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花(행화)-權近(권근)
一林殘雪未全銷(일림잔설미전소) : 온 숲의 남은 눈 모두 녹지도 않았는데
曉雨晴來上樹梢(효우청래상수초) : 새벽 비 개자 나뭇가지에 눈이 돋았구나.
嫩日釀成和氣暖(눈일양성화기난) : 따스한 햇살이 온화한 기운 자아내면
微酡顔色更驕饒(미타안색경교요) : 불그레한 꽃 빛이 더욱 풍성하겠구나
松都懷古-權韐(권겹)
雪月前朝色(설월전조색) : 눈 내린 달빛은 고려의 빛깔
寒鐘故國聲(한종고국성) : 차가운 종소리는 고려의 소리
南樓愁獨立(남루수독립) : 시름겨워 성 남쪽 문루에 홀로 서니
殘郭暮煙生(잔곽모연생) : 성곽에 저녁연기 피어오르네
조서(嘲鼠)-권구權榘
爾本無家依我屋(이본무가의아옥) : 너는 본래 집 없어, 내 집에 의지해 사는데
旣依胡乃反穿爲(기의호내반천위) : 이미 의지하였으면 어찌 내 집에 구멍을 뚫는가
固知爾亦無長慮(고지이역무장려) : 참으로 너도 멀리 내다보는 생각 도무지 없나니
我屋顚時爾失依(아옥전시이실의) : 내 집이 무너질 때면 너도 의지할 곳 잃어버린다
鬪者-권구
怒臂相交千仞側(노비상교천인측) : 성난 두 어깨 서로 엉겨 천길 낭떠러지에 있네
懸知飄碎在須臾(현지표쇄재수유) : 자칫 떨어지면 틀림없이 몸이 부서질 것이로다
可憐利害相形處(가련리해상형처) : 불쌍하기도 하여라, 이해를 따지는 형편과 처지
只見絲毫不見軀(지견사호부견구) : 터럭같은 이익만 보고 제 몸은 보지 못하는구나 모설산행(冒雪山行)-권건(權健) 설산을 무릅쓰고 가다 山橋日暮少人行(산교일모소인행) : 산 속 다리에 날 저물어 사람의 통행 적어지고 野店炊煙一抹橫(야점취연일말횡) : 들 주점 밥 짓는 연기 한 가닥, 옆으로 퍼져간다 緩轡微吟歸得得(완비미음귀득득) : 말고삐 멈추고 시를 읊조리다가 돌아오니 馬蹄隨處踏瑤瓊(마제수처답요경) : 말 발굽 이르는 곳마다 얼음 구슬 밟는 듯하다
累日懷賢?寸心 誰知獨酌醉花陰
公詩字字如珠玉 倂得三篇勝萬金
(누일회현매촌심 수지독작취화음
공시자자여주옥 병득삼편승만금)
날마다 선현 생각에 가슴앓이 하는데
누가 아는가 홀로 잔질하며 꽃그늘에서 취함을
공의 시는 자자구구 구슬 같고 옥 같아서
세 편을 아울러 얻으니 만금보다 낫다오
☞ 범순인(範純仁/北宋), <화군실남원독작(和君實南園獨酌)> (三首其三)
- 累日: 연일(連日). 여러 날(多日, 數日).
