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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Bawoo 2017. 2. 20. 22:06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서양 인물화와 그림의 실제 인물에 대해 알게 해주는 책. 본문 230여 쪽 정도로 분량이 적은 책이라서 내용을 최대한 간략하게, 그리고 인물을 적게 택하여 쓴 게 눈에 띈다. 당연히 가볍게 읽힌다. 그럼에도 얻을 게 많은 책. 그림이나 인물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알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책 소개]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는 여왕이나 왕비로, 공인된 총희나 애첩으로, 권력 가까이에 있으면서 서양 미술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미녀들의 초상화. 그녀들의 미소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또 화가들이 그려내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 속에 등장한 남자들의 욕망이 권력이라면, 여자들의 욕망은 사랑이었을까? 한 장 한 장의 초상화를 통해 미스터리처럼 떠오르는 그녀들의 운명, 성(性), 사랑과 비극, 사랑과 욕망이 뒤엉킨 세계사는 책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고 드라마틱하다.



저자소개

저자 : 기무라 다이지
저자 기무라 다이지(木村泰司)는 서양 미술사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런던의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WORKS OF ART 과정을 수료했다. 즐겁게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 미술사’를 추구하며 다양한 강연과 세미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거장들의 미궁》《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원제:名?の言い分)》등이 있다.

역자 : 황미숙
역자 황미숙은 이와이 ?지 감독의 영화들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본어로 먹고 사는 통번역사. 늘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항상 설레는 인생을 꿈꾼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일본어과 석사 취득. 현재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한 달에 한 번 상쾌하게 예뻐지는 여자의 그날》,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아침주스 다이어트》,《꿈을 디자인하다》,《뇌와 마음의 정리술》,《1일 15분 활용의 기술》,《요약력》,《마음을 읽는 기술, 얻는 기술》 등 다수가 있다.

목차

서장 - 미술사 속의 초상화

제1장 합스부르크가의 번영을 이룩한 미녀
-마리 드 부르고뉴
제2장 열정적으로 르네상스를 살았던 미녀
-이사벨라 데스테
제3장 성모에 비견할 만큼 아름다웠던 여인
-아네스 소렐
제4장 역경에 굴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
-디안 드 푸아티에
제5장 야심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처형된 비극의 왕비
-앤 불린
제6장 왕국의 우상이 되고, 국가와 운명을 함께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제7장 ‘여자’로서 살았던 여왕
-메리 스튜어트
제8장 왕과 국가를 위해 산, 왕비가 될 뻔한 여인
-가브리엘 데스트레
제9장 프랑스의 왕비로 산 메디치가의 여인
-마리 드 메디시스
제10장 개신교도와 결혼한 가톨릭 왕비
-헨리에타 마리아
제11장 저물어가는 스페인의 왕녀
-마르가리타 왕녀
제12장 ‘로코코 여왕'의 화려한 싸움
-퐁파두르 부인
제13장 국민들의 증오의 대상이 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제14장 빈터할터가 그린 귀부인들
-초상화의 뒤안길
제15장 미국의 우상이 된 여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참고문헌


상세이미지

인류의 역사는 사랑과 욕망이라는 큰 수레바퀴에 의해 움직여 왔다. 서양 미술사에서 초상화 역시 사랑과 욕망의 산물이었고 그 역사의 뒤편에는 많은 미녀들이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하며, 특히 시대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영광과 권력을 훗날까지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서 자신과 여인들의 초상화를 남겼기 때문이다.
초상화는 종교나 문화 사조, 유행을 반영하거나 미디어 작전 또는 정략 결혼을 위한 선보기용으로 제작되었고, 주인공의 처지, 성향 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따라서 초상화들을 잘 들여다보면, 세계사의 주요 장면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련된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여왕이나 왕비로, 공인된 총희나 애첩으로, 권력 가까이에 있으면서 서양 미술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미녀들의 초상화. 그녀들의 미소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또 화가들이 그려내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 속에 등장한 남자들의 욕망이 권력이라면, 여자들의 욕망은 사랑이었을까? 한 장 한 장의 초상화를 통해 미스터리처럼 떠오르는 그녀들의 운명, 성(性), 사랑과 비극, 사랑과 욕망이 뒤엉킨 세계사는 책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고 드라마틱하다.

