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어느 지공거사(地空居士)의 넋두리

Bawoo 2017. 8. 14. 06:31

 

 

" 어느 지공거사(地空居士)의 넋두리"

 

지하철 타는 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공짜로 탈 수 있는 자격이 생긴  2년 전 이후로 처음.

그동안 별로 탈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공짜라 기분좋게 탔었는데

매스컴 보도에 따르면,

지하철 적자 누적 요인이 무임승차 노인들이 많은 때문이라고 하고

이런 기사 댓글에,

돈을 내고 타는 이들이 우리 무임승차 노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이다. 

 

그림 그리고 글, 글씨 쓰는 생활인지라

집에서 주로 지내는 나날인데다가

선천적으로 밖으로 나다니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해서 

전시회를 보거나 그림 재료 떨어졌을 때 외에는

잘 나가지도 않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어

아무리 많아봤자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거의 반나절이 소요되는 인사동까지 가는 건

이제 시간이 아까워서 거의 안 가고

집에서 몇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에 있는 지역 전시장에

볼만하다 싶은 전시회 있을 때나 가끔 이용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젠 내 그림 경력이 늘어감에 반비례하여 볼만한 전시회도 흔치 않아

전시회 보려고 지하철 타본 지가 언제였든가 싶게 아득하기만 한데,

그래도 전시장 갈 때는 일부러 승용차를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면

공짜 지하철을 이용해야 되는지라 눈치를 보게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공짜로 탈 수 있는 거라 마음의 부담이 없었던 탓에 

마을버스 타는 게 더 편리한 곳에 갈 때도 천원이 아깝다는 생각에

전철역까지 운동삼아 걷는다고 생각하며

일부러 공짜 전철을 타러 가기도 했었는데

이젠 이게 부담스러위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경로석에 가기가 싫어

어쩌다 밤 늦은 시간에 전철을 탔을 때

텅비어 있는 경로석에 앉는 외에는

경로석이 꽉 차 있는 낮시간엔 주로

젊은이들이 앉는 곳에 앉거나 서서 가는 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눈치를 보게 생긴 것이다.

 

나는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으면서

단지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돈 내고 타는 젊은이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 아니던가

그들도 학교 다니랴, 직장 다니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일 터인데

단지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공짜로 타면서

거기에다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말이다.

아무런 미안한 마음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보도하는 의도의 진정성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보도되는 매스컴 자료에 따르면

65세가 넘은 노인들은,

지하철 운영 적자요인의 가장 큰 주범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생업, 공부에 지친 젊은이들 자리까지 뺏고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어쩌다 자리가 비어있는 경로석에 젊은이들이 좀 앉아있을라 치면

'젊은 것들이 왜 경로석에 앉아'라며

무슨 당당한 권리인 듯 눈을 부라리거나 직접 말까지 하며 자리에서 쫒아내는  

꼴불견 노인네들 모습도 가끔 내 눈에 보이게 하면서 말이다. 

 

그리 자주 이용하지도 않는 공짜 지하철

차라리 내 돈 내고 당당하게 타고 싶다.

공짜로 이용하는 제도가 있는 한

내 돈 내고 당당하게 타도

그걸 알아주는 젊은이들은 없을 터이니

공짜로 타는 제도 아예 없애서

젊은이들한테

"나도 내 돈 내고 탔다네"라는 당당한 모습 보여주고

공짜라고 하릴없이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에게 피해주는  늙은이들 모습 좀 덜 보이게 하고 

공짜로  이용하는  늙은이들 때문에 적자 늘어나서 죽겠다고 징징대는

지하철 운영 관련자들 주름살도 펴지게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70이 안 된 나이여서

그래도 덜 늙은 모습이긴 할 터이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구만리같은 젊은이들이 볼 때에는

늙은 모습이긴 마찬가지일 터

그들도 한 세상 살아내다 보면

지금의 내모습, 나보다 연치가 많은  7~80대 노인들 모습이  될 것이 틀림없을 터이지만

그래서 그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 오며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될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말 터이지만

 

젊은 노인축인 내 눈에도 늙어있는 모습은 보기가 싫은데

그들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왔건 ,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살아왔건, 못 살아왔건 간에

그저 늙어있는 모습 자체만으로  보기가 싫은데

그런 이들이 공짜 전철이라고

앞으로 한창 살아가야할 젊은이들에게 이래저래 피해를 주고

나라 세금까지 축내면서 몰려다니는 형국인 것이니

뭐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겠는가.

 

그러니 전철 공짜 이용 폐지해서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노인들 좀 줄이고

지하철 적자도 줄였으면 좋겠다.

노인들 무임 승차가 지하철 적자 요인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단순한 산술셈법에는 수긍을 안 하지만

전철 안에서 늙은이들 모습 최대한 적게 보도록 하는 게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 아니겠는가.

 

지난 날 어떤 삶을 살아냈건, 

잘 살아냈건, 못 살아냈건  

살아갈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이 있는 늙은이들은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젊은이들 앞에는

될 수 있는대로 적게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은 일인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자기들 앞날의 모습을 미리 보게 하는 게 뭐 그리 잘 하는 일이겠는가.

 

젊은이들,

늙은이들 모습을 자주 보게 되면

'나도 늙으면 저런 모습인 거구나

내가 어떤 삶을 살아내던 결국은 저런 모습이 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저절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지 않겠는가.

 

내 젊었던 시절에 그리 했던 기억은 없지만

그 시절엔 지금처럼 노인들이 많지도 않았을 뿐더러

전철 공짜로 이용하게 하는 식의 복지제도 자체가 없을 때여서

노인들 모습을 떼거리로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노인 복지차원이라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65세 이상 노인들 전철 무료이용 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쓸 데 없이 돌아다니는 늙은이들 때문에

지하철은 적자가 누적된다고 난리고

돈 내고 이용하는 직장인들, 학생들은

돈 안 내고 이용하는 늙은이들 때문에 앉을 자리마저 줄어들어

가뜩이나 피곤한 몸 조금이라도 쉬면서 가야되는데  그리 못하고 있지 않은 가 말이다.

 

전철 공짜 이용제도 페지하자.

꼭 해야겠다면 이용회수를  제한하거나

일정 금액이 담긴 교통카드를 버스, 전철 관계없이 이용하게 해서

전철이 없는 지역에 살아

전철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이 가게하자.

노인들도 출퇴근 시간에는 돈 받고 그 시간엔 경로석도 없이 하자.

만일 그 시간에 제 돈 내고라도 부득이 이용하는 노인이 있다면

젊은이들이 알아서 노인들한테 자리를 양보하면 되지 않겠는가.

자신들도 힘들겠지만 늙은이들이 더 힘들 것임을 생각해서

자신들도 머지않아 그리 늙은 모습이 될 것임을 생각해서.

 

이젠 전철 공짜로 타고서 돈 내고 타는 젊은이들 눈치보는 일은 안 하고 싶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 그나마 자주 이용할 일도 없는데

그때마다 공짜 손님이라고 눈치밥을 먹어서야 되겠는가.

당국은 전철 무료 이용제도 폐지하라. 폐지하라. 폐지하라.

 

[지공거사: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이상 어르신들을 빗댄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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