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편소설]저녁이 깊다-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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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저녁이 깊다-이혜경

Bawoo 2017. 1. 29. 23:25

지난 시간, 마음의 무늬로 새긴 비망록!

『저녁이 깊다』는 이혜경 작가가 20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로 평범한 삶의 위대함을 각별하게 보듬는 작품이다.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누구보다 세상에 깊게 뿌리내리고 싶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다감하고도 정밀한 시선과 언어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삶의 모습이 어떤 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이혜경

저서(총 20권): 이혜경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슬픔의 힘은 그녀의 소설을 이끄는 순정성의 미학에서 비롯한다. 요컨대 그녀의 소설에서 배어나오는 슬픔은 그녀의 소설이 지나치게 착하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늘진 삶의 구석구석을 애정어린 시선과 정교한 필치로 형상화해온 대표적인 여성작가인 그녀는 더디지만 탄탄하고 뚜렷한 행보를 걸어왔다.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세계의 문학에 중편소설 『우리들의 떨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이혜경의 소설은 가족을 둘러싼 내력을 작중화자의 자전적 회고를 통해 서술하는 가운데 슬픔과 절망의 서정을 체념이나 화해로 이끌어간다. 현재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대개 과거의 사건들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아와 세계에 대한 반성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 이혜경의 소설에서 회상되는 사건들은 현란하거나 새롭기보다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런 만큼 과거를 회상하는 시선의 성격과 회상의 현재적 효과에 큰 비중이 주어진다.1995년 장편소설 『길 위의 집』으로 오늘의 작가상과 독일 리베라투르 장려상을 받았으며 『피아간』으로 13회 이수문학상을, 『틈새』로 2006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 집 앞』『꽃그늘 아래』등이 있다.

저자 이혜경의 다른 책더보기: 그리고, 축제 -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054아시아2016.07.14; 그리고 축제-And Then the Festival(바이링궐에디션한국현대소설 54)아시아(주)2014.03.14; 너 없는 그 자리문학동네2013.03.07; 그 집 앞문학동네2013.03.06

미디어 서평(총6건)

우리는 아직도 '요괴인간'일지 몰라: 저녁이 깊다｜이혜경 지음｜문학과지성사｜284쪽｜1만 2000원소설가 이혜경은 곰삭은 우리말을 유려하게 다루기로 이름이 높다. 글의 염결성..; 조선일보 | 2014.10.11

우리는 아직도 '요괴인간'일지 몰라: 조선일보 | 2014.10.11; 저녁이 깊다｜이혜경 지음｜문학과지성사｜284쪽｜1만 2000원소설가 이혜경은 곰삭은 우리말을 유려하게 다루기로 이름이 높다. 글의 염결성(廉潔性)을 따지기에 과작(寡作)이지만, 상복(賞福)은 풍성했다. 2006년 동인문학상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차례로 받아왔다.이 책은 작가를 비롯한 베이비붐 세대가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겪은 시대 상황을 담고 있다. 인물과 사건의 풍성함에만 의존한 소설이 아니다. 핍진한 풍속 묘사와 세밀한 심리 묘사가 탁월하게 전개된다. 소설 도입부는 시골 아이들이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풍경이다. 시골 아이들이 '자루에서 쏟아진 콩이나 다름없이 엇비슷하게 난해한 개념어'를 외우느라 애를 먹는다. 소설은 '아이들이 콩을 밟고 미끄러지듯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외웠다'고 해학적으로 회상한다. 그때 최고 인기의 TV 만화영화는 '요괴인간'이었다. 주제가는 "빨리 인간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 아이는 이 노랫말을 비틀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한다. '병영 같은 학교'에 반발해 '반항심'이 불쑥 튀어오른 것이다.작가의 분신에 가까운 그 아이가 어느덧 오십 줄에 접어들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본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성취도 거뒀지만, 정치적 희생과 대형 참사로 얼룩진 역사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압축 성장의 시대를 허겁지겁 보냈다가 이제 불안한 앞날을 마주해 혼잣말을 한다. "우리가 혹시 아직도 사람이 되지 못한 '요괴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닌가." 중년층이 깊어가는 가을에 추억의 갈피를 헤집으며 읽을 만한 소설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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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격동의 시대를 받아낸 60년대생들의 시..: ▲ 저녁이 깊다…이혜경 | 문학과지성사 | 284쪽 | 1만2000원이제 드물어진 ‘가장’이라는 말이 그때는 아직 흔했다. IMF 외환위기, 수많은..; 경향신문 | 2014.09.26