출판사 리뷰
-서양 미술사와 세계사의 절묘한 결합


여기 미녀들의 초상화가 있다. 미소짓거나 새침하거나 근엄한 표정이다. 여왕이나 왕비 또는 왕녀여서일까? 높은 자존심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여기 또다른 미녀들이 있다. 어딘지 요염하고 화려하고 때론 자유로운 여신으로 분(扮)한 그녀들. 왕의 총애를 받고 호사를 누리지만, 국민들의 증오를 한 몸에 받던 총희 또는 애첩들.
이들은 신분은 달랐으나 모두 세계사의 중요 장면들에 등장하는 권력자들 가까이 있던 여인들이라는 숙명은 같았다. 이 책은 서양 미술사가인 저자가, 그 숙명을 받아들이거나 저항하거나 또는 넘어선 평범치 않았던 여인들의 초상화와 인생 역정으로 세계사를 풀어낸 책이다.
이 여인들을 사실적으로 때론 우의적으로 그려낸 당대의 유명한 초상화가들---피사넬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홀바인, 클루에, 힐리야드,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다이크, 부셰, 나티에, 빈터할트, 그리고 앤디 워홀까지 서양 미술사 속 초상화의 변천 과정과 감상도 같이 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미녀의 기준이 같은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서로 달랐다든지, 당대의 유행이나 주인공의 종교, 처지, 패션 센스를 나타낸다든지, 나비나 진주, 체, 꽃 등 배경에 등장하는 소품들의 상징 등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130여 컷에 달하는 풍부한 사진과 그림

화려하고 풍부한 사진과 초상화들은 책을 읽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미녀들의 초상화와 왕들의 초상화는 물론이고, 여왕이나 왕비 주변에 있던 남자들, 그리고 화가 자신들의 초상화, 사건의 배경이 된 장소들의 사진들은 스토리 전개에 생생함을 더해준다.
또, 어떤 초상화들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왼쪽에 제시된 초상화를 보고 생각할 법한 질문을 예로 들면 이런 것들이다.(본문을 재구성한 것임)

-흡인력 강한 스토리와 표현, 드라마틱한 전개
초상화 속 주인공들의 인생유전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생생한 스토리로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미인박명? 너무 일찍 꽃피고 너무 일찍 져버린 여인들--
막시밀리안 1세(훗날 신성 로마제국 황제)와의 사랑으로, 혼인정책을 통한 합스부르크가의 영토 확대와 번영의 발단이 된 마리 드 부르고뉴, 프랑스 궁정에서 최초로 ‘공인된 총희’로 활약했으나 갑작스럽게 죽은 아네스 소렐, 스페인 합스부르크가의 종언을 막지 못한 비운의 마르가리타 왕녀 등.

*운명의 장난? 또는 아이러니한 장면들--
왕들의 바람기 때문에 고통받았던 다른 왕비들과는 달리, 루이 16세가 공인된 ’총희‘를 두지 않아국민의 증오를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위에 위협이 되었던 메리 스튜어트를 제거했으나, 결국 사후에 메리의 아들에게 왕위를 넘기게 된 엘리자베스 1세, 왕비로 격상되기 직전 극적인 죽음을 맞은 앙리 4세의 애첩 가브리엘 데스트레, 프랑스 왕가로 시집와 무시당하다가 결국 득세했던 메디치가의 여인들-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마리 드 메디시스- 등.

*명예도 사랑도 한때일 뿐이라는 인생의 허무함--
프랑수아 1세 왕과 그 아들에게까지 사랑을 받았으나 결국 쓸쓸한 노년을 맞은 디안 드 푸아티에, 아들을 낳지 못해 최고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앤 불린, 여왕보다 여인으로서 사랑을 좇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메리 스튜어트 여왕.

