가 ㆍ내 친구 안병욱 ㆍ현대인에게도 종교는 필요한가 ㆍ흑과 백 사이의 수많은 회색 ㆍ죽음에도 의미가 있는가 ㆍ마지막 선택권은 누구에게나 있다
4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_돈과 성공, 명예
ㆍ그는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 ㆍ경제적으론 중산층, 정신적으론 상위층 ㆍ자서전을 쓴다면 ㆍ세 동상 ㆍ나에게 ‘감투’란 ㆍ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5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_노년의 삶
ㆍ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ㆍ“장수의 비결이 뭔가요?” ㆍ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 ㆍ취미생활의 즐거움 ㆍ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ㆍ노년기에는 존경스러운 모범을 ㆍ누구 곁으로 가야 하는가 ㆍ“오래 사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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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자리뷰(총 18건)

리뷰쓰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에서는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과제들을 ..
5for10님 | 반디앤루니스 | 2016.08.24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에서는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과..
호시우행님 | 인터파크도서 | 2016.08.23
백년을 살아보니
'백년을 살아보니'는 올해 97세를 맞은 김형석 교수의 철학적 수필집이다. 저자는 철학 교수로 오랜 시간 후학을 가르친 경험을 가진 분이다. 100세를 앞두..
새콤달콤한책님 | 인터파크도서 | 2016.08.23
백년을 살아보니
백년을 살아보니
민사랑74님 | 인터파크도서 | 2016.08.23
내 인생의 지침서 『백년을 살아보니』
백범 김구 선생님의 소원은 '대한 독립'이셨다.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을 바라고 바라며 오직 이 나라를 위해 하루를 살고 오늘을 보내신 선생님. ..
나디아님 | 반디앤루니스 | 2016.08.22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한 경험은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화와 같은 지혜이다. 돈으로 살 수도 없는 것이고, 지식적인 배움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파레시아님 | 인터파크도서 | 2016.08.22


97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인생론_ 사랑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네
스무 살에 몰랐던 것을 서른이 넘으면 알게 될 때가 있다. 마흔을 넘기면 인생이 또 달리 보인다. 만약 백년을 산다면 인생은 또 우리에게 어떤 무늬로 그려질까? 그 지혜를 미리 안다면 우리 삶이 조금 더 향기로워지지 않을까?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이며, 97세의 영원한 현역 김형석 교수가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100세 시대’를 맞아 불안하고 허둥대는 인생 후배들에게 다정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들려준다. 그리고 말한다. 사랑 있는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었다고. 그것을 깨닫는데 9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국 철학의 대부’가 90의 언덕에서 인생을 바라보니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는 설레고 기쁘기보다는 불안하고 허둥대기 바쁘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남은 인생을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인생은 겪어봐야 깨닫는다’고 하지만, 먼저 100세 인생을 산 이의 지혜를 빌린다면 앞으로의 삶이 조금 더 명확해지고 향기로워지지 않을까?
1960년대 초대형 베스트셀러 『영원과 사랑의 대화』의 저자이자,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이며, 97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저작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원한 현역’ 김형석 교수가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다정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들려준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관심까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돌이켜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고. 그리고 고백한다. ‘그것을 깨닫는데 90년이 걸렸다’고…….

‘백년을 살아보니’ 행복이란?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행복은 누구나 원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행복은 어떤 것인가, 라고 물으면 같은 대답은 없다. 행복은 모든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제1부 ‘행복론’에서 저자는 행복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한다. 보통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공한 사람은 행복을 누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가 그리는 ‘성공과 행복의 함수 관계’는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삶은 행복하며, 성공적이다. 그러나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정성 들여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실패가 없으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성공이 없는 법이다.
‘재산과 행복의 함수 관계’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더 명확하다. 저자는 항상 가족들이나 제자들에게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충고한다. 물론 저자 자신이 주변에서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은가. 인격 수준만큼 재산을 갖는 것이 원칙이다. 인격의 성장이 70이라면 70의 재물을 소유하면 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해서 90의 재산을 갖게 되면 그 분에 넘치는 20의 재산 때문에 인격의 손실을 받게 되며, 지지 않아야 할 짐을 지고 사는 것 같은 고통과 불행을 겪는다.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은 운명도 허무도 아닌 섭리
제3부는 우정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1960년대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는데, 당시에는 인생은 운명도 허무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긴 세월이 지난 지금에는 둘 다 아닌 또하나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바로 ‘섭리’다. 이 같은 깨달음은 친구들을 통한 우정의 사건들에서 얻은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아름다운 친구들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인생 첫 친구였던 영길이, 초등학교 때 친구 김광윤 장로, 중?고?대학교 때의 허갑과 박치원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의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난 두 친구, 서울대의 김태길 교수, 숭실대의 안병욱 교수였다.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렸던 이들은 반세기 동안 사랑이 있는 경쟁을 벌인 ‘축복받은 관계’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 다음으로 자신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이 두 친구였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80대 중반쯤의 어느 날, 안 교수가 “더 늙기 전에 셋이서 1년에 네 번쯤 만나자”고 제안한다. 김태길 교수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이유는 “우리 셋이 다 80대 중반인데, 누군가 한 사람씩 먼저 떠나가야 할테고, 그러면 다 보내고 남은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멀리서 마음을 같이하면서 지냈고, 저자만 홀로 남았다. 두 친구를 보내고 난 후에 저자는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한층 더 고독해졌다는 이야기다.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제5부는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와 그의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태길 교수는 76세 때 ‘한국인의 가치관’에 관한 책을 내놓았고, 안병욱 교수는 89세까지는 일을 계속했다. 저자는 ‘나도 60이 되기 전에는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고 인정한다.
저자가 100세에 가까워지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다. 그는 20이 될 때까지는 가족마저 단념을 했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50이 되어서야 정상적인 건강에 자신을 찾았을 정도다. 그래서 신체적 과로나 무리는 하지 않고 조심조심 살아왔는데,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장수의 한 비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50이 넘어서는 주3회 정도 수영장을 찾고, 하루에 50분 정도 걷는 운동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일’이 건강을 유지해주었다고 믿고 있다. 저자에게 건강은 일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칸트나 슈바이처의 경우를 살펴봐도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건강도 유지했다.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후배와 후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의무도 있다. 늙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노년일수록 존경스러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노년기에는 무엇보다 지혜가 필요한데, 그 지혜라는 것은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푸대접을 받았어도 상대방을 대접할 수 있는 인품, 모두의 인격을 고귀하게 대해줄 수 있는 교양, 그 이상의 자기 수양이 없다고 노철학자는 말한다.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
1960~70년대 수필, 수상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1980년대 이후 철학과 종교 책에 집중하면서 대중들과 멀어졌다. 그러다가 나이 90고개를 넘기게 되면서 다시 독서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오래 산 것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위로의 심정에 접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인생은 고단했고 쓸쓸했으나 솔직했고 아름다웠다. 아내가 20여 년을 병중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저자의 아내가 발병하고 2, 3년 지났을 때였다. 친구인 C교수가 찾아와 조심스럽게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C교수의 아내가 밖에서 저자를 두세 차례 보았는데, 한마디로 홀아비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이후 저자는 옷차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항상 미소와 온화한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반성하곤 했다. 자신이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와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면 좋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오늘날 저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언제 어디서나 보여주는 잔잔한 미소’는 그런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
저자에게 건강과 가난은 타고난 인생의 짐이었고, 그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을 때까지는 고생의 연속이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역사의 무거운 짐도 져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이 불행했거나 무의미한 고생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모두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