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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비드 / 나폴레옹 대관식

Bawoo 2014. 1. 9. 01:11

 

 

 

다비드

나폴레옹 1세와 왕비 조세핀의 대관식

Consecration of the Emperor Napoleon I and Coronation of the Empress Josephine(1808)

   

 

 

 

만일 사진 기술이 19세기 초에 발명되었다면,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을 찍은 사진은 다비드의 그림보다 더 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화가 다비드가 이 장면을 담기 위해 4년이란 긴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한 사진가가 나폴레옹의 대관식에 참석했더라면, 오늘날 우리는 다비드의 그림과는 매우 다른 대관식 장면을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크 루이 다비드는 1804년 나폴레옹으로부터 ‘제국 제일 화가’로 임명되어 황제의 대관식을 그리는 임무를 맡게 된다. 황제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 ‘제국 제일 화가’라는 직책은 그가 당대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며, 또한 그가 황제와 국가의 명령을 받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자유롭게 펼칠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폴레옹 대관식’의 세밀한 장면들은 모두 황제의 동의하에 그려졌으며, 이는 나폴레옹의 정치적 야망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나폴레옹 대관식’을 통해 역사의 심장부로 들어가, 화가 다비드가 고의적으로 변형시킨 장면들과 이를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함께 찾아보자.

 

대관식의 연출자는 누구인가?

먼저 놀라운 점은 나폴레옹 스스로 자신의 대관식 행사를 직접 연출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신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황제 자신이 연출을 했을까? 사실 나폴레옹 이전의 프랑스 왕들은 대관식 행사의 주연을 맡는 것으로 만족했지, 스스로 행사의 연출에 관여했던 예가 없었다. 그러나 나폴레옹 자신은 왕도, 왕이나 황제의 아들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조국을 위해 싸우고 프랑스의 재건을 위해 정력을 바친 한 시민에 불과하나, 그의 수많은 승전에 대한 보답으로 황제의 직위를 얻은 것이다. 따라서 나폴레옹은 시대적으로 루이 16세를 계승하나, 그의 정치적 야망은 자신을 샤를마뉴 대제(742경~814)의 계승자로 선언하게 한다. 대관식 날짜가 샤를마뉴 대제로부터 정확히 천년 후에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인가?

이제 유럽은 대륙을 통일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킬 새로운 황제를 맞게 된 것이다. 나폴레옹은 신황제로서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의복의 유행을 부추기고, 새로운 예술 장르(신고전주의)를 여는 후원자가 된다. 그런데 어떻게 새로운 유행이 새로운 권력의 출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일까?

 

기존의 귀족 세력과 그들의 예술 생활 방식에 대항해서 나폴레옹은 고전적 이상주의, 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과거의 역사는 사라지고 새롭게 형성된 튼튼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나폴레옹의 왕관을 살펴보자. 이는 프랑스 왕들의 전통적인 왕관과는 전혀 다르며, 고대 올림픽 경기의 영웅들이나 카이사르(시저) 이후 로마제국의 황제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나폴레옹은 프랑스 왕들의 전통적인 청색과 황금색의 대관식 외투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이 외투 대신에 로마제국의 원로원 의원들이 이용하던 토가(Toga)를 선호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복장 역시 마치 고대 신화 속의 여신들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나폴레옹은 대관식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복장을 최대의 관심을 가지고 선택했다. 그는 구체제(앙시앙 레짐)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 장군들의 제복까지도 바꾸게 했던 것이다.

 

 

 

   

대관식의 장소는 어디일까?

나폴레옹은 대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복장뿐만 아니라, 모든 실내 장식도 자신의 구미에 맞게 바꾸어 버린다. 대리석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대관식이 행해지고 있는 장소를 관찰해 보자. 프랑스 왕실 의전에 따르면, 대관식은 대성당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프랑스의 어떤 대성당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대 신전과 흡사한 곳은 없다. 결국 나폴레옹은 대관식을 위해 수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실내 장식을 바꾸게 한 것이다. 따라서 다비드의 그림 속에서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든 특징들이 지워져 버렸는데, 다만 그림의 우측 상단에 보이는 부조 조각들만이 대관식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그림이 거대한 크기로 선택된 이유는?

‘나폴레옹 대관식’은 세로 621cm, 가로 979cm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다비드는 왜 이렇게까지 큰 그림을 선택했을까? 이 작품의 엄청난 크기는 그림 속의 중요 인물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은 수많은 군중들 속에 자신의 작은 체구를 그리게 함으로써 어떤 정치적 이득을 노렸던 것일까?

 

만일 이 그림이 작은 크기의 캔버스 위에 그려졌다면, 아마도 모든 주요 인물들을 상세하게 그려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림의 엄청난 크기 덕분에, 다비드는 대관식에 참석한 많은 인물들의 얼굴과 복장을 상세히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림 속의 인물들을 살펴보자. 먼저 황제의 대관식을 주관하는 사제들과 의자에 앉아 있는 교황 피우스(Pius, 비오) 7세가 보인다. 그리고 프랑스 제국의 고관대작들과 황실의 왕자들, 제국 군대의 대원수들이 모두 참석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옆에는 나폴레옹 황실의 여인들의 품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제단 뒤에 몇 명의 인물들이 보이는데, 이들 중에 화가 다비드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참석자들의 면면을 나열하듯 그려내는 것이 이 그림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비드는 이 그림을 통해 나폴레옹 황실의 탄생을 알리고, 황실의 모든 인물들을 부각시켜 나폴레옹 가문의 견고한 연대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나폴레옹의 명령에 따라, 다비드가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은 황제의 어머니를 귀빈석 중앙에 그려 넣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 바로 이 순간을 그림 속에 담았을까?

대관식은 굉장히 긴 시간을 요하는 행사이다. 따라서 어느 순간을 그림 속에 담는가 하는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의 기록에 따르면, 교황이 왕관을 씌워주는 것이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은 교황으로부터 왕관을 받아 놀란 교황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머리에 왕관을 씌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그림에 담는 것은 다비드 자신에게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폴레옹 황제가 아내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장면이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이 자상한 남편을 비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이유로, 우리는 왜 교황이 곤혹스런 표정으로 황제를 향해 그저 손가락으로 간단한 십자가를 그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

결국 다비드의 이 그림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묘하게 연출된 이 대관식을 통하여, 나폴레옹의 역사는 이제 프랑스 제국의 역사와 같이 하는 것이다. 이같은 역사적 운명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비드는 대관식의 정치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그 신성한 일면까지도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림 속의 나폴레옹의 모습을 잘 관찰해 보자. 엄숙한 모습의 나폴레옹 황제가 아내 조세핀에게 씌워줄 왕관을 막 들어올리고 있다. 이 장면을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황제와 황후는 신비한 빛에 둘러싸여 있고, 그들을 그린 색깔은 다른 부분보다 훨씬 밝고 웅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신비한 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림 속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이 빛의 진원지를 발견할 수 없다. 또한 이 빛은 그림 전체에서 느껴지는 햇빛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비드가 나폴레옹 황제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신비하고도 비현실적인 빛을 추가함으로써, 이 장면을 특별히 강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라라와복래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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