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행복

Bawoo 2017. 9. 4. 08:12


행복


어릴 적

난 내방이 없었다.

 내 스스로 돈을 벌어 장만하기 전까지

무려 28년여 세월 동안


이제

그보다 더 많은 세월을

내방이 있는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럴 터이지만


이 아침

새삼

나만의 공간,

내방이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잠에서 깨어나

글을 쓸 준비를 하면서,

나와 마주하고 있어

저절로 보이는 벽과 방문을 바라보면서,

나를 외부로부터 막아도 주고

내가 필요하면 밖으로 나가게도 해주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비록 평당 천 만원이 안 나가는

이젠 오래되고 서울도 아닌 곳에 있는 아파트지만

세상의 온갖 비바람 피할 수 있으면서

그 안에 나만의 오롯한 공간이 있어 

나만의 침대에 눕다시피 앉아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음에

마냥 행복하다



돈이 많으면

또 많아지면 

탐욕과 교만이 차고 넘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그런 곳에 굳이 가서 살려고 발버둥칠까나


난 그러기 싫다

여태껏 그런 생각 없이 살았고,

얼마나 남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리 많이는 안 남았을

앞으로의  삶도

그리 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탐욕의 마음을 절로 씻어낼 수 있는

그런 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그리 살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만의 공간처럼

세상의 그 어떤 번뇌와도 차단되어 있어

오롯이 나 하고 싶은 일만을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그런...




2017, 9, 4. 목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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