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어떤 작품을 선택해 읽을까는 참 어렵다. 우리나라, 전후 출생 작가로 한정했는데도 그렇다. 웬 모르는 작가는 이리도 많은지. 아마 매스컴을 통해 광고가 안 되었거나 내가 소설에 관심을 끊고 있던 30~50대에 나온 작품들이라서 그럴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나름대로 읽을 작품 선정 기준을 정해 놓은 게 있는데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거나 단편집에 실린 단편 작품 중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의 작가를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가가 별로 많지도 않거니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작품이 전혀 엉뚱한 소재, 이야기로 흘러가는 경험을 한적도 있어서 작품 선정 기준의 정답은 되지 못했다. 차선책 정도. 또 한가지 기준을 정해 놓은 게 있는데 뭔가하면 바로 자전 소설이다. 자기의 살아온 과정을 중심 소재로 쓴 소설이기에 작가의 살아온 경력을 보면서 글쓰기의 기본이 되어 있는가만 훑어보면 일단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이런 기준을 갖고 읽기로 결정한 이 작품의 경우 작가가 여성인데 프로필을 훑어보니 특이한 학,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53년생이니 6.25전쟁이 끝난 해에 태어나 대구의 명문 경북여고를 나왔는데 대학이 뜻밖에도 명문이 아닌-경북여고 나올 정도 실력이면 명문으로 알려진 대학 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학을 나온데다가 외국인하고 두 번의 결혼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특이한 인생경험을 했을 것으로 판단되어 이야기꺼리가 참 많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어떻게 풀어 갔을까, 만약에 기본 문장력도 안 되어 있은 작품이라면 책장을 덮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읽다가 점차로 빠져들게 되었다. 내 기준으로 볼 때 구성상 약간 아쉬운 점이 보인 것-대표적인 것이 명문대 나와 성공한 남자와 결혼했으나 암으로 일찍 죽은 친구 이야기였다- 외에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뛰어난 문장에 감탄하면서 밤을 새워 읽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권 당 300여 쪽 분량이지만 15년 전인 2002년에 나온 탓인지는 몰라도 활자가 작은 것으로 보아 요즘 출판물 기준 할자로 나온다면 1,000쪽은 족히 넘을 분량이 되지 않을 까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점인데 이는 작가가 일부러 생략한 것일테니 어쩔 수 없는 일.
참 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했다. 책을 구입해서 글쓰기 공부용으로 활용하고 싶은데 절판
상태.ㅠㅠ
* 사족: 글쓰기가 아닌 사업으로 성공한 여성이라는데 읽는 내내 문재[文才]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2004년에 수필집 나온 것이 마지막인 것 같아서 더욱 아까운 마음이 든다. ]
[ 이 작품에 대한 소개 글 - 책이 절판된 상태라 그런지 소개글이 별로 없다.]
미국 오하이오 주 데이튼에서 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 이기희. 개인이 경영하는 것으로는 미국 전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화랑 '윈드 갤러리'의 소유자인 그녀가 미국 중. 상류층을 상대로 우뚝 서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의 삶을 장편 자전소설에 담았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변경」의 주인공 이명훈이 사랑했던 '경애'라는 여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저자는, 한때 문학에 목숨을 걸고 싶었던 지난날에 대한 약속이자 묵묵히 제 길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가슴속에 맺힌 말들을 소설화했다. 찔레꽃이 피는 집, 그곳에 사는 두 가족의 애잔한 삶이 진행된다.
1960년대 후반 경북 대구. 김춘수(시인・2004년 타계)의 시를 가슴 깊이 흠모하던 문학소녀가 있었다. 동네어른들의 자자한 칭찬 속에 명문 경북여고를 다니며 효성여대 등이 주최한 백일장에서 언제나 "1등을 먹던" 소녀시인. "시가 없다면 세상도 없다"라 생각하던 순수의 시절이었다.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중반. 20대 소녀는 인간의 힘으로는 쉬이 거부키 어려운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은 나이가 스무 살이나 많은 미군 대령. 결혼을 말하는 그녀를 모두가 말렸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살아있어야 할 유일한 이유"라고 말하는 아버지뻘의 사내를 여자는 끝내 내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77년 도미(渡美).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의 고생은 필설로 형언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사랑"이 있었기에 그 모든 시간이 그저 고통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30년에 가까운 세월. 그간 그토록 서로를 사랑했던 대령은 세상을 떠났고, 우연 아니, 필연처럼 만난 대만 남자와 재혼도 했다. 레스토랑 사업과 미술관 경영을 통해 적지 않은 돈도 벌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을까?오십이 넘어서면서 "문학소녀"의 가슴엔 모래바람이 불었다. 어린 시절 그녀를 휘감았던 "문학에의 열병"이 재발한 것이다. 그 병은 무언가를 쓰지 않고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컴퓨터 자판이 아닌 볼펜을 붙들고 꼬박 8개월을 정신없이 보냈다. 손목과 어깨가 끊임없이 시려오는 병을 얻고서야 완성한 한 편의 소설. 그것이 지난 2002년 출간된 자전소설 <찔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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