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슈 만

Schumann - Kinderszenen, Op. 15

Bawoo 2017. 12. 25. 20:59


Schumann


 Kinderszenen, Op. 15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은 13개의 소품들을 하나로 모은 피아노 독주곡으로, 순수하고 장난기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소박한 선율로 그려낸 작품이다.


[사랑하는 클라라를 위한 작품]

  

이 작품이 작곡된 1838년은 슈만이 클라라와 서로 사랑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그들의 사이를 반대하여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꼈던 시기이다. 슈만은 자신의 음악적 영감들을 클라라와 공유하면서, 왕성한 창작력으로 완성된 피아노 작품에서 그 행복감을 표현했다.

1838년의 클라라


당시 클라라는 슈만에게 쓴 편지에서, “당신은 가끔 어린애처럼 보여요.”라고 언급했다. 슈만은 이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순수한 클라라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자신과 클라라의 행복한 결혼생활과 태어날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담아 〈어린이의 정경〉을 작곡하였다. 클라라는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담은 이 동심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당시 가장 주목받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던 그녀는 이 작품을 직접 연주하여 슈만이 전하고자 했던 시적인 동심의 세계를 대중에게 알렸다.

〈어린이의 정경〉 악보


천진난만한 동심과 성숙한 성찰의 결합

이 작품은 어려운 연주 기교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소박하고 단순한 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그 속에 녹아있는 서정성과 환상적인 상상력은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린이의 정경〉은 어린이를 위한 연주곡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음악으로 구상한 것이기 때문에, 동심어린 선율 속에 심오한 예술성과 섬세한 시정을 담고 있다. 슈만 스스로도 자신의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을 만큼 원숙함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슈만이 의도한 시정과 동경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미적 감각이 요구된다.

작품 구성

1. ‘미지의 나라들에서(Von fremden Ländern und Menschen)’

2/4박자의 아름다운 선율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이 곡은, 낯선 곳에 대한 어린이의 호기심과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움과 동경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6도로 도약하는 음형이 셋잇단음표의 반주와 어우러져 동경 어린 분위기를 절묘하게 연출하고 있으며, 전형적인 리트형식의 소박한 구성은 천진한 동심을 보여준다. 분위기가 전환되는 중간 부분은 리타르단도로 마무리된 뒤 다시 첫 부분의 동경 어린 분위기로 돌아와 음악을 끝맺는다.

2/4박자의 아름다운 선율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 이 곡은, 낯선 곳에 대한 어린이의 호기심과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2. ‘이상한 이야기(Kuriose Geschichte)’

3/4박자의 독특한 리듬과 대조적인 텍스처의 구성이 기이한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에 가득한 아이를 묘사한다.

3. ‘술래잡기(Hasche-Mann)’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빠른 16분음표 리듬이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술래잡기
4. ‘졸라대는 아이(Bittends kind)’

1곡의 선율을 변형시킨 아름다운 음형으로 시작되는 4곡은 딸림화음의 열린 종지로 마무리되면서 아이의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5. ‘만족(Glückes genug)’

‘만족’은 4곡의 열린 종지가 보여준 갈망을 으뜸화음으로 해결하면서 시작된다. 이 곡은 즐거운 선율과 경쾌한 리듬을 모방기법으로 제시하여, 만족감으로 행복해하는 아이의 기분을 그린다.

6. ‘큰 사건(Wichtige Begebenheit)’

옥타브로 도약하는 강한 선율과 생기 넘치는 리듬이 인상적이다.

7. ‘트로이메라이(Traümerei)’

〈어린이의 정경〉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었고 앙코르 곡으로도 자주 연주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다. 외면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선율이지만, 대위법적인 짜임새와 복잡한 화성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깊이 있는 음악성을 보여준다. F장조의 서정적인 선율이 다채로운 표정으로 변화되면서 꿈꾸는 아이의 환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8. ‘난롯가에서(Am Kamin)’

2/4박자의 따뜻한 선율이 난롯가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가족애를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2/4박자의 따뜻한 선율이 난롯가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가족애를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9. ‘목마의 기사(Ritter vom Steckenpfed)’

독특한 악센트의 당김음 리듬이 목마를 탄 기사의 모습을 씩씩하게 그려낸다.

10. ‘약이 올라서(Fast zu ernst)’

2/8박자의 당김음 리듬으로 제시되는 g#단조 선율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의 심리를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11. ‘거짓말(Fürchtenmachen)’

느린 부분과 빠른 부분을 론도처럼 교차시킴으로써 어른의 장난기에 당황해하는 아이의 표정을 재치 있게 그려낸다.

12. ‘아이는 잠잔다(Kind im Einschlummern)’

e단조의 독특한 화음진행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로 시작된 이 곡은 E장조의 밝고 평화로운 선율로 전환되면서 꿈속의 신비로운 세계를 표현한다.

e단조의 독특한 화음진행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로 시작된 이 곡은 E장조의 밝고 평화로운 선율로 전환되면서 꿈속의 신비로운 세계를 표현한다.

13. ‘시인의 이야기(Der Dichter spricht)’

〈어린이의 정경〉에서 화자의 심정이 가장 농밀하게 표현된 곡으로, 이제 이야기가 끝났음을 알리며 아이를 달래는 상냥한 아저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C장조의 코랄풍 선율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자유로운 리듬을 펼쳐가는 카덴차 부분은 동경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야기를 끝내는 단호함과 위로하는 듯한 서정적인 진행이 대조를 이루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며 작품을 마무리한다.


[글-이은진/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