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문학(文學)

[유순하 장편 소설]멍에

Bawoo 2017. 3. 14. 23:04

멍에



내가 생애 내내 간절히 소망해 온 것은 '도망'이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구성원인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잇는지를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유순하 장편 소설. 며느리가 우연히 시아버지의 기록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는 소설은 가족 공동체 안의 다면 관계(아버지와 아들, 시댁 식구와 며느리, 형제들 사이)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상준은 50대의 전직 교사이다. 그는 둘째 아들이지만, 아버지와 절연한 형을 대신하여 지금껏 부모님을 모셔 왔다. 8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중풍에 치매 증상까지 겹쳐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요양원의 아버지는 예전과는 딴판인 사람이 되었다.

지독한 독선과 광폭한 성격으로 집안을 갈가리 찢어 놓았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불쌍하고 유순한 노인일 뿐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된 폭군의 행악으로, 이미 집안은 풍비박산이다. 자신은 아이들에게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상준의 굴종은 상준과 그 아이들,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까지 악화시키는데...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소설은 전작 <아주 먼 길>과 마찬가지로 어긋난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삶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부정적인 관계의 무수한 뒤틀림 속에서도 가족이 해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거나 변형을 주장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시간은 그대로 진행되고, 삶은 계속 유지된다는 명징한 사실 앞에서 현실을 직시할 뿐이다.


저자소개

저자 유순하

저서(총 14권)
1943년 일본 교토에서 출생하였다. 1968년『사상계』신인상에 희곡「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선되었고, 1980년『한국문학』신인상에 소설「허망의 피안」 당선되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생성』,『하회 사람들』,『배반』,『고독』,『여자는 슬프 다』,『산 너머 강』,『아주 먼 길』,『멍에』와 소설집『내가 그린 내 얼굴 하 나』,『새 무덤 하나』,『벙어리 누에』,『우물 안 개구리』,『다섯 번째 화살』, 『바보 아재』그리고 문화 비평서『한 몽상가의 여자론』,『삼성, 신화는 없다』, 『삼성 신경영 대해부』,『한국 정치판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참된 페미니 즘을 위한 성찰』 등이 있다.1989년 장편소설 『생성』으로 제1회 이산문학상 수상, 1991년 중편소설「한 자유주의자의 실종」으로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2013년 단편소설 「바보 아재」로 제2회 EBS 라디오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7%

저자 유순하의 다른 책더보기
고양이님, 안녕!고양이님, 안녕!산하2016.10.20
사자 포효하다사자 포효하다문이당2015.01.25
당신들의 일본당신들의 일본문이당2014.08.15
바보아재바보아재실천문학사2014.05.14



며느리가 우연히 시아버지의 기록을 읽는 형태로 진행되는 소설 『멍에』는 가족 공동체 안의 다면 관계―아버지와 아들, 시댁 식구와 며느리, 형제들 사이―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다면 관계뿐만 아니라 노인 문제, 가정 폭력 등 요즘에 들어와서 새롭게 이슈화 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삶과 밀착된 방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노부모의 봉양이나, 병든 노인에 대한 병수발 등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나 가족 관계 악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소들이 과거 대가족 시절에는 그것이 문제를 삼을 수조차 없던 사항이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가족이 소규모화 되면서 점차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멍에』가 예전의 관습을 칭송하고 대가족으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하는 구태의연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멍에』가 말하는 진짜 문제는 예전에 비해 가족 공동체가 그 구성원에게 끼치는 영향의 종류가 변화했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의 개념조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개념의 부권이 실추하면서 현재 아버지의 입장에 있는 남자들의 역할 모델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멍에』는 한 아버지의 자아 찾기라고도 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악습의 고리를 끊어 아랫세대들에게는 그 아픔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닮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반복하는, 한 아버지의 설 자리에 대한 치열하고 내밀한 번민의 기록이다.


전통적인 가족 내에서 성장하여 변형된 가족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놓여 있는 주인공은 변하는 가치관을 따라갈 수 없고, 윗세대의 횡포를 그대로 용납할 수도 없고, 아랫세대에게 굴종을 강요할 당위성도 잃어버린 세대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독백은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서 변하는 개념과 세상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가면서 '개구리 짐 받듯' 힘겹게 살아 온 '낀세대'의 고뇌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멍에』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나온다. 한 아버지는 이유 없이 아들을 향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이를 합리화하려는 아버지이고, 또 다른 아버지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자기 아이들에게는 절대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하지만, "아버지의 직업은 자식들의 미움을 받는 것"이라는 말처럼, 성공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그에게 자신의 아버지는 거의 업보와 같은 멍에이다. 자신이 감당해야 하지만, 너무나 무겁고 부당하게만 느껴지는 짐이다. 포악한 아버지로 인해 뒤틀린 가족 관계, 형제 관계도 그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몸이 아픈 어머니 역시 옥죄이는 멍에이다. 자신을 '젖을 먹이고 밥 떠먹여 키워' 준 어머니가 늙고 병이 들었을 때, 오랜 기간 그 병수발을 감당해야 했을 때, 치밀어 오르는 죄책감과는 상관없이 어머니는 무거운 짐으로 변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인생을 보며 측은한 마음과, 사랑하고 존경하면서도 짐으로 여겨지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솔직한 그의 마음이다.


점차 해체 가족-변형 가족으로 나가가는 요즘, 예전 의미의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딜레마는 계속된다. 대중 드라마가 전통적인 가족상을 지향하고 있다면, 문학은 이미 해체된 가족, 변형된 가족을 향하고 있다. 유순하의 『멍에』는 변형된 가족의 의미를,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곱씹는 소설이다. 유순하의 거르지 않은 현실 직시의 소설을 읽으며 그 잔혹함에 소름 끼쳐 하면서도, 그런 잔혹함에 차마 대놓고 반기를 들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상대방에게 들이대는 날카로움과 동일한, 혹은 그보다 더할지도 모를 혹독함으로 자신의 연약함을 들쑤시는 성찰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란, 서로 상처 주고 미워하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하면서도 가슴 한편으로 짠해할 수밖에 없는, 확실히 모순적인 관계이다. 전통적인 가족에서 급변하는 현 시대를 살아오면서 변형?해체되어 가는 가족 내의 갈등은 어쩌면 해결 방법이 없는 영원한 숙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순하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순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전작인 『아주 먼 길』과 마찬가지로 어긋난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삶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부정적인 관계의 무수한 뒤틀림 속에서도 그러므로 가족이 해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거나 변형을 주장하지 않는다. 순리대로 살고자 노력하는 개개인들이 틀렸다고 단정 짓지 않는다. 현대에 팽배해 있는, '순리에 따른 삶은 곧 패배'라는 의식을 긍정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시간은 그대로 진행되고, 삶은 계속 유지된다는 명징한 사실 앞에서 현실을 직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