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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치오(Caprices for violin, Op.1)

Bawoo 2014. 1. 16. 12:30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치오

 

Caprices for violin, Op.1

Niccolo Paganini 1782∼1840

 

 

 

          

제24번 가단조 (Cuasi presto)

 

 

“창백한 얼굴에 깡마른 체구, 빛나는 눈빛의 사나이가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 위에 등장한다. 그가 바이올린을 켜는 자세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악기는 땅을 향해 축 처져 있고 오른손목이 심하게 구부러졌으며 팔꿈치는 너무 높이 올라가있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바이올린 소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화려하며 놀라운 기교로 가득하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악기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몸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간하기조차 쉽지 않다.”

 

파가니니에 대한 연주회 기록과 전기 작가들의 묘사를 종합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모습을 떠올려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리가 구체적으로 어떠했을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파가니니가 남긴 작품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독특한 바이올리니스트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파가니니의 악마적인 연주기교가 총망라된 작품

 

휘파람소리 같은 하모닉스의 연속, 손에 쥐가 날 정도로 계속되는 트릴과 중음주법(두 세 음을 화음으로 한번에 연주하는 연주법), 활 털에 불이 날 정도로 튀겨대는 괴상한 운궁법 등 파가니니가 남긴 바이올린 악보를 보면 연주 불능에 가까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파가니니 이전에 그 누구도 이런 바이올린음악을 작곡한 일이 없었다. 남들보다 팔과 손가락이 긴데다 손가락 뼈마디가 부드러웠다는 파가니니에게 이런 연주법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이 땅의 평범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겐 일종의 고문이나 다름없다.

 

파가니니는 워낙 독특하고 까다로운 연주법을 구사했기에 자신만을 위해 특별한 작품을 작곡하지 않고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기 어려웠다. 그가 수많은 연주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즐겨 연주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파가니니의 작품들 가운데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라 캄파넬라’(종)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이 유명하다. 하지만 파가니니의 진면목을 알고자 한다면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야말로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파가니니의 작품번호 1번에 해당하는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는 파가니니가 생전에 어떤 바이올리니스트였는지 짐작케 하는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곡이다. 이 곡에는 파가니니가 구사했던 거의 모든 바이올린 주법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일종의 바이올린 경전이라 할 만한 이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난해한 곡이기도 하다.

 

[24개의 카프리스]를 이루는 한 곡 한 곡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손가락의 근육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의 고난도 기교가 펼쳐진다. 이토록 바이올리니스트를 긴장시키는 곡도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제노바에 보관되어 있는 생전의 파가니니가 사용하던 바이올린>

 

 

빠르고 정확하게 연주해야하는 고난도의 기교

 

악보의 첫 페이지를 열면 카프리스 제1번의 악보를 가득 메운 32분음표의 물결에 압도될 것이다. 이 곡은 바이올린의 네 줄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움직여야하는 곡이다. 오른팔의 민첩한 활 놀림과 왼손의 정확한 코드 진행에 중점을 둔 이 곡은, 활의 탄력을 잘 조절해 얼마나 일정하면서도 또렷하게 튀어 오르게 하느냐 하는 점이 연주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럼 자주 연주되는 카프리스 5번은 또 어떤가? 빠른 아르페지오와 스케일의 전주와 후주가 붙어있는 이 곡에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스피카토를 구사하느냐가 관건이다. 바이올리니스트들 사이에 ‘빨리 켜기’의 경쟁을 유발하는 고약한 곡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빠른 템포로 연주하면 ‘왕벌의 비행’처럼 웅웅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제9번은 마치 종소리 같은 3도 화음으로 시작한다. 마치 두 사람이 2중주를 하듯 고음역과 저음역의 음색과 성격을 구별하는 묘사능력이 요구되는 곡이다. 슬러 스타카토와 트릴의 연속인 제10번의 무시무시한 기교 또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두려움을 준다. 한 방향으로 활을 쓰면서 여러 음을 빠르게 끊어 연주해야하는 슬러 스타카토는 아무리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라도 깨끗하게 연주해내기가 무척 어렵다.

