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
올겨울 갑자기 눈에 많이 뜨인다
지난 겨울에는 별로 안 보였는데
한 해를 더 산 때문일까
고래희가 아직 2년이나 남았는데
백세 시대라고들 떠들어대는데
혹 어디가 크게 나빠진 건 아닐까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먹어야 할 약들
그런 것들과 관계가 있을까
아니면 늙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걸까
피부과에 가볼까 싶다
나보다 10여 년 더 산 잘 아는 선배
일전에 만났더니 얼굴이 깨끗하던데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피부과에다 돈 조금 갖다 줬다던데
나도 그래볼까?
그래봤자 가는 세월 붙잡지는 못할 테지만
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씩
점점 다가가고 있는 발걸음 멈출 수는 없을 테지만
살아있는 날까지 깨끗한 모습으로 있고 싶은 바램
다 부질없는 짓인 것을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으니
늙고 병들게 되는 거 어쩔 수 없는 것을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거 피할 수는 없는 것을
그래도 한 번 가볼까나
아직 그리 될 때는 아닌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미련
2017. 2. 13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