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몇 년 전 계곡 건너던 아내가 다리 다쳤을 때
나을 동안 잠시나마 짚고 다니라고 사준 지팡이
아내, 볼썽사나워 보인다고 싫어해서
창고에서 그냥 잠자고 있었다.
당신 부부들 점점 늙어가고 있으니
머지 않아 나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야라고
지팡이가 말하는 소리를
늘 내 머리속에 떠올리게 하면서
그 지팡이 이제
벽에 있는 전등 스위치 끄는 용도로 살아났다.
늦은 밤 누운 채로 책 읽다가 그냥 잠들어 버리는 탓에
불도 안 끄고 잔다고
아내에게 핀잔듣는 일이 반복되는 데 대한 해결 도구로
지팡이 이제 늘 내 머리 맡에 놓여 있다.
용도는 다르지만 내게 유용한 물건이 되어.
볼 때마다
머지않은 세월에 진짜로 내게 유용한 물건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임을
무언 중에 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서
죽는 날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저 전등 스위치 크고 켜는 용도로만 끝나기를 바라지만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앞에
어쩔 수 없이 그리 될 수도 있을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보다 건강 관리 잘해서
내가 필요치 않은 삶을 살다가 떠나라는
무언의 경고를 하면서...
2018. 8. 14.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