[책과 삶]격동의 시대를 받아낸 60년대생들의 시린 삶

경향신문 | 2014.09.26

▲ 저녁이 깊다…이혜경 | 문학과지성사 | 284쪽 | 1만2000원

이제 드물어진 '가장'이라는 말이 그때는 아직 흔했다. IMF 외환위기, 수많은 가장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가족들이 해체되던 시절이었다. 장편소설 <저녁이 깊다>는 IMF 시대라 불리는 1990년대 후반 마흔을 코앞에 뒀던 세대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다.사회에서 자리잡고 가정을 꾸리고 한창 의욕적으로 일할 시기에 삶의 무게가 더해질 일만 남았던 서글픈 장년들. 소설은 사상 처음 정리해고와 노동유연성, 고시원 같은 낱말에 시달렸던 이들의 유년과 꿈과 젊음은 어떤 것이었는지 되짚어간다. 소설의 결말에서 도달한 IMF 시대는 이제 20년이 다 돼가지만, 지금이라고 세상사의 신산함이 그때보다 나아진 것은 없거나 오히려 악화됐기에 책은 동시대 이야기나 다름없이 읽힌다. 과작에 단편을 주로 써온 작가 이혜경(54)이 20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이다.이야기는 1960년대 말 지방 소읍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동급생들로부터 시작해 이들의 성장과 함께 전개된다. 가진 것 없이 믿을 거라곤 공부 실력뿐인 전학생 지표, 넉넉한 집안 살림에 모범생이지만 자신의 갖춰진 삶을 불편하게 여기는 감성 풍부한 기주, 돈 많은 부모를 두고 못난 골목대장으로 행세하지만 부모의 기대가 언제나 벅찬 형태, 지표와 더불어 빈곤과 좌절을 나누며 우정을 쌓는 병묵 등 유년 시절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이들의 삶이 뻗어나가는 방향에 따라 소설은 4부로 나뉜다.주인공들은 격동의 시대에도 역사의 중심에 서거나 거기에 휘말리는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았던 이들이다. 소설은 아픈 현대사의 변두리에서 평범하게 가난하고 평범하게 억압당했던 동심과 청춘의 풍경을 세밀하게 채록한다. 가난과 억압이 독창적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은 이를 특별하게 만든다.지표는 "육성회비 때문에 이름이 불릴 때마다, 사람들 속에 묻혀 살다가 깊은 밤 똔똔거리는 무전기 소리로 정체가 발각난 간첩이 된 기분이다. 교실에서 내몰리는 순간, 교실문은 지진으로 쩍 벌어져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심연이 된다." 대학 시절 단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시국대회에 참가했다가 '의식'을 규정당한 기주는 생각한다. "(…) 늘 이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 경계에 머무를지 모른다는, 생의 중심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가두리에서만 빙빙 돌지 모른다는 예감이 새벽 한기로 몸을 감아왔다."비록 작은 시골 소읍의 교실이지만 그 안에서 날고 기는 우등생, 내로라하는 부잣집 자제였던 이들은 자라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 됐다. 소설이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비극 혹은 삶의 진리는 여기에 있을 테다.외삼촌네 문간방에서 어머니와 둘이 눈칫밥 먹으며 살았지만 1등을 놓치지 않던 13살 지표의 "작은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다. 노여움도 부끄러움도 드러나지 않는다. 유난히 큰 눈은 깜박임조차 없어서 인형에게 박아 넣은 유리 눈 같다. 연탄가스로 이대 독자 아들을 잃고 실성해버린 정육점 아줌마의 눈이 저랬다." 그는 "자신이 길바닥에 뱉어진 가래침이나 눌어붙은 껌 같다"고 느끼게 하는 가난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코피 떨어뜨리며 악착같이 공부하던 쪼그만 녀석, 그 사는 모습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됐던 지표가 결국 얻은 자리는 정리해고에 몸 사리는 대기업 월급쟁이였다.투명한 마음을 지니고 감성이 발달한 기주에게서는 예술가의 자질이 보였다. 회의와 절망으로 청춘을 보냈던 기주는 서른 언저리에서도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라는 시구처럼 방황하며 좋아하는 글을 쓰는 대신 출판사 편집자로 일한다. 학비가 없어 고등학교 대신 공장을 택했던 병묵은 마흔도 되기 전에 제힘으로 공장을 차려 어머니에게 시골집을 지어줄 만큼 자수성가했다. 그러나 IMF가 오고 "힘겹게 여기까지 나아왔는데 IMF가 손끝으로 툭 퉁기니 단번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목을 맨다.아무리 역사의 변두리에 서 있더라도 산다는 것은 시대를 올곧이 받아내는 일이다. 소설은 국민교육헌장 암송, 혼분식 장려, 빈부에 따른 차별이 빈번한 1960년대 말 국민학교 모습, 고학생의 입주과외, 세속적인 종교, 운동권 대학생들의 위장 취업, 성수대교 붕괴·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삼풍백화점 붕괴·IMF 외환위기 등 1990년대의 커다란 사건들까지 한국 사회가 겪은 모순들을 빼곡히 묘사한다. 1960년생인 작가가 직접 겪은 시대를 질료로 삼은 이 소설에 대해 작가는 "잊히는 것들을 다시, 말해지지 못한 것을 제대로 말해야 하는 게 소설가의 소명인 것 같다"고 밝혔다.<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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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깃든 저녁처럼 잔잔하지만 깊게 스며든다: 이혜경(54)의 소설들은 잔잔하지만 깊다. 장편소설로는 20년 만에 펴낸 ‘저녁이 깊다’(문학과지성사)도 깊다. 이즈음 범람하는..; 세계일보 | 2014.09.25

