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道]
보일 듯 하면서 보이지 않고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다
처음 걷기 시작한 20여년 전엔
바로 보일 것 같았는데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재능이 부족해서일까
노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마 둘 다이겠지
그 중에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재능이 부족한 때문일 테고
이제 이 길
나 스스로 좋아 걷기 시작했던 길
걸어갈 수 있는 나날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
앞으로 20여 년은 어림도 없고
10여 년만 건강하게 걸을 수 있어도
고마워야 해야 할 나이에 이르러 있으니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보지 못하고
잡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걸어야 한다
나 스스로 좋아 택한 이 길
걷는 자체가 너무나 즐거운 길
설사 목숨이 다 하는 날까지
보이지 않더라도
잡을 수 없을지라도
죽는 그날까지 뚜벅뚜벅
그렇게
2017. 2.16 아침~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