 

‘악마의 미소’라는 별명이 붙은 제13번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중 24번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곡으로, ‘13’이란 숫자가 주는 악마적인 느낌 외에 3도 화음을 유지하며 쭉 내려오는 음형이 마치 악마의 기괴한 웃음소리를 연상시켜 흥미롭다. 마치 트럼펫의 팡파르와도 같은 14번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올린의 두 줄은 물론 세 줄도 한꺼번에 그어 연주해야하는 이 곡에서 트럼펫 주자들의 명쾌한 화음을 닮은 깨끗한 음색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파가니니로 분장해 출연한 영화 [애수의 트로이메라이](원제: Spring Symphony)에서 그가 연주한 카프리스 17번은 멋진 팡파르에 이어 빠른 반음계와 옥타브 화음의 연속으로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작품이다. 옥타브 화음을 꽤 빠르게 연주해야하기 때문에 마치 기계체조 선수처럼 왼손가락을 유연하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쉽지 않은 곡이다. 물론 영화 속의 크레머는 압도적인 기교로 이 곡을 완벽하면서도 악마적으로 소화해냈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24번은 길이도 가장 길고 주제와 변주 형식을 취하고 있어 바이올린의 각종 기교를 다채롭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익숙한 주제에 이어 11곡의 변주와 종결부가 펼쳐지는 동안, 바이올리니스트는 왼손으로 줄을 퉁기는 왼손 피치카토주법 을 비롯해 옥타브와 10도, 중음주법 등 각종 기교를 선보이며 주제 선율을 장식해간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린 파가니니>

 

파가니니 카프리스는 바이올린 콩쿠르와 오디션, 실기시험에 거의 빠지는 일이 없는 음악이기에 바이올리니스트라면 항상 파가니니 카프리스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곡을 연주용으로 무대에 올리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많지 않다. 간혹 앙코르곡으로 한두 곡 정도 연주하는 일은 있지만, 파가니니 카프리스를 기술적으로 완벽하면서도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게 소화해내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감히 전곡 연주를 시도하는 연주자는 드물다. 전곡 연주 못지않게 전곡 녹음 역시 드물다.

제23번 내림마장조

 

제22번 바장조

 

제21번 가장조

 

제20번 라장조

                                           

 

제19번 내림마장조

제18번 다장조

 

제17번 내림마장조

 

제16번 사단조

 

 제15번 마단조

 

제14번 내림마장조

 

제13번 내림나장조

 

          제12번 내림가장조
       

제11번 다장조 (Andante)

 

 제10번 사단조 (Vivace)

 

 

제9번 마장조 (Allegretto)

 

 제8번 내림마장조 (Maestoso)

 

제7번 가단조

 

제6번 사단조 (Adagio)

 

 제5번 가단조 (Arpegio)

 

제4번 다단조 (Maestoso)

 

제3번 마단조 (Sostenuto)

 

제2번 나단조 (Moderto)

 

제1번 마장조 (Andante)

 

 

카프리치오 capriccio : 이탈리아어로 '변덕'이라는 뜻. 활달하며 느슨한 구조의 악곡. 흔히 잘 알려진 대중적 곡조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카프리치오라는 말은 일찍이 16세기에도 칸초네·판타지아·리체르카레(이것들은 종종 모방 대위법에 의한 성악곡의 모델이 됨) 등 당시로서는 다소 기묘했던 새로운 양식들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다. 프레스코발디부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이르기까지 바로크 작곡가들은 건반 카프리치오를 통해 엄격한 푸가 작법을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변덕스러운 성격도 나타냈다.