우수 깃든 저녁처럼 잔잔하지만 깊게 스며든다

세계일보 | 2014.09.25

이혜경(54)의 소설들은 잔잔하지만 깊다. 장편소설로는 20년 만에 펴낸 '저녁이 깊다'(문학과지성사)도 깊다. 이즈음 범람하는 자극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조미료를 치지 않고 오래 맑게 우려낸 맛이다. 곤고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곰살궂은 시선으로 보듬어내는 이혜경 특유의 우수가 저녁 이내처럼 스며들었다.초등학교 동창이거나 중학교에서 만나 같이 한 시절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다. 1960년대에 태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작가의 세대와 정확히 겹친다. 운이 좋아 대학까지 마친 이들도 있지만 학비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공장으로 가야 했던 인물도 있고, 돈이 많아도 실력이 없어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와 사기까지 치는 인물도 있다. 이들의 세밀한 삶의 결이 촘촘히 직조된다.중심에 놓인 인물은 기주와 지표, 형태와 병묵이다. 기주는 소읍의 잡화상집 딸로 책을 좋아하는 섬세한 성격이다. 지표는 아버지가 죽고 난 뒤 낯선 외삼촌 집에 들어가 더부살이하면서 겨우 학교에 다녔다. 누나와 형들은 식모살이나 공장으로 떠나 머리 좋은 막내 동생 학비를 벌었다. 형태는 소읍의 유일한 극장과 연탄공장을 소유한 집의 외동아들이다. 딸만 넷을 둔 아버지가 첩을 얻어 낳은 아들이다. 버르장머리 없고 공부도 못하는 말썽꾼이다. 노름으로 재산을 날린 아버지의 아들 병묵은 끝내 돈이 없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으로 떠난다."명문고 교복을 입고 으스대는 내 또래 남학생의 거만한 눈빛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 남학생을 보는 여자애들의 눈에 어린 호감이 나를 슬프게 한다.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데 새마을교육에 빠지면 안 된다고 딱딱거리는 반장의 목소리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통근 버스에 오르자마자 '사원이냐 공원이나' 따져 묻고 기어이 버스에서 내모는 경비원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그 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려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흉내 낸 지표의 편지에 병묵이 보낸 답장이다. 그나마 병묵에 비하면 지표는 운이 좋아 학교에 다녔지만 둘 다 잠을 몰아내는 '타이밍' 약을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병묵은 야간 근무에 졸다가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지표는 잠을 몰아내고 악착같이 공부해 다른 세상으로 가는 사다리에 발을 걸쳐야만 하는 처지였다. 이들이 복용한 타이밍 약이란,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그나마 비상구를 향해 가는 희망의 알약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사회에 나와 어떻게 지금 이곳가지 흘러왔을까.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받은 '길 위의 집' 이후 20년 만에 장편을 펴낸 소설가 이혜경. 그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해외 레지던시 지원을 받아 오늘(26일) 쿠바로 떠난다.

