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어릴 적
난 내방이 없었다.
내 스스로 돈을 벌어 장만하기 전까지
무려 28년여 세월 동안
이제
그보다 더 많은 세월을
내방이 있는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럴 터이지만
이 아침
새삼
나만의 공간,
내방이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잠에서 깨어나
글을 쓸 준비를 하면서,
나와 마주하고 있어
저절로 보이는 벽과 방문을 바라보면서,
나를 외부로부터 막아도 주고
내가 필요하면 밖으로 나가게도 해주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비록 평당 천 만원이 안 나가는
이젠 오래되고 서울도 아닌 곳에 있는 아파트지만
세상의 온갖 비바람 피할 수 있으면서
그 안에 나만의 오롯한 공간이 있어
나만의 침대에 눕다시피 앉아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음에
마냥 행복하다
돈이 많으면
또 많아지면
탐욕과 교만이 차고 넘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그런 곳에 굳이 가서 살려고 발버둥칠까나
난 그러기 싫다
여태껏 그런 생각 없이 살았고,
얼마나 남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리 많이는 안 남았을
앞으로의 삶도
그리 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탐욕의 마음을 절로 씻어낼 수 있는
그런 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그리 살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만의 공간처럼
세상의 그 어떤 번뇌와도 차단되어 있어
오롯이 나 하고 싶은 일만을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그런...
2017, 9, 4. 목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