또,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 미술사를 추구하는 저자의 초상화 속 주인공들이나 상황에 대한 간결하고도 직설적인 문체는 이야기에 한층 몰입하게 만든다.
외모와 젊음에 집착했던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묘사를 보자.
“나이 든 여왕은 요즘 말로 하면 ‘공주병’이었지만, 그녀의 신분 탓에 충고를 하는 이는 없었다.”(108쪽) “처녀왕 엘리자베스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시녀들이 결혼하는 것에 대해 못된 반응을 보였다. 걸핏하면 주위의 남녀관계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여 마치 ‘노처녀 큰언니’ 같았다고 한다.”(109쪽)

막대한 지참금 때문에 마리 드 메디시스와 결혼하게 된 앙리 4세에 대한 묘사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실제의 마리는 앙리가 봤던 초상화처럼 호리호리한 미인이 아니었던 데다, 프랑스 미녀에게 익숙한 앙리의 눈에는 그녀가 촌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앙리로서는 초상화에 속은 심정이었다. 현대인들이 맞선용 사진과 실물이 달라서 실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여색을 밝히는 것으로 유명했던 왕답게 그는 금세 마리를 임신시켰다.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163쪽)

세계사는 그저 딱딱한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미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16-17쪽
“개인의 초상은 14세기가 되어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13세기 무렵부터 유럽 사회에 시장 경제가 발달하면서 사회에 여유가 생기고, 그 결과 사람들이 인간성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같은 인간성에 대한 주목은 13세기 이후 알프스의 북쪽(네덜란드 및 프랑스)과 남쪽(이탈리아)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14세기에 들어와서는 종교 미술에서조차 기부자나 화가 자신의 초상이 그려지기도 하면서 독립된 초상화의 기틀을 다지고 발전을 이끌게 된다.”

54쪽
“아네스 소렐은 프랑스의 궁정에서 ‘공인된 총희’라 불린 최초의 존재였다. 샤를 7세를 매혹시킨 아네스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며 궁정에서도 사실상 왕비처럼 행동하고 정치에도 관여했다. 이렇게 프랑스 왕의 공인된 애첩은 프랑스 혁명으로 절대왕정이 무너지기 전까지 공식적으로 왕을 모시는 직무를 갖게 되었다.…아네스는 점차 궁정의 다른 사람들이나 일반 백성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었다. 왕비가 아니라 왕의 애첩이 증오의 대상이 되는 프랑스의 ‘전통’도 그녀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132쪽
“엘리자베스는 결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왕위 계승 자격을 가진 메리의 존재가 언제 그녀를 지금의 지위에서 끌어내릴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엘리자베스는 미모로 유명한 메리에게 강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었다. 로맨티스트인 메리는 친하게 편지를 주고받다 보니 만난 적도 없는 엘리자베스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늘 자신이 중심이었고 콤플렉스 없이 자란 메리는 복잡한 생애에서 오는 엘리자베스의 콤플렉스나 그녀의 까다로운 기질을 이해할 수 없었다.”

154-155쪽
“가브리엘도 메리 스튜어트처럼 너무 일찍 인생의 정점을 찍은 탓일까. 운명의 여신은 그녀를 향해 얄궂은 미소를 짓는다.…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빠른 분만으로 인한 고통은 극에 달했고, 의사는 뱃속에서 죽은 그녀의 아들을 조금씩 꺼내야 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4월 10일, 부활절 축제 전날에 가브리엘은 임신중독증으로 스물여덞에 생애를 마감하기에 이른다. 마침 프랑스 왕비가 되기 전날이었다.”

188쪽
“<라스 메니나스>가 그려졌을 무렵, 펠리페 4세에게는 왕위를 계승할 아들이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위엄을 갖춘 마르가리타 왕녀는 외삼촌인 열한 살 연상의 레오폴트 1세에게 시집가기로 정해져 있었다. 프랑스가 위협이 되던 당시,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양 합스부르크가의 동맹은 두 사람의 결혼에 달려 있었다.”

219쪽
“사진의 등장도 19세기 회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초상화의 역할을 초상 사진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초상화에 비해 가격이 싼 사진은 왕후귀족 중심이던 사회가 변화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널리 확산된다.…르네상스 이래의 전통에서 벗어나,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표현하느냐는 데 중점을 두는 모던 아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결국 초상화 자체의 존재 이유가 변화하게 된다. 사회도 미술도 크게 바뀌면서, 신고전주의 화가들은 초상화의 전통에 충실했던 마지막 세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