작가의 캐릭터가 가장 많이 투사된 듯한 기주는 세상에 제대로 섞이지 못하는 부유하는 여성이다. 출판사에 다니는 그네는 대기업에 취직한 지표에게 "세상의 톱니와 내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게 선명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럭저럭 굴러가긴 했는데 한순간 꼼짝 안 하는 때, 모터를 꺼버리자니 해야 할 일이 남았고 억지로 가동시키자니 치명적인 고장이 날 것 같은 그런 때"가 있다고.기주가 정서적으로 약육강식의 상스러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학교도 못 다니고 천신만고 끝에 공장을 차려 좀 살아보나 했던 병묵의 좌절은 보다 잔인한 편이다. 외환위기 구제금융 사태에 직면해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몰린 병묵은 산에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발견됐다. 그가 절친 지표에게 전화로 심상한 듯 남긴 말은 "그냥, 바람 쐬러 나왔다. 이제 가야지, 끊는다"였다. 바람 쐬러 나온 세상에서 그리 힘들게 살다 가는가.형태는 미국에서 돌아와 친구들 등을 치고 낭인으로 살다가 "힘을 가진 자가 힘없는 자를 밟는 건 자연의 당연한 이치"라는 생각을 굳히고 '터미네이터'처럼 'I'll be back'을 외친다. 이번 소설의 인물들 중 가장 가슴에 밟히는 캐릭터에 대해 묻자 이혜경은 "다 고만고만 비슷하다"고 답했다. 형태도 겉으로 보기엔 거칠지만 첩의 아들로 자라온 이면을 들여다보면 비난만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짐작하게 되는, 생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해주는 소설 쓰기가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다.이혜경은 소설 말미에 "어쩌면 모두들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늘 걸려 넘어지는 건 아닐까.그리하여 사람 눈을 피하는 요괴들처럼 세상 그늘에 모여든 것은 아닐까. 여기가 바로 거기 아닐까"라고 자문한다. 지금 이곳의 인간들이 요괴라는 언설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싶은데 열망에 못 미쳐 모두 요괴처럼 보이는 서글픈 존재들이라는 말이다.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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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선착순 달리기에 내몰린 것 같아": [동아일보] 22일 만난 이혜경 작가는 나무에 등을 기대며 “참 편하다”고 했다. 50대의 작가는 “고교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수감자가 된 것..; 동아일보 | 2014.09.24

"우리 사회는 선착순 달리기에 내몰린 것 같아"

동아일보 | 2014.09.24

[동아일보]

22일 만난 이혜경 작가는 나무에 등을 기대며 "참 편하다"고 했다. 50대의 작가는 "고교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수감자가 된 것 같아 무척 힘들었다. 그럴 때 학교 언덕 나무에 기대면 살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쭉쭉 밀고 나가야 하는데, 내 발을 내가 걸고 넘어져요. 중간쯤 가다가 다시 쓰죠. 퇴고도 오래 해요.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과잉된 것을 빼고. 그 과정을 너무 많이 왕복하죠."소설가 이혜경 씨(54)는 과작(寡作) 작가로 불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최근 새 장편소설 '저녁이 깊다'(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이 소설도 2009년 8월부터 계간 '문학과 사회'에 '사금파리'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소설을 4년 동안 다시 고쳐서 내놓은 작품이다.그는 1982년 '세계의 문학'에 중편 '우리들의 떨켜'로 등단해 13년 만인 1995년 첫 장편 '길 위의 집'을 출간했다. 이후 소설집 4권을 출간했지만 장편만 따지면 이번 소설은 19년 만이다. 그는 벼리고 벼린 소설만 출간했다. 그렇게 발표하는 소설은 수상의 영광을 안아 오늘의작가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탔다.22일 서울 국회도서관 앞에서 만난 이 씨는 "운이 좋았고 복이 많았다. 평론가들이 작품을 좋게 봐주었는데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이 씨는 소설에서 자신 또래의 평범한 사람을 그렸다. 1960년대 말 지방 소읍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동급생인 기주, 지표, 병묵, 형태는 점차 어른으로 커가며 세상에서 견디어 살아남거나 끝내 좌절한다. 그들의 삶 속에 한국 사회의 경쟁, 불평등, 부의 대물림, 사건 사고 같은 문제들을 생생히 녹였다. 그리고 '살고 싶었던 삶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그와 동떨어진 곳에서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로했다.소설의 출발은 '선착순 달리기'였다. 그는 선착순 달리기 벌을 받을 때면 숨이 턱에 닿게 뛰고 또 뛰는 그룹에 속했다. 소설 속에는 벌을 받는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를 따돌리고 달리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선착순 달리기는 잘한 사람을 상 주고 못하는 사람을 보듬어 함께 가기보다 힘 있는 사람이 앞서 나가면 그걸 기준 삼아 '너희는 왜 그렇게 못하니' 질책해요. 그 속에 '하면 된다'는 시대의 구호가 압축돼 있어요. 우리 사회가 삶은 편리해졌지만 바닥에 흐르는 본질은 선착순 달리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서른한 살 직장인인 이 씨의 조카는 회사 모임에서 소설 한 구절을 동료들에게 읽어 주었다고 한다. "세상의 톱니와 내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게 선명해질 때가 있잖아.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럭저럭 굴러가긴 했는데 한순간 꼼짝 안 하는 때. 모터를 꺼버리자니 해야 할 일이 남았고, 억지로 가동시키자니 치명적인 고장이 날 것 같고. 이제 어쩐담, 싶어지는 때."동료들은 "내 이야기 같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꼭 물어봐 달라"고 조카에게 말했다. 이 씨가 답했다. "그걸 안다면 소설을 쓰고 있을까요.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지요."이 씨는 미안한 듯 답했지만 그의 소설은 독자들을 보듬어 주고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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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가의 삶 분투하는 60년대생 세대 자화상: [한겨레] 이혜경 20년만에 두번째 장편 2000년대 초까지 세월 갈무리 저녁이 깊다이혜경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과작의 작가’ 이..; 한겨레 | 2014.09.21