 

 1782년 제노바에서 태어난 니콜로 파가니니는 7살때부터 해상화물중개업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이 후 제노바극장의 바트 세르베르, 프란체스코 네코에게 사사했는데, 그의 바이올린 학습은 언제나 단기간에 집중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7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파가니니에게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배우게 했다. 하루 10시간씩의 맹훈련이었다. 아침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을 시켰는데, 파가니니가 연습을 잘 안하면 밥을 주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 파가니니의 연주여행 동안 항상 그의 옆방을 빌려 그에게서 기술을 배우려 했던 에른스트는 "앙콜곡으로 선사하던 카프리스를 자주 연습했는데, 한음도 틀리지 않고 연주 때보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곤 했다... 그는 어렸을 때 엄청난 연습을 했음에 틀림없으며, 어떠한 어려운 악구라도 반드시 성공해내고야마는 강철같은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라고 회술하고 있다.

 

 

 

19세기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 파가니니의 현란한 연주회는

 언제나 열광의도가니 였다. 관객들이 실신했고, 악마와 마녀가 춤을 춘다는 등 다양한
입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무한한 기교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직접 이를 실현해낸 의지의 개혁가로서 완전한 비르투오소의 표본이었다. 그의 고도의 기교가 담긴 연습곡들은 바이올린 연주가는 물론 당시 피아노 연주자 기교연마 확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피아니스트들에게 특별히 영향을 준 작품은 <카프리스24>곡인데 그중에서도 마지막곡 A단조는 그 화려하고 단순함으로 해서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블라허, 루토스와프스키 등이 그곡의 주제를 기초로 하여 작품을 썼다.

기교파 피아니스트로서 활약했던 리스트는 당시 12곡의 초절기교용 연습곡, 2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3곡의 연주회용 연습곡 15곡의 헝가리 광시곡 등 초인적인 기교를 요하는 작품을 썼는데 파가니니의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낸 작품으로는 1831년에 작곡한 <파가니니 대 연습곡> 6곡이 있다.

 

6곡중 제3곡을 제외하고는 <카프리스24>에서 주제를 취했는데 이같은 주제는 파가니니 작품에서 채택해으나 피아니스틱한 효과를 올리기에 알맞은 곡을 선택하고 있다. 또 특히 < 라 캄파넬라>라고도 불리우는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의 제3악장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하여 만든 <파가니니풍에 의한 화려한 대환타지아>는 그의 작품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으로 되어 있다.


또한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우며 수많은 주옥같은 피아노 작품을 남겼던 쇼팽은 이 24곡의 연습곡에서 아르페지오, 스케일, 3도, 6도 연습, 트레몰로 연습 등등 매곡마다 예술적 아름다움 외에도 특정한 기교연마의 목적을 담고 있으며, 이 밖에 슈만도 <파가니니 카프리스에 의한 6곡의 연습곡>을, 형식미와 절제미를 추구했던 브람스 조차도 기교연마를 위한 < 파가니니 변주곡 작품35 >를 남기고 있다. 이렇듯 낭만파 거장들에게 뚜렷한 영향을 주었던 초절적인 명곡인 <카프리스>는 24곡이 한결같이 간결한 소품들로 바이올린곡의 매우 색다르면서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주는 명곡이다.


파가니니가 남긴 곡들은 자신의 연주회에 사용하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아쉽게도 그가 작곡한 곡 중 상당수가 악보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파가니니 자신이 작곡보다는 연주에 더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연주회에서 악보대로 연주하기보다는 즉흥적인 연주를 즐겨 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바이올린 곡뿐이며 형식적인 면보다 즉흥적인 화려함이 특징이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쇼팽, 리스트의 <연습곡>이 텍스트라면,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을 위한 무반주 카프리스>은 마치 바이블과 같은 곡이다.


피아노의 비르투오조였던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자신은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결국 그 꿈을 이룬다. 이 곡은 훗날 리스트에 의해 <솔로 피아노를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으로 재탄생되며 브람스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작곡한다. 또한 라흐마니노프도 <무반주 카프리스> 중에서 맨 마지막 곡인 '24번째 곡 - A minor'를 주제로 하여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를 작곡했다. 이처럼 파가니니의 음악은 후대 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오랫동안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출처 : 클래식 사랑 그리고 인생
글쓴이 : 클래식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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