弘慶寺
―玉峰 白光勳
秋草前朝寺 (추초전조사) 지난 왕조에 세웠던 절엔 가을 풀만이
殘碑學士文 (잔비학사문) 남아 있는 비엔 학사의 글 보인다
千年有流水 (천년유류수) 물은 천년 세월 동안 변함없이 흐르는데
落日見歸雲 (낙일견귀운) 해질 녘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노라
홍경사 (봉선홍경사(奉先弘慶寺), 홍경원(弘慶院))
충청남도 천안시 성환읍 대홍리에 있었던 절.
學士=최충(崔冲)
구성 및 형식
오언절구. 『옥봉집(玉峰集)』·『국조시산(國朝詩刪)』 권1 등에 전하며, 『학산초담(鶴山樵談)』·『소화시평(小華詩評)』 등에도 전편이 소개되어 있다.
내용 및 평가
홍경사를 지나며, 그 회고적 감회를 읊은 시이다. 1구에서는 가을 풀 우거진 고려시대의 절 홍경사의 모습을, 2구에서는 그곳에 최충(崔冲)의 비문이 쓸쓸히 남아 있는 모습을, 3구에서는 천년 동안 말없이 흘러가는 물을, 4구에서는 해질 무렵에 돌아가는 구름을 본다고 읊었다.
이 시에 대하여 허균(許筠)은 『국조시산』에서 오로지 ‘절창(絶唱)’이라고만 하여 더 이상의 췌언(贅言)이 필요하지 않은 뛰어난 작품임을 말하였고,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에서 “우아하고 뛰어나 예로부터 이만한 것이 없다(雅絶之古).”라고 하였다.
이 시가 이처럼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비평적 안목을 가졌던 두 사람에 의하여 모두 극찬을 받았던 이유는, 옛 절에서의 비감한 정회를 절과 그 절을 감싸고 있는 주변의 경물을 잘 조화시켜 읊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1·2구에서는 절의 쓸쓸하고 오래된 모습을 가을 풀과 학사비를 통하여 잘 나타냈다. 3구의 ‘천년을 말없이 흐르는 물’은 유구한 세월 속에 퇴락한 절의 모습과는 달리 변함없이 흐르는 물의 영속성을 대비시켜 노래한 것인데,
이것은 동시에 절의 옛날 흥하였던 모습과 오늘 쇠한 모습을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즉, 작자는 역사의 흥망성쇠에 대한 깊은 감회와, 더 나아가 인간무상의 초절적 경지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4구의 ‘해질녘’·‘돌아가는 구름’ 들은 이와같은 사실을 형상화하는 시구이며, ‘이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바로 초절적 경지의 작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참고문헌
『옥봉집(玉峰集)』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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