예측불가의 삶 분투하는 60년대생 세대 자화상: 한겨레 | 2014.09.21; [한겨레]이혜경 20년만에 두번째 장편
2000년대 초까지 세월 갈무리저녁이 깊다
이혜경 지음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과작의 작가' 이혜경이 20년 만에 두번째 장편 <저녁이 깊다>를 내놓았다. 1982년에 등단한 그는 그 뒤로 소설집 네권과 산문집 하나를 펴냈지만, 장편은 199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길 위의 집>이 유일했다. <저녁이 깊다>는 2009~10년 <문학과 사회>에 '사금파리'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을 다듬어 내놓은 작품. 연재가 끝나고도 책으로 내기까지 4년 넘게 걸린 시간이 그의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소설은 기주와 지표 두 주인공의 시점을 오가며 서술된다. 작가의 고향인 충남 보령으로 짐작되는 지방 소읍의 초등학교 동창인 둘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교와 대학을 거쳐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는 196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 세월이 모두 4부로 나뉜 작품 안에 차곡차곡 갈무리된다.기주가 상대적으로 넉넉한 집안에 공부도 잘하는 여학생이라면, 전라도 출신임을 감추고자 표준말을 쓰며 등장한 전학생 지표는 가난한 살림에 머리가 좋아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남학생. 여기에다가 지표 못지않게 가난해서 일찌감치 학업을 중단하고 노동을 통해 자수성가하는 병묵 그리고 병묵의 육촌이면서 읍내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이지만 공부에는 소질이 없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데에만 취미를 붙인 형태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이 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인생 행로를 통해 작가는 자기 세대와 사회의 자화상을 그리고자 한다. 텔레비전 초창기 아이들을 사로잡았던 요괴인간 벰 베라 베로, 가난한 고학생들의 경제적 출구였던 입주과외, 대학가의 학생운동 열기 그리고 90년대 거품 경제의 몰락까지, 작가는 지난 시절의 크고 작은 지표들을 살뜰하게 소설 속에 끌어들인다. 특히 과묵하며 신중하지만 심지가 굳은 기주에게는 작가 자신의 면모가 짙게 투영되어 있다."어쩌면 늘 이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 경계에 머무를지 모른다는, 생의 중심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가두리에서만 빙빙 돌지 모른다는 예감이 새벽 한기로 몸을 감아왔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 서서, 양쪽에서 날아드는 돌을 맞는 것, 그걸 제 몫으로 할지 모른다는 예감."대학 시절 기주가 호기심에 참석했던 학생 집회에서 함부로 편을 가르고 매도하는 선동가의 언설에 등 떠밀려 집회장을 떠나면서 곱씹는 상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 일을 하면서 늦도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그는 지표와 이성 친구로 지내면서 동창들과 사회를 관찰하는 구실을 한다. 그런 그를 90년대 중반 즈음에 만난 지표는 문득 달라진 기주의 면모를 발견한다."기주의 말 뒤편엔 늘 침묵이 작은 동굴처럼 고여 있었다. 그 동굴이, 기주의 말에서 울림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그 동굴이 메워지기라도 한 듯, 그날 기주의 말은 퍼석거렸다. 기주도 나이가 든 거라고 생각했다."지표의 눈에 달라져 보인 기주의 모습만큼이나 이 소설 <저녁이 깊다>도 기존의 이혜경 소설과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시시콜콜한 대사가 많아졌고, 문장의 만듦새에서도 특유의 신경질적인 엄격성이 많이 누그러졌다.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그 덕분에 소설은 편안하게 읽히는데, 한편으로는 이혜경만의 고집과 개성이 무뎌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소설 도입부에서 필통 위에 올린 종이에 연필을 거듭 그어 양각된 무늬를 만들었던 기주는 소설 말미에서는 유리문에 덧바를 종이를 접고 그에 가윗밥을 내어 원하는 무늬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다시 접어서 가윗밥을 내고, 또다시 접어서 가윗날을 댈 때쯤엔 이제 자기가 만드는 게 어떤 무늬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게 아닐까. 자기가 만들면서도 뭐가 될지 모르는 어떤 것, 예측불가인 그걸 만드느라 모두 애쓰는 게 아닐까."가난의 운명에 맞서 성실성과 끈기로 일어섰으나 결국 구제금융에 발목 잡혀 자살로 삶을 마감한 병묵은 물론, 온갖 사건 사고가 난무하는 속에서 무탈한 일상을 행복이라 여기게 된 '보통 인간' 지표 역시 삶의 예측불가능성을 온몸으로 웅변하는 존재들이라 하겠다.최재봉 기자bong@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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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톱니'가 꼼짝하지 않을때..이혜경 새 장편: 두번째 장편 '저녁이 깊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1982년 '세계의문학'에 중편 '우리들의 떨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혜경..; 연합뉴스 | 2014.09.19

