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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깊은 강 - 우애령

Bawoo 2017. 3. 26. 22:42

깊은 강



[아래는 이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소개글]


존재하거나 소멸한 모든 것들을 애도하는 이야기!

『깊은 강』은 격동의 한국사와 파란만장한 가족사가 흐르는 장편소설이다.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웅숭깊은 애도 작업을 통해 개인사와 가족사를 씨줄 날줄로 엮어가며 저자 자신의 심연으로 내려가 전면적으로 재성찰하고자 써내려간 이야기를 담았다. 조부모-부모-나에 이르는 3대의 가족사를 파상적으로 풀어내고, 자연스럽게 20세기 한국 역사의 강물에 새겨진 운명들을 조망하고 있다.


저자 우애령

저서(총 14권)
이화여고와 이화여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심리학 부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간호사자격증을 받고 메디컬센터 암병동에서 근무한 후 미시간 주립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문화일보 춘계문예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했고, 1994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었다. 그후 『당진 김씨』로 이화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트루먼스버그로 가는 길』『행방』,창작집『당진 김씨』『정례』『숲으로 가는 사람들』, 에세이집 『사랑의 선택』『자유의 선택』『행복한 철학자』『사랑활용법』『결혼에 관한 가장 솔직한 검색』『깊은 강』 등이 있다. 현재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 치료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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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 1. 뗏목 위에서 / 2. 회상 / 3. 꽃상여 / 4. 혜인과 정인 / 5. 세 번째 어머니 / 6. 기림과 표림 / 7. 해후 / 8. 여명도 / 9. 시간의 강 / 10. 봄, 여름, 가을, 겨울 / 11. 4월의 기억 / 12. 저 산은 내게 / 13. 귀향 / 14. 다리 저편에서 / 15. 물결 소리
· 해설 / 연민과 자기 연민의 동시 수행, 그 애도의 서사




“다른 사람들이 쉽사리 시도하기 어려운 스타일과 내용으로 20세기 한국인의 상처와 절망, 고통과 비극, 역사와 운명을 탐사하면서 인간 보편의 진실을 찾아나갔다는 점에서 『깊은 강』은 과연 ‘깊은 소설’이다. 요컨대 우애령의 『깊은 강』의 심층에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자기에 대한 연민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존재하거나 소멸한 모든 것들을 애도하는 이야기들로 얽히고설켜 있다. 나-어머니-가족사-민족사-인류사로 확산되었다가 다시 나로 회귀하는 반복 운동을 통해서 이야기 가치는 한껏 고양된다. 그리고 서사의 물굽이는 더욱 심원해진다. 1984년에 작가 김영현은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한 바 있다. 우애령의 『깊은 강』은 멀리 흐를 수 있는 서사적 에너지가 여러모로 많은 ‘깊은 소설’이다. 독자들이 깊이 자맥질할수록 더 깊어질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우찬제(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20세기 한국 역사의 강물에 새겨진 운명들을 조망하는 깊은 소설!
연민과 자기 연민의 동시 수행, 그 애도의 서사


『깊은 강』은 격동의 한국사와 파란만장한 가족사가 흐르는 장편소설이다. 작가 우애령은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웅숭깊은 애도 작업을 통해 개인사와 가족사를 씨줄 날줄로 엮어가며 자기의 심연으로 내려가 전면적으로 재성찰하려 한다. 이야기 치유 방식을 택한 듯한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조를 바탕으로 어머니의 삶을 심층적으로 복기하면서 상징적인 부활을 응시한다. 그러면서 자기 연민과 자기 격려의 품격 높은 지평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나’와 어머니 사이의 가족관계를 더욱 확대하여 ‘조부모-부모-나’에 이르는 3대의 가족사를 파상적으로 풀어내고, 자연스럽게 20세기 한국 역사의 강물에 새겨진 운명들을 조망한다.