죽산동심자운(竹山東深字韻)-구봉령(具鳳齡)
客枕破鄕夢(객침파향몽) : 나그네 잠자리, 고향꿈 깨어나
五更風雨深(오경풍우심) : 깊은 밤에는 비바람 심하였도다
數聲南去雁(수성남거안) :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소리
千里北歸心(천리북귀심) : 천리 먼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
신창동헌즉사이절1(新昌東軒卽事二絶1)-구봉령(具鳳齡)
漏盡殘星夜(누진잔성야) : 빛이 스러진 새벽별 뜬 밤
鷄鳴曙色初(계명서색초) : 닭울음 소리에 밝아오는 새벽
一壇叢竹露(일단총죽로) : 일 단의 대숲에 엉긴 이슬
寒韻滴來疏(한운적래소) : 차가운 소리, 떨어지는 성긴 물방울
新昌東軒卽事二絶2)-구봉령(具鳳齡)
霽旭昇靑嶂(제욱승청장) : 갠 하늘 해, 푸른 봉우리에 오르고
遙空散紫霞(요공산자하) : 아득한 하늘에 자색 노을 흩어지는구나
小闌山影裏(소란산영리) : 산그림자 속, 작은 문 하나
嵐翠滿簾斜(남취만렴사) : 푸른 산기운 비슷듬히 주렴 안에 가득하다
翼綃微動自宮商 幾曳殘聲送夕陽
喚得槐柯芳夢覺 薰風一曲換西凉
(익초미동자궁상 기예잔성송석양
환득괴가방몽각 훈풍일곡환서량)
거문고 줄 살짝 퉁기니 절로 가락이 울리는데
얼마나 남은 소리 이끌어내 석양에 보냈나
괴안의 달콤함 꿈에서 불러내 깨어나
훈풍 한 자락 악곡을 서늘한 서풍과 바꾸네
☞ 임경희(林景熙/南宋), <문선(聞蟬)>(二首其一)
- 翼?: 매미날개와 같은 형태(蟬翼)의 명주실(生絲=?).
- 宮商: 음률(音律). 오음(五音, 宮商角徵羽) 가운데 궁과 상의 음.
- 槐柯芳夢: 괴안몽(槐安夢). 남가일몽(南柯一夢). 당나라 이공좌(李公佐)의 전기소설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실려 있다.
순우분(淳于?)이 술에 취해 선잠에 들었는데 꿈속에서 괴안국(槐安國) 사신의 초청을 받고 그의 집 마당에 있는 홰나무 구멍 속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곳에서 왕녀와 결혼한 뒤 남가군(南柯郡)의 태수가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 귀향해 깨어 보니 그곳이 원래의 자기 집이었다.
마당으로 내려가 홰나무를 베어 살펴보니 꿈속에서의 나라와 똑같은 개미의 나라가 나타났다.
한단지몽(邯鄲之夢) 고사의 원형인 중당(中唐)기 심기제(沈旣濟)의 전기소설 <침중기(枕中記)>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명대(明代) 극작가 탕현조(湯顯祖)는 이들 작품을 원본으로 <남가기(南柯記)>라는 희곡을 남기기도 했다.
- 薰風: 음력 5월(초여름)에 부는 따뜻한 바람(和風).
三淸洞-光海君
丹壑陰陰翠靄間(단학음음취애간) 푸른 아지랑이 사이로, 붉게 물든 골짜기 음침하고
碧溪瑤草繞天壇(벽계요초요천단) 골짜기의 아름다운 풀, 산꼭대기를 둘러쌓고 있네
煙霞玉鼎靈砂老(연하옥정영사노) 안개와 노을과 옥 솥, 그리고 신령한 모래는 오래 되었는데
蘿月松風鶴未還(라월송풍학미환) 담쟁이 사이의 달 오르고 솔바람 부는데 학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구나
下伽倻-郭再祐
山中寥寂勝塵間(산중요적승진간) : 산중의 고요함이 속세보다 좋으니
靜裏乾坤合做仙(정리건곤합주선) : 고요 속에 천지는 신경이 된 것 같아.
從他訛語驚人耳(종타와어경인이) : 그를 따라 잘못 한 말이 사람 놀라게 할 뿐
回首伽倻獨悵然(회수가야독창연) : 가야산을 돌아보니 홀로 슬퍼지는구나
詠懷2(詠懷2)-郭再祐
내 속 마음-
辭榮棄祿臥雲山(사영기록와운산) : 명예와 벼슬을 버리고 구름 낀 산에 누워
謝事忘憂身自閑(사사망우신자한) : 일을 떠나 근심을 잊으니 몸은 한가하도다.
莫言今古無仙子(막언금고무선자) : 고금에 신선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只在吾心一悟間(지재오심일오간) : 다만 내 마음에 한 깨닭음의 경지가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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