'삶의 톱니'가 꼼짝하지 않을때..이혜경 새 장편

연합뉴스 | 2014.09.19

두번째 장편 '저녁이 깊다'(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1982년 '세계의문학'에 중편 '우리들의 떨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혜경 작가가 장편소설 '저녁이 깊다'(문학과 지성사)를 냈다. 1995년 '길 위의 집'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가족 이야기를 주로 써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1960년 말 지방 소도시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7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를 예리한 단면으로 잘라내 보여준다.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숱하게 마주칠 법한 인물들이다.가진 것 하나 없이 태어나 믿을 것이라곤 오직 공부 잘하는 것뿐인 지표,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 삶이 못내 불편한 기주,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부모 밑에 태어난 형태…"산책할 때면, 살고 싶었던 삶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그와 동떨어진 곳에서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 생각에 걸음이 절로 느려졌다"는 작가는 그렇게 격랑의 현대사 속에서 꿈꿨던 삶을 가슴에 묻어둔 채 일상을 견디는 사람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세상의 톱니와 내 톱니가 맞물리지 않는다 게 선명해질 때가 있잖아.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럭저럭 굴러가긴 했는데 한순간 꼼짝 안 하는 때. 모터를 꺼버리자니 해야 할 일이 남았고, 억지로 가동시키자니 치명적인 고장이 날 것 같고. 이제 어쩐담, 싶어지는 때."(237쪽)"신의 뜻을 알지 못하는, 먹고 사는 문제에 목맨 사람들의 삶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그 짧은 한 생이 그리 고단한 무게로 짓눌러 곤고한 삶, 사람들은 지금 곤한 잠에 빠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들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늘 걸려 넘어지는 건 아닐까."(282쪽)오늘의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이수문학상, 동인문학상, 무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던 작가는 격랑의 역사를 헤쳐온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왔다.60년대 말 국민교육헌장 암송, 국기 하강식, 70년대 광부·간호사 독일 파견,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통금, 장발 단속, 90년대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 반세기를 굽이치게 한 역사적 사건과 한국 현대 사회의 풍경도 밀도 있게 묘사했다.이 소설은 2009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계간 '문학과사회'에 '사금파리'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작품으로, 작가는 4년 만에 책으로 묶어 펴냈다.작가는 소설을 묶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짐작하게 되는 어떤 것들, 뒤늦게 깨닫는 생의 또 다른 면모, 시력을 잃은 사람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형체를 짐작하듯 이 소설을 다듬는 동안 그런 생각이 스칠 때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새록새록 돋았다"고 했다.yunzh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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