한국의 현대사가 굽이지어 출렁이는 이야기의 깊은 강
우애령의 『깊은 강』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깊은 강’이다. 그 깊은 강물에는 많은 것들이 더불어 흐른다. 가장 심층에는 격동의 시대에 처한 인간의 운명이 흐르고, 구한말에서 일제강점, 분단과 전쟁, 4·19혁명과 5·16쿠데타, 광주항쟁을 거치는 한국의 현대사가 굽이지어 출렁인다. 질병·전쟁·기근·죽음을 상징하는 백·적·흑·청황색의 묵시록적 네 기사를 비롯해 수다한 운명의 풍경들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그 위에 가족사가 흐른다. 북한에서 월남한 가족사의 부침이 일렁이는 가운데, 다양한 성정을 지닌 가족들의 영혼의 풍경들이 아로새겨진다. 그런 관계망 위에서 다른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생아를 포기하려 했던 어머니의 고백과 그런 어머니를 연민으로 이해하고, 어쩌면 탄생과 죽음의 순간적 일치라는 비극적 운명에 처할 뻔했던 자신을 애도하는 자기 연민의 물굽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과거 혹은 앞선 세대를 애도하면서 미래와 자식 세대를 위해서 간절하게 기도하는 염원의 물결도 포개진다. 나아가 그 모든 관계와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 진정한 소망의 물줄기도 더해진다. 또 이야기를 통해 험악한 불통의 상황에서 화창한 소통의 지평을 모색해보자는 사회 심리적 제안의 물길도 『깊은 강』을 형성하는 중요한 주제적 요소이다.

연밥 뒤 연꽃
싯다르타는 부딪히고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강의 노랫소리를 주의 깊게 듣다가 마침내 그 강물 소리 전체를 하나로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번민을 떨치고 깨달음의 경지에 몰입하게 된다. 해설을 쓴 우찬제는 “이 순간에 대한 작가의 집중적 응시가 소설 『깊은 강』의 발원지가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도 아이들은 살아서 중년의 고비를 넘으면서 자기들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기를 것이었다. 나무가 잎과 꽃과 열매를 다 맺고 떨어트린 다음 그 아래 서 있던 어린 나무가 다시 그 과정을 밟아가듯이 우리들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의 길을 따라가 어느 날 영혼이 강변에 이르렀을 때, 이별과 슬픔이 다른 만남과 기쁨과 합쳐져 그 모든 소리가 함께 녹아서 흐르는 것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영주는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작중 작가의 딸 혜진의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웅숭깊다. 추상적인 연밥 그림 작업을 하면서 그녀의 목표는 이런 것이었다.
“연밥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 뒤로 연꽃, 연꽃잎 그런 이미지가 함께 시처럼 떠올라야 한다고 했어요.”
또 전생 예언에 심취한 동료의 이런 말도 한 다발로 포개진다.
“내담자를 잘 바라보세요. 잘 보면 그 뒤로 그 사람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니까요.”
“팔십이 된 어머니, 오십이 넘은 영주, 이제 스무 살이 된 혜진이. 그러니까 딸아이 혜진을 보면 그 뒤로 영주와 어머니가 저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 ……이즈음 오랫동안 병상에 누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의식이라든가 삶과 죽음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적어도 3대를 바라보아야 비로소 한 개인에 대한 이해가 완성된다는 학자의 관점을 생각해보며 영주는 부모와 조부모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곰곰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깊은 강』은 전혀 다른 소설로 굽이굽이 흐를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이야기를 써두려무나…… 가족사의 강물, 이야기로 흐르다
“넌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내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이야기를 써두려무나.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지. 세상에는 공부만 가지고는 모를 일투성이란다.”
학문적 탐구와 추론으로 가 닿을 수 없는 ‘인생 공부’를 어머니는 딸에게 이야기로 전수하려 한다. 이야기를 통해 ‘마음공부’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이 노모의 전언은 과연 울림이 크다. 이 울림을 심원한 것으로 받아들인 결과가 바로 소설 『깊은 강』이다.
그리하여 영주는 이야기 짓기와 마음공부를 동시에 수행한 것이다. 영주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스스로 경험한 기억을 더듬어 기록한 가족사의 강물에서 자맥질하면서 우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 가계도를 그려볼 수 있다.

영주의 할아버지, 선대의 건어물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경제적으로 번성하고 한때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던 강화 할아버지 이원복, 작가는 경이롭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독자를 바다 내음 물씬한 그 시절의 한복판으로 안내한다. 그의 곁에는 남편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다가 신병에 들려 일찍 죽은 할머니 개성댁, 기생 출신으로 부잣집 안방을 차지하려다가 혜인을 데리고 쫓겨나야 했던 부산댁, 출산을 못하기에 이 집에 들어와 혜인을 키우며 혜인과 기독교에 집착했던 원산댁이 있다.
영주의 아버지 표림의 여섯 남매 이야기는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달리 자동차업계를 새로 개척해가며 흥성과 몰락을 경험한 영주의 아버지 표림, 대가의 맏며느리로 육남매를 낳아 잘 길렀지만 딸 영주를 포기하려 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 어머니 연이, 일본으로 유학 가 도모꼬를 만나 운명적 연애를 했지만 이루지 못해 자살한 낭만적 기질의 기림, 전쟁의 와중에 비극적으로 희생된 석림, 낭만적 연애를 꿈꾸었지만 그렇지 않은 결혼으로 가슴앓이를 하다가 전쟁 중 내무서장 이진과의 너무나도 가슴 아픈 감정의 교류를 경험한 정인, 인민재판으로 비명횡사한 정인의 시부모, 남편이 간암으로 일찍 사망하고 외동딸 정아가 미국인과 결혼해 출국한 데 이어 자기 사업마저 부도를 맞아 인생무상을 느끼고 불가에 귀의한 영인,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고 부산댁과 함께 버려지는 등 어려서부터 평범하지 않게 자랐으며, 자유분방한 예술가 기질을 지녔지만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원하던 최석현과의 결혼도 이루지 못하고 이광석과 결혼하지만 갈등으로 출가까지 단행했다가 자식을 낳으면서 마음을 잡게 되고 연극하는 딸 리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혜인.
또한 가난한 집 맏아들로 일찍부터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연이의 오빠 철진, 부잣집 외아들로 유순한 성격의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나 분단과 전쟁의 와중에 참전과 포로수용소 체험 등으로 혹독한 고통을 겪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끝내 가족이 있는 북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남한에 남아 새로 가정을 꾸리기도 했지만 매우 불우하게 삶을 마감했던 연이의 이종사촌 형식의 이야기도 한 줄기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영주와 그 형제자매들 및 자식들이 있다.

“아기를 낳게 되면 장독대 위에 놓고 갈까. 무쇠솥 안에 넣고 갈까……”
전쟁의 와중에 남편의 전사 통보를 받은 터에 먼저 난 아이 셋을 살리기 위해 신생아를 죽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어머니의 고백은 『깊은 강』의 수많은 물줄기 중에서도 가장 시린 대목에 속한다.
“아기를 낳게 되면 장독대 위에 놓고 갈까. 무쇠솥 안에 넣고 갈까. 아기를 살리려다가는 세 아이가 다 죽겠구나. 그 생각만 있었단다…….” “우리가 임진강을 건널 때 네가 크게 울기라도 하면 너를 강에 내던져야 우리가 살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단다. 용서해다오.”
영주는 진심으로 딸에게 용서를 구하는 어머니의 고백을 들으며, 그리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사의 강물에 깊숙이 침잠하고 자맥질하면서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연민의 정을 느낌과 동시에 자기 연민의 치유 효과도 거두게 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자기를 돌보고, 자기를 돌보면서 어머니를 돌본다.

그들은 과연 행복을 찾은 것일까
생존이라는 최우선 과제에 휘둘리면서 반세기를 넘어 살아온 영주 부모 세대는 자신의 삶 전체를 살아온 것일까. 아버지 표림과 어머니 연이가 겪어온 일제강점기의 잔재와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불행과 굶주림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을 찾은 것일까.
이런 질문은 우애령이 월남 가족 출신 한국 작가이기에 가능한 질문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또한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핵적인 물음이다. 물론 이 의문은 마치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부류의 질문이어서 그 누구라도 쉽게 답하기 곤란하다. 더욱이 작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찾아가는 방식을 취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그 문제 상황을 객관적 상관물과 더불어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이다.
우애령의 『깊은 강』의 미덕의 하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런 중핵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독자와 더불어 공동의 탐문을 제안했다는 것,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매우 진실하고, 또 심원하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다른 사람들이 쉽사리 시도하기 어려운 스타일과 내용으로 20세기 한국인의 상처와 절망, 고통과 비극, 역사와 운명을 탐사하면서 인간 보편의 진실을 찾아나갔다는 점에서 『깊은 강』은 과연